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일
미사 집전 순서 - 8월 8일 전주교구/ 15일 가르멜수도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22일 의정부교구/ 29일 안동교구
(집전 순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의인' 故 김관홍 잠수사님, 고맙습니다
진짜 행복은 서로를 나누는 것
강론_ 나승구 신부_ 서울교구 장위1동 선교본당
오늘도 무척이나 덥습니다. 삼복 찌는 날씨에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이 미사에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늘의 고마움을 대신 전합니다. 이제 사흘 후인 8월 4일은 세월호의 의인이라고 불리는 고 김관홍 잠수사님의 49재일입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화두를 남겨놓고 하늘 바다에 잠수한 고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참사 현장으로 달려갔던 고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가족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입니다.
당시 재난 상태에서 국가가 하지 않았던 수습을 도맡아 한 사람들은 민간인들이었습니다.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을 건져낸 이들은 어민들이었으며, 가족들 옆에서 묵묵히 있어준 이들은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었으며, 공포와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세월호에 들어가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데려다 준 이들은 민간 잠수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동료 잠수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었고,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에 대한 왜곡이었습니다. 몸을 돌보지 못한 채 해야 했던 힘든 작업은 그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20년 넘게 해왔던 물일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인양되지 못한 진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온몸을 던진 땅 위에서의 물질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입니다. 그 한 자리가 세월호 변호사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헌신이었습니다. 24시간 운전도 하고 수행비서도 했던 그는 유난히 잔소리가 많았답니다. 왜 허리가 그리 굽었느냐? 명함을 줄 때는 왜 그 모양이냐? 왜 눈을 맞추지 못하느냐? 김관홍 잠수사의 추모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된 당선자는 흐느끼며 이야기했습니다. “제 당선이 당신에게는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온 몸으로 물질을 했던 그가 덮쳐오는 무게를 견디다 못해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절실했던 세월호의 진실을 뒤로 한 채, 그토록 절실했던 안전한 대한민국을 뒤로 한 채, 그토록 절실했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세상을 바라만 본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가 닿지 못했던 세상을 우리에게 숙제처럼 선물처럼 남겨두고 말입니다.
오늘 독서는 예언자들 사이의 갈등입니다. 하난야 예언자와 예레미야 예언자의 갈등은 우리 현실 세상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하난야 예언자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결코 바빌론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굴종과 억압의 멍에를 하느님께서 벗겨버리실 것이라고. 하지만 예레미야 예언자는 절망을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목에 매어진 나무 멍에를 벗기려 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쇠 멍에가 주어질 것이라는 절망입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달콤합니다. 듣기에도 편안합니다. 그러나 그런 편안함과 달콤함을 따를 때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는 꿈쩍하지 않고 그들을 억압하고 굴레에 잡아넣습니다.
우리들조차도 세월호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는 잔인한 달콤함이 있습니다. 이제 이년이 넘었으니 잊어버리시라고,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시라고, 하느님께서 다 돌보아 주실 것이라고. 하지만 김관홍 잠수사가 했던 말처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안전할 수 없습니다.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질 때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바로 이것을 본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바빌론 아니라 그 어떤 세력이 온다 해도 제대로 서지 못해 망하고 말 것이 이 나라라는 것이 예레미야의 예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월호를 통해서 이 나라를, 이 사회를 제대로 세워낼 수 없었기에 메르스의 우왕좌왕을 보았던 것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보았던 것이며, 사드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엊그제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교황은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소파에 편하게 있는 것을 원하는 데 편안함과 행복은 다른 것” 이라고 말입니다. 단단하고 딱딱한 신을 신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입니다. 진짜 행복을 찾아서……. 진짜 행복은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진짜 행복은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입니다. 진짜 행복은 서로를 나누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하고,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가 누리는 지위나 가진 것 때문에 그냥 지나가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1%와 99%의 경계를 나누고 사람들을 개돼지를 만들어 또 다른 세상을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먹어도 되는 사람과 먹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경계를 부수셨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친한 사람끼리, 우리끼리, 먹고 배부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제되고 떠나보낼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될 것이고 산 사람이나 살 수 있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그 모두가 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입니다. 그 모두가 다 먹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이 세상의 논리와는 다른 대안 세상, 대동 세상을 꿈꾸며 복음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고 김관홍 잠수사가 그토록 절실하게 원했던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 아닙니다.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맡아서 하셔야 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 김관홍 잠수사는 이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또 다시 양심적으로 현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의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제 의인 김관홍은 우리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픔의 현장에서, 고통의 현장에서, 부조리와 불의의 현장에서 그렇게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필요한 것을 주어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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