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변화와 빈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김미선의 주빌리(희년) 운동과 돈의 인문학 ①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100원나눔운동본부 주최 금융복지 강연회
2016년 12월 16일(금) 저녁 7시 30분, 대전 복수동 성당 3층 성전
김미선(데레사) 성남시금융복지센터장의 강연모습 @ 대전 복수동 성당(2016.12.16 금)
234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주역 괘로 혁명의 괘라고 합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그리고 오늘 (12월 16일의) 16이란 숫자, 지금이 대림시기인데, 대림이란 기다림인데 16일 전후로 다른 기다림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 말씀하시길 16일 전은 다시 오시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이고, 16일 후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아기예수님을 기다리는 날이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별 게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보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성당에서 왜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이 성당인데 “왜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요?”라고 하면서 반신반의해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성당 밖에서는 신나게 세속적으로 말하는데, 여기 성당에서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그래서 주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금융복지와 주빌리는 가깝고 또 한 뿌리입니다. 대림은 기다리는 것인데, 무작정 기다리는 걸까요? 아닙니다. 기다림이란 준비하는 것이잖아요. 준비한다는 것은 복음적 삶을 실천하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돈이란 일상적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복음적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레위기의 희년이란(레위기 25,8~22)
레위기 25장 8절부터 22절은 희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5절부터 38절까지는 가난한 이들을 도울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희년이 되면 땅과 집을 회복하고 노예는 해방되고 채무는 변제되는 것이죠.
한국 돈 사정이 심각하다
여기까지는 종교적인 차원이라면 지금부터는 세속적인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돈 문제를 말씀드리면 한국 사정이 매우 심각합니다. 우리 경제는 매우 어두워요. 지난 12월 14일에 재닛 앨렌이라는 여자분, FRB(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데, 달러의 기준금리를 인상합니다. 그런데 이 인상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위원회 개최가 우연히도 다음 날에 열렸어요. 거기서 금리를 올렸다고 합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두 가지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올해 초에 지방의 어떤 지역에서 50대 중반 정도 되시는 어머니께서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거셨어요. 그런데 거의 절반은 울부짓는 목소리였어요.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머니는 별로 배운 게 없고 일찌감치 남편과 헤어져서 혼자 딸을 키우고 살았다고 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다 털어서 겨우 공부 잘하는 딸 아이를 키웠다는 겁니다. 어머니가 살았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정성스럽게 키운 겁니다. 그렇게 “내 딸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았는데, 왜 지금 딸과 나는 둘이 벌어서도 겨우 연명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었어요. 딸은 석사까지 받았지만, 고교 졸업을 간신히 한 자신보다 못하다는 겁니다. 한 달에 백 몇십만원 겨우 벌어서 저축은커녕 연명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과연 이게 누구의 탓일까요?
이른바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비슷한 시기의 사례로. 수도권의 40대 중반 남성분께서 센터로 전화를 하셨어요. 연봉은 6천만 원 정도로 월 450만 원 정도를 과세 전 금액으로 받는데, 경기도 고용복지 상담센터에서 거절당해서 찾아보다가 전화를 하게 된 겁니다. 전화 상담을 하다 보니 결국 어려운 상황이더라고요. 즉 중산층의 평범한 샐러리맨은 제도권에서 빚을 털어낼 수가 없습니다. 이 분 예금통장에는 돈이 땡전 한 푼 없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다 빠져나갑니다. 40대 중반이면 사회생활을 해야 하죠. 조의금이나 후배 결혼 축의금 등 부의금을 내야 하는데, 그걸 다 카드로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뼈 빠지게 벌어서 그걸 다 은행에 갖다 바치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일을 미리 겪었던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의 사례를 볼까요? 2008년도에 미국의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금융위기란 은행에 돈이 없는 것
위기란 뭘까요. 위기란 은행에 돈이 없는 것, 씨가 마른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은행 예금주들이 미칠 듯이 달려가겠죠. 금융위기란 돈이 없다는 걸 말합니다. 은행에 맡겨놓은 예금자들에게 내놓을 돈이 없죠. 그러면 어딘가에서 빌려와서 사업해야 하는 것이라서, 공적자금, 구제금융을 넣어줍니다. 그 돈으로 “약속을 해줘라!”라는 신호입니다. 미국도 그런 일 합니다. 천문학적인 수 조 달러의 돈을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금융의 중심 월 스트리트에서 이 돈으로 인센티브 잔치를 합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이런 과정 끝에 발생한 사건이 바로 월가 정렴시위(Occupy Wall Street)라는 겁니다. (2011년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군중시위. 2011년 9월부터 뉴욕을 진앙지로 하여 일어났고, 11월 30일, 경찰에 의해 해산될 때까지 공식적으로는 73일간 지속되었으며 세계적인 공조현상을 일으켰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점령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도 발언하고, 전세계 활동가들도 많은 발언을 했어요.
