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0] 김다울 신부의 강론. 내가 가난에 처하고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우리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조건 

내가 가난에 처하고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2016년 6월 20일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송촌동성당

2016년 상반기 정세미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특강)

제 72차 미사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님 강론

찬미예수님! 

저는 대전교구 시장전담사목을 하는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송촌동 성당 교우님들이 힘찬 박수로 환영을 하자) 박수까지 받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오늘 복음(마태오 7,1~5)에서는 예수님께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자비를 베풀라는 이야기입니다.

올 한해를 우리가 자비의 특별희년을 보내고, 그런 측면에서 오늘 복음말씀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워지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남을 심판하지 않는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 하나 교훈 주는 게 오늘 독서(열왕기 하권 17,5-8,13ㄱ.18) 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보면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왕조가 갈라집니다. 그리고 열왕기 하권을 보면 북이스라엘은 하느님을 따르지 않고 아시리아에게 먹히는 그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자기들을 이집트 임금 파라오의 손에서 빼내시어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주 저희 하느님께 죄를 짓고, 다른 신들을 경외하였기 때문이다. (열왕기 하권 17,7)

그러면 그 죄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대에 아시리아는 성장하면서  요르단 동쪽을 탈환합니다. 전쟁을 통해 그쪽 지역을 차지하게 된 겁니다. 그 전쟁을 통해 땅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과 백성은 어떠했겠습니까? 사실 왕이나 귀족은 땅을 얻어서 좋았다고 해도,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일반 서민 중 누군가는 죽고, 다치고, 혹 운이 좋아 살아 돌아와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또 당시 지중해 도시와의 교역을 통해 물류가 돌며 부를 축적하고 번영을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그 번영은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왕이나 귀족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통해 땅을 되찾고, 경제적 교역으로 부를 이루었어도 역설적으로 당시 빈부의 차는 더 심해졌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아모스 예언자는 북이스라엘에 가서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왕이나 권력자들이 그런 상황에서 자비를 베풀지 않고, 가난한 이에게 아무 것도 베풀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말씀에서 등장하는 아시리아의 침략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왕과 귀족들은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호의호식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 계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권력을 가지신 분이 계신가요? 대단한 지위에 올라가 계신 분이 있습니까? 사실 우리 처지에서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조건이 훨씬 더 많다고 봅니다. 가난한 사람의 처지에 서지 않아보고는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조건이란, 내가 때론 가난에 처하고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우리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겁니다.

저 역시 죄를 짓고 살아가기에 죄를 짓는 누군가를 욕하기 이전에, "그래!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해주실거야!"라는 넉넉함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그런 넉넉한 마음과 하느님 자비를 베푸는 조건이 충분하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우리에게는 대단한 부와 권력과 명예가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총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재 처지는 구원으로 가는 데 더없이 좋은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단순히 예수님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참행복을 얻기 위한 우리들의 모습이란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잠시 함께 묵상합니다.

2016년  6월 20일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2016년 상반기 정세미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특강)

제 72차 미사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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