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마태오 신부 주님공현대축일 강론 "저마다 별은 있다!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저마다 별은 있다.”

목동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그래서 천사가 알려준 표징, 즉 가장 가난한 곳에 예수님이 계실 거라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가난한 곳! 마굿간의 말구유에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기 예수! 가난한 목동만이 발견할 수 있는 표징이었다.

동방박사는 별을 관측하는데 있어서 전문가다. 그래서 예수님을 찾는데 있어서 별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박사가 아니면 ‘별’ 볼 일 없다. 늘상 별을 관찰하던 그들이어서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그 왕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도 저마다 전문 분야가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아는 그 무언가가 있다. 성령은 그 무언가를 통하여 우리를 주님께로 인도한다. 과학자는 과학을 통하여, 예술가는 예술을 통하여, 교육자는 교육을 통하여, 농부는 농사를 통하여...

“별을 따라 가되 별에 집착하지 않는다.”

등산을 하다 보면 등산로 주변 나뭇가지에 리본이 매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리본 덕분에 옳게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등산을 하다보면 이것이 길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길 따라 가기보다는 리본을 따라 가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렇게 리본을 따라서 등산을 다 마치고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더 이상 리본은 보이지 않게 된다. 리본이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리본은 목적지가 아니다. 안내자일 뿐이다.

그런데 별만 바라보지 별이 가리키는 것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제들과 율사들은 율법과 예언서와 경신례를 통하여 주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님을 만나지 못한다. 그냥 허구헌날 율법놀이에 심취해 있을 뿐이다.

손가락만 보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못보는 어리석음이라니...

평생을 천주교 신자로서 살아가면서 성당에 열심히 나오고 또 여러 가지 것들을 하면서 그것이 가리키는 주님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교리와 규정들은 잘 알지만 정작 사랑은 모르는 경우들...나무나 쇠로 만든 십자가는 열심히 쳐다보면서 이웃의 고통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모습들...세월호, 강정, 4대강, 위안부, 밀양, 성주, 쌍용 자동차, 유성기업, 북한쌀보내기 등등 이런 얘기만 나오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아주아주 열심한 신자분들...

하늘을 관찰하다 유다 임금의 별을 발견하고 감탄해 했던 동방박사들이 계속 별 구경만 하였다면...그들은 별만 보고 예수님은 보지 못할 것이다.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은 주님이 드러난 날이지 별이 드러난 날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엇과 만나고 있는가?

2017년 1월 8일(주일) 주님공현대축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