슬라보예 지젝의 지적
한 예로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철학자가 있어요. 한국에 와서 덕수궁 쌍용차 농성에서도 발언하셨던 분이고요. 그 분말고도 월가 점령군들을 자극한 사람들이 여럿이 있습니다. 아무튼 슬라예보 지젝은 “당신들이 이렇게 점령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뭔가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데, 점령하고 발언한다고 아무 일도 없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뭔가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돈으로 약 150억 원에 달하는 빚을 태웠습니다.
빚이란 추상적인 것이지만, 실제로 연체 3개월이 되면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그 상황이 오면 은행은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밖에 내다팝니다. 회수되지 않는 부분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신용등급에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똑같습니다. 은행도 등급이 있어요. 쉬운 말로, 시중은행의 등급이 제일 좋고, 대부업은 신용등급이 낮으니까, 금리도 높은 겁니다. 그런 속에 빚(채무)의 땡처리 시장이 존재합니다.
부실채권 방지를 위한 금융회사의 3가지 방법
3개월 이상 된 채권을 부실채권이라 하는데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이 많이 쌓이면 정부로부터 제재를 당합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많이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1.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준다.
2. 채무자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형편에 맞게 계약을 다시 한다.
3. 연체되는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다른 기관에 팔아버린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이 중에서 3번을 선호합니다. 사실 선호라기보다 대부분 그렇게 합니다. 그러면 채권은 누가 살까요? OO은행에 1천만 원을 빌려서 1년간 빚을 갚지 못한 김연체 씨에게 어느 날 대부업체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새로운 형태의 압박이 시작되는 거죠.
1천만원짜리 부실채권의 값은? 놀라지 말라!
그렇다면 실제로 대부업체는 1천만 원짜리 채권을 얼마에 살까요? 30만원에 산다고 합니다. 거래가격이 액면가의 3%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게 5년 이상 연체된 채권이라면 1%에 살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도 150억을 불에 태웠다는 것은 사실은 7억원 정도가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보도에서는 빚파업(Strike Debt) 활동가들이 기부금 40만 달러(약 4억 2천만원)로 개인채무 1,500만 달러(약 150억원) 채권을 유통시장에서 구매하여 청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수가 안되는 돈은 팔아버린다
아무튼 회수가 안 된 돈은 팔아버립니다. 연말시즌이라면 벌써 봄 옷이 매장에 걸리죠. 그러면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다가 안 팔려서 재고로 쌓인 밍크코트를 그냥 가지고 있지 않죠. 재고가 제일 무섭거든요. 그래서 그 값비싼 밍크를 할인 매장으로 넘깁니다. 아울렛 매장에서 고급브랜드를 싸게 파는 것과 똑같은 과정입니다. 마찬가지로 대부업체에서도 그걸 가지고 있지 않고 돈 받고 또 팝니다. 어딘가로 넘깁니다. 안 팔린 옷을 무게로 팔듯이, 채권도 덤터기로 다시 넘깁니다. 대부업체가 3천만원 채권을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사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걸 가지고 땅 짚고 헤엄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MPL(Non Perfoming Loan) 즉 부실채권만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최근에 법이 바뀌어 개인은 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150억원에 달하는 빚을 태워버렸던 월가 점령시위
150억원에 달하는 빚을 태워버렸던 월가 정렴시위(Occupy Wall Street)를 통해 추진되었던 ‘롤링 주빌리’란 것도 일종의 금융복지 사업입니다. (‘롤링주빌리, Rolling Jubilee’ 프로젝트라는 운동은 빚 탕감 운동이자 ‘탐욕’의 금융시장에 대한 시민교육운동이며 2012년 11월 15일 시작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300조라고 합니다. 금융취약계층이라고 말해지는, 더 이상 자기가 번 돈으로 빚도 못 갚으니, 추심 받으면 더 비싼 곳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는 계층이 무려 350만명입니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살입니다. 혼자 자살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자살합니다.
