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6일
인천교구 총대리 정신철 주교, 세월호 추모 1주기 미사 강론
찬미 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기쁨의 시기입니다.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 우리는 부활의 은총으로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 구원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신앙으로 기쁨에 찬 부활 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마냥 기쁠 수만 없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부터 꼭 1년 전, 청소년 시기에 가장 좋은 추억을 만드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던 배가 전복되어 많은 학생들이 우리 곁을 떠나간 사건입니다. 그날은 성주간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오전 매스컴을 통해 배가 좌초되었고, 학생들이 전부 구조되었다는 보도로 안도의 숨을 쉬고 있던 이후에 우리는 큰 슬픔을 느끼고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보도와는 다르게 정체되어 있던 배가 기울어 전복될 때까지 그 누구도 구조를 하지 않았고, 배에 타고 있었던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이 차디찬 바닷물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배가 침몰하고 뒤집힌 뒤에야 구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뒤집힌 배에서 구출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은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국민 모두는 울었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매일 듣는 소식을 통해 한 명의 학생이라도, 한 명의 선생님, 승객이라도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비극의 시간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물었습니다. 왜 1시간 반 동안 사람들은 그냥 있었냐고, 왜 구조를 하지 않았냐고, 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만 살아왔냐고······. 많은 질문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었기에, 자식들의 죽음에 대한 이유라도 듣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까지 나서시어 모든 의문을 해결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슬픔을 지니고 지낸 시간이,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3월 교황님을 만났을 때, 교황님의 첫 번째 질문은 세월호 가족들과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작년 8월에 한국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마음속에서 세월호의 아픔은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우리 주교단은 교황님께 명쾌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제대로 위로하지도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많은 이야기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유가족 중에서 학생들에게는 얼마의 위로금을, 선생님들에게는 얼마를...’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사건을 지우려고 하는 태도부터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국비가 들어가는데, 왜 하냐는 너무도 비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자신들 정당의 이익으로 계산하려고 하는 사람들, 세월호 참여자를 국가반대 음해 세력으로 몰아붙이려는 사람들,너무도 지나치게 세월호 사건을 끌고 간다면서 이제는 잊어버리자고 하는 사람들, 아예 무관심한 사람들······.
시간은 망각을 낳습니다. 그러기에 잊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잊혀 질래야 잊혀 질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1년 전의 모습을 생각할 때, 세월호 사건은 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잊혀 질 수 없는 일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줄 수 없는 우리라면, 우리는 앞날에 후손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어떻게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돈으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마음, 이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익계산을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마음, 이것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념을 통해 평가하려는 모습, 이는 하느님께서 엄벌하시는 일입니다.
무관심하고 지겹다고 하는 모습,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태도입니다.
하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신자는 가시덤불에서 말씀을 꽃피운다고 말하는 신자들이기에, 곧 시들고 죽는 신앙을 가졌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신앙은 늘 이웃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웃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웃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늘 우리에게 요구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로서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렵고 힘들고 지치고 억울한 이웃에게는 더 절실한 마음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다가서야 합니다.
지난 1987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은 고문으로 숨진 故 박종철 추모 미사 때 물으셨습니다. ‘네 형제, 박종철은 어디에 있느냐?’. 지난 2013년 람페두사의 난민촌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물으셨습니다. ‘네 형제가 어디 있느냐?’ 이웃을 향한 무관심으로 변한 세상에 교황님은 물으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무관심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이웃을 위해 울어주지 못함을, 이웃을 위해 슬퍼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졌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이는 오늘 세월호 1주기 미사를 봉헌하는 이 시간 하느님이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듯이 우리에게 ‘네 형제는 어디에 있느냐?’, ‘네 자녀들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고 계십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신의 생각이 제일 우월하다는 생각에 빠져 어느덧 우리는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슬픔이 슬픔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우리의 이웃이 슬픔에 빠졌는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1년이 지났는데, 왜 유가족들이 아직도 울고 있는지, 왜 우리의 이웃이 머리를 깎으며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이웃을 향한 회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회개는 이웃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많은 사고를 통해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고통을 당하게 되는데, 그게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 각자 모두가 먼저 이런 세상의 불의가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시작되었다는 책임감 있는 회개를 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책임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더 크게 느껴져야만 됩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녹을 먹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국민이 뽑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하는 분들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이견만을 내세우지 말고, 진정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제까지 들었던 유족의 말 그리고 당신들이 하셨던 말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꼭 실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이 세월호 사건에서 목숨을 잃고 세상을 떠난 어린 영혼들이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주고, 하느님이 가르쳐 주시는 회개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년 전 대통령께서는 국민 앞에 눈물을 흘리시면서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웠고 우리는 기대했었습니다. 인도 네루 수상이 말한 것처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당신만 눈물을 흘리셨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으십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유가족이 바라는 것입니다. 이를 폐기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언론에서 눈을 가리고 있고 질문도 던지지 않고 있는 왜 세월호가 침몰 되었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문부터 풀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웃을 향한 책임감을 국민을 향한 책임감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대통령께서 굳은 의지와 책임으로 이 의문을 풀어주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하느님 안에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그 사건의 책임을 느끼기 위해 우리 자신이 회개하는 은총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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