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74차 정세미, 온양모종동 성당, 2016년 7월 11일)
희망제작소 이원재 前 소장 특강, 희망, 우리 사회가 만들 길 ②
2016.7.11(월) 저녁 7시40분부터 9시경까지 온양 모종동 성당에서 정세미 74차 강연이 진행되었다.
연령대별 가구 소득 추이 증감율
29세 이하의 소득이 대폭 줄었어요. 그러나 39세 이하, 49세 이하, 59세 이하, 60세 이상의 경우에서는 그다지 줄지 않았습니다. 특히 60대 이상의 소득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믿어왔던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기업에 취업해서 돈을벌어 살아간다는 게 시스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세상이 복잡한 거 같지만,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국가에서 주는 연금소득>, <투자해서 버는 금융소득>입니다. 이 세가지 밖에 없어요. 20대는 근로소득 밖에 없고, 그 이후 금융소득이 생기겠죠. 그리고 60대가 되면 연금소득도 생깁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던져주던 메시지
여태까지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고민하며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로 사세요. 그러면 잘 풀립니다. 월급을 받기 위해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한 값을 받으면 그 돈으로 집을 사세요. 그러면 자산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공한 삶이 됩니다. 이게 한동안 통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모기지를 이용해서 일단 집을 사서 30년동안 갚으면 되죠. 누구나 집을 살 수 있게 했고, 유럽에서도 버전은 다르지만, 노후에 연금 충분히 드리고, 자녀교육 돈 안듭니다. 이런 상황이니 알아서 일하고 집사세요."
한국도 똑같이 이야기한 거죠. 그래서 1960~90년대까지 그렇게 계속 살았던 겁니다.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부동산은 상승하고. 암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그렇게 살아갔던 것이죠. 그런데 기업이 더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않죠. 이젠 노동자로 살면서 자산을 구입해서 중산층이 된다는 꿈은 깨진 겁니다.
2016.7.11(월) 저녁 7시40분부터 9시경까지 온양 모종동 성당에서 정세미 74차 강연이 진행되었다.
불가능해진 세상에서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럼 "다시 일자리도 만들고, 아파트값도 오르게 해서 경제를 돌려서 희망을 만들어줄게!" 과연 그것이 현실적인가요? 그렇지 않죠. 그런 갈림길에 와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매우 첨예하게 느낍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른변화를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니까 절망을 느끼는 겁니다. 토마스 피케티는 이를 한마디로 세습 자본주의라고 정리합니다.
토마스 피케티의 세습자본주의 이론
만일 어떤 사람이 평균적 시민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구매해서 자산가로 가는길이 막혔을 때 자산가로 가는 이는 누구인가? 원래 자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즉 논리적 귀결이죠. 그들 밖에 없으니 그것이 세습 자본주의입니다. 그래서 토마스 피케티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성장률보다 자본이익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소득을 앞서고 세습적 자본의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면서 소득불평등 역시 점점 심화된다는 겁니다. 경제성장보다 자본이 커진다는 것은, 자본과 노동이 투입된다고 볼 때, 일해서 가져갈 몫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것이 세습자본주의입니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요?
통상적으로 두 가지의 해법을 말합니다. 그 중 첫째는 경제민주화 즉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정규직은 임금 많이 받고, 비정규직은 똑같은일 하면서 임금적게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요.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추이는 21,568원과 8,779원으로 차이가 나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현격이 줄었습니다. 삶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상대적 빈곤감’과 삶의 모든 영역의 가치기준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기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2016.7.11(월) 저녁 7시40분부터 9시경까지 온양 모종동 성당에서 정세미 74차 강연이 진행되었다.
트리클 다운 효과는 없다
게다가 대기업이 독점하고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공정하지 않죠. 한국경제가 지난 20년간 성장해오면서 상위 1%의 소득은 2배로 늘어났고 상위 10% 소득도 1.5배 증가했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와 같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에 체감하는 것과 비교해서, 저성장 시대의 체감율이 훨씬 높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불평등과 분배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겁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OECD 국가 중 전체 소득 중 상위 10% 점유율 1위인 미국이 48.16%이고, 한국이 44.87%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즉 한국 대기업의 성장이 한국인의 행복과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고 트리클다운 효과(낙수 효과)는 없다는 뜻입니다. 대기업 컵의 물이 차고 넘쳐야 주변 중소기업이 흘러내리는 물이라도 받아 목을 축일 수 있으리라는 트리클 다운 효과는 기대와는 달리, 물의 컵이 차고 넘치기 전에 좀 더 큰 컵으로 바꿔치기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성장을 말하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복지국가의 필요성
두번째는 복지국가의 필요입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보는 것이죠. 복지국가론은 괜히 나섰다가 실패했을 때 받쳐주는 안전망 구축한다는 게 한가지 논리고, 또 다른 맥락에서 사람이 태어난 것만으로 국민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인권적 접근을 하는 겁니다. 교육무상, 의료무상, 보편복지를 해야 한다는 논의인데, 이렇게 복지를 늘리자는 게 문제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필요한 추가
그런데 저는 그 두 가지만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두가지가 다 어떻게 보면, 흔히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흡사하죠. 아까 드렸던 그런 메시지, "넌 취직 잘해서 열심히 일하고 월급 받아서 집사서 성공하면 된다."라는 것. 물론 그러면 좋죠, 공정한 기회 생기면 좋고, 복지 늘어나면 좋고, 그래도 빠진 게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의 물질적 삶에 대해 1960~90년대까지 자본주의가 가진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물질적인 삶이 우리 삶을 개선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가 도와주나요?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신을 도와줄 친구가 있나요? 거기에 예스라고 답하는 것이 바로 사회안전망입니다. 국가를 제외하고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그런데 설문결과를 보면 한국이 매년 압도적으로 저조합니다.
