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금강 선원 개원식 축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종교간대화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입니다.
우선 먼저 여러분들과 같은 지향을 가지고 참 생명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하나로서 오늘 금강 선원 개원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어두운 이 세상을 밝히는 여러분 내면의 빛이 금강 선원을 중심으로 더욱 환하게 타오르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헤아려 보고 또 제가 믿어 고백하는 예수님 말씀을 헤아려 볼 때 이 두 분 말씀 안에 드러나는 공통점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참다운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모두가 참으로 잘 살자는 얘기지요.
참으로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다 고귀하고 소중하며 그리하여 예외 없이 다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아야 하고 또 서로 서로 잘 살게 해 주어야 합니다.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사는 이가 잘 살리는 이이고, 잘 살리는 이가 잘 살아가는 이일 것입니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살기’ 혹은 ‘살리기’라는 말이 현 정부에 의해서 너무나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봅니다.
잘 산다는 것이 남이야 어떻든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말과 종종 동일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이 과정과는 상관없이 성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고, 잘 산다는 것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소유의 개념으로 오용되고 있습니다.
살린다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 혹은 ‘4대강 살리기’라는 문구를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생명은 원활한 흐름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몸의 피가 잘 흘러야 하고, 기운도 잘 흘러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서 재물도 잘 흘러야 하고, 언어의 소통도 잘 이루어져야 하고, 또 우리 사는 대자연 속의 구름과 물과 달과 별의 운행과 흐름도 잘 이루어져야 모든 것이 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을 끊어버리면서 이를 ‘살리기’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로 흘러야할 돈을 몇몇 부자들의 주머니 속에 가두어 놓고서 ‘경제 살리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수 천 수 만년을 유유히 흐르며 우리의 생명이 되어 주고 있는 아름다운 강을 막아 놓고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는 이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4대강 살리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무를 보면 그 열매를 짐작할 수 있고, 그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가 보여준 반민주적이고 몰상식한 행동들과 그 결과물들은 그들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그들의 악한 실체는 지금 그들이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이 결코 ‘살리기’일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가시나무에서는 가시가 돋고 포도나무에서는 포도가 맺히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의 마음 안에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행위가 우러나오고 부처님의 마음 안에서 중생을 살리는 자비의 행위가 우러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불의와 위선과 탐욕으로 가득 찬 죽은 마음에서는 결코 살리는 행위가 우러나올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만이 우러나올 뿐입니다.
이제 우리가 살려야 합니다. 이 시대에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야 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죽음의 길에 내몰린 이 땅의 아이들, 잘못된 교육현실 안에서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 일년내 죽으라고 땅을 파고 물질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든 농어촌, 똑같이 일을 해도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아야 하는 계약직 노동자들,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 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세입자들과 도시 빈민들,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 옳은 말하고 옳은 일 한다고 박해받는 사람들, 인간의 탐욕으로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 땅의 산하,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이 수많은 죽음의 현실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을 살려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개원하는 금강선원이 단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생명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살리는 참 생명의 성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도 참 생명의 길을 가고자 하는 여러분들과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부처님의 자비하심이 여러분과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공주 영은사 금강 선원에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종교간대화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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