빚에 쫓기면 전화벨 소리가 두렵다
특히 빚에 쫓기면 자아 존중감이 엄청 떨어집니다. 신경쇠약증에 걸려요. 전화벨 소리가 두렵고, 스마트 폰은 개통도 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서 전화벨 소리가 가장 무서운 소리가 됩니다. 사회생활 자체가 안 되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 되는 겁니다. 멀쩡한 사람이 사회로 진출했는데,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극단적 활동을 하게 되는 걸 의미합니다. 따라서 빚 문제는 잘못되면 바짝 마른 가을 들판에 잘못 떨어진 불씨 하나가 되어 온 들판을 다 태우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삶을 몽땅 유린하고 종국에는 너덜너덜해진다는 것. 즉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내는 세금이 쓰여 진다는 걸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주빌리 은행이 출범했습니다. 6천억(6,058억783만여 원) 정도 빚을 탕감했고 혜택 받으신 분 3만 5,952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걸 하는 데 들어간 돈은 1억 5천만원 정도입니다.
금융복지 상담의 필요성
기계부채가 1300조입니다. 시작은 이겁니다.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오로지 가계 부채 말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가정에서 가진 빚 만을 말하는데, 그 총량이 한 해의 국가가 벌어들이는 수업과 맞먹습니다.
돈에 대한 상처, 당신은 가난한가? 돈에 대해 불안한가?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
그러다보니, 한국사회는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로 가고 있어요.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그런데 지갑엔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더 많죠. 아까 제가 상담했다는 40대 남성의 사례에서도 그렇고요.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면, 30대 초반의 세련된 여성이 택시를 탔어요. 그리고 요금이 7천원이 나왔고 그걸 카드로 계산하려고 지갑에서 카드 12장을 꺼냈는데, 모두 다 한도초과가 되었다는 택시 기사분의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결국에는 나중에 입금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런 세상인 겁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발생하는 게 파생적 공포라는 겁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년생)이라는 폴란드 출신 유대인 사회학자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사회적 입지가 좁아지거나 추방당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어요. 즉 궁핍에 대한 두려움이 탐욕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중산층이든, 취약계층이든 미래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죠. 가난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탐욕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스크루지가 아니더라도, 혹시 모르니까 노년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할 텐데, 집에 있는 대출만으로도 깔려죽을 판인 겁니다. 그런 까닭에 금요일 저녁 이후의 핫플레이스는 편의점이라고 합니다. 로또를 사러 가는 것이죠. 그게 가장 쉽게 궁핍에 대한 두려움을 한 방에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 된 것입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바로 경제분야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했으면서도, 유일하게 허락하지 않은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예지라고 합니다. 내일의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음은 공포스러워집니다. 그러면서 사소한 것조차도 뻥튀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개인이라면 재테크를 하거나 보험에 가입하겠죠. 그러니까 돈 걱정이 커지는 세상에서 공포는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킵니다. 돈 걱정 증후군의 실체는 불확실성인 것입니다. (2부에서 계속)
대전 복수동 성당(2016.12.16 금)의 모습. 강의 20분 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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