만일 우리가 물질적 삶을 완전 회복한다면, 1백배 3백배 성장한 것처럼 복원하고, 상대적 격차도 어느 정도 줄였다고 보면, 과연 우리는 행복해질까요? 내가 이웃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신뢰, 학문적으로 사회적 자본, 소셜 캐피탈 이것을 복원하지 않고 그게 가능할까? 그래서 제가 드릴 말씀은 사회적 자본을 복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오늘의 결론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나와 공감하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이웃과 마을공동체를 통해 사람들과 폭넓게 사귀고, 가족을 사랑하고, 신념으로 나의 주변과 자연환경을 좋게 만들어 가고, 일의 보람을 느껴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기부와 자원봉사로 사회에 자존심을 더하여, 돈 보다는 이들의 비중을 높게 생각하고 있어 사회 관계망에 대한 높은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생각이 훨씬 더 건전합니다. 젊은 세대는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와 실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의 구조를 올바르게 이루어 갈 수 있는 인식의 기초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차줌마의 삼시세끼
다시 차승원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삼시세끼>에서 하는 행위를 경제라고 한다면, 같이 사는 이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행위를 경제라고 한다면, 자동차 만들고, 스마트폰 만드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이지만, 어떤 건 화폐로 평가받고, 어떤 건 평가받지 못하고, 어떤 건 지나칠 정도로 굉장한 평가를 받는식으로 경제의 구조가 짜여져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기업이란 개념, 사회적 경제란 개념이 등장하죠. 뭐냐하면 분명 생산하는 행위인데. 뭔가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닌 그런 게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분이 계실 때 그분의 이동을 돕는다면, 그 행동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종류입니다. 사회에 유용한 어떤 서비스를 생산해낸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지금까지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성과를 내는 경제횔동인데, 이를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수퍼마켓처럼 보이지만, 운영 목적은 이윤도 있지만, 친환경유기농생산물을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있도록 하는것이죠.
임팩트 투자란 무엇인가
바티칸에서 컨퍼런스 <2nd Vatican Conference on Impact Investing>라는 행사가 (2016.6.26~28, 로마) 열린 적이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란 어떤 사회문제를 잘 해결하면 이익이 나고, 실패하면 손해를 보는식으로 하는 겁니다. 경제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움직여야 한다는 교황님 생각에 일치하는 게 임팩트 투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우리 사회의 겅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복원하는 길이 된다는것이죠.
결론을 말씀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제가 차승원을 빗대어 말씀드린 돌봄 노동, 다른 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런 것이 지금도 중요하고 매우 올바른 일이기도 하지만, 미래에는 더욱 더 인간이 하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해가는 과정에서 많은과학자들이 말하듯이 공감하고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방식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많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희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10~20대의 연대감은 매우 높습니다. 이것이 줄어들지 않으려면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남아있는사회적 연대감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연대감을 복원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과 함께 커뮤니티 활동도 장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의 일이란 새롭게 창조해 내는 일로서 예를 들면 돌봄처럼-사랑에 관여된 일, 경영과 정치처럼 협상과 조절하는 일, 그리고 소득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비영리기관 등과 같이 이윤극대화 아닌 사회적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업체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공정한 경제 참여로 경제 밖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애주며, 적절한 수준의 임금으로 일에 대한 가치 인정과 보람을 얻고, 미래의 일자리 제공 잠재력이 있는 비즈니스 공급자들입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이타적 동기인 사회적, 도덕적 동기에 따라 ‘경제’, ‘사회’, ‘환경’의 세 가지 영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에요. 경제적으로 부유해도 빈부격차, 인권침해, 부패 등의 문제로 지속가능하지 않는 사회 상황에선 삶의 질은 좋아질 수 없고, 또 지구환경이 파괴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엉망이 되면 발전의 의미는 없습니다.
(끝)
위 기록은 이원재 강사님의 말씀을 편집한 것이며 실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원재는 대한민국의 경제평론가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를 지냈다. 이후 미국 MIT 에서 MBA 과정을 밟았고 귀국 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소장으로서 5년 반 정도 활동했다. 2014년부터 시민단체 희망제작소 부소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1월 희망제작소 소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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