2014년 10월 6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국선언문
“카인아 네 아우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창세 4,9)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 “고통 받고 죽어가는 네 이웃은 어디 있느냐? 그들의 죄 없는 죽음이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4월16일, 우리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끌어안고 얼굴을 보듬으며 울고 있는 수많은 성모를 보았다. 헤로데의 욕망으로 인해 죽어간 자식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라마의 어버이들을 목격했다.
그 날의 참사는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고귀한 존엄을 해치는 모든 구조적인 악을 철저히 드러냈다. 각종 규제의 철폐, 인간 생명의 구조와 안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정부의 무능과 책임 회피,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언론의 기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의 해체 등은 사고 이후 174일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회가 따라 걸어가야 할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인 인간’(요한 바오로2세, 인간의 구원자, 14항)은 오늘도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세상의 슬픔과 번뇌는 교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기에, 교회는 절망과 슬픔 속에서 신음하고 울부짖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밝힌 것(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입장들, 2014.7.14)처럼, “치유는 실재적 진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재차 천명한다.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의 궁극적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은 채 미봉책에 불과한 국가기구의 조정만으로는 결코 쇄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근본적인 치유와 쇄신의 시작은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있다. “정치 책임자들은 정치적 대표성의 도덕적 차원, 곧 국민의 운명과 온전히 함께 하며 사회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망각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410항)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인 수색에 항의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행진을 경찰력을 동원하여 저지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지금까지 진실의 규명을 염원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특별 검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법안에 합의함으로써 또다시 유가족들의 부르짖음을 짓밟았다.
더욱이 대다수 언론은 “진실해야 하며”(가톨릭교회교리서 2494항), “가장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해야”(간추린 사회교리 415항)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의 책임소재가 선주 측에만 있는 것처럼 호도할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유가족들의 외침을 왜곡하여 전달하고 있다.
“자비의 복음과 인간 사랑으로 인도되는 교회는 정의를 요구하는 울부짖음을 듣고 있으며, 온 힘을 다 기울여 그 부르짖음에 응답하고자 한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188항)는 교도권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이 부르짖음에 응답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교회의 소명이라 고백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정부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이라도 사고의 진상규명과 구조 실패의 책임규명에 최선을 다하라.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하여 밝힌 바와 같이 ‘특검을 실시하여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과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라.
하나,
참사 초기부터 구조작업에 대한 과장된 보도로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에 대한 정당한 요구마저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심각한 실망감과 불신을 안겨 준 언론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간추린 사회교리 415항)를 성실히 전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유족들을 비하하고 폭언과 심지어 조롱을 가하는 세력들에게 고한다. “악한 표양은 악을 저지르도록 타인을 이끄는 태도나 행위이다. 악한 표양을 보이는 사람은 이웃을 악으로 이끄는 유혹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덕과 정의에 해를 끼침으로써, 그의 형제를 영적 죽음으로 이끌어 들일 수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84항) 유족들에게 더한 아픔과 상처를 주는 죄악의 언행을 중단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경우, 국가는 명예훼손과 인권모독의 범죄행위로 그들을 엄중히 다스릴 것을 촉구한다.
하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교황 프란치스코)는 사도좌의 권고와 모범을 따라, 우리는 참사의 진실이 명백히 규명될 때까지 희생자 가족들과 연대하여 우리의 기도와 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2014년 10월 6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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