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미(75차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 미사 강론
대전 봉산동성당 2016.7.18(월) 저녁 7시 미사, 7시 40분 강연
개인의 성실성과 능력을 재는 저울에
각자의 무게를 달며 살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이상욱 요셉 신부 (원신흥동성당 주임)
오늘 정세미 강연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그런데 여기 계신 여러분은 행복한 마음이신가요? 행복한가요, 아닌가요?
행복한 마음은 무엇이며, 행복한 상태란 어떤 것일까요? 행복한 느낌이란 각자 주관적이며 그 조건도 각양각색일 겁니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개인적 느낌이 가장 중요한지, 아니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나 사회 구조적 모습이 더 중요한지, 오늘 정세미 강연을 통해서 이러한 것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원신흥동 성당 사제관 맞은편에 도안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앞쪽에 가면 전주콩나물국밥집이 있는데요. 아주 맛있습니다. 제가 아침 일찍 해장국을 먹고 나오면 그 시간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열심히 학교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침 7시 30분 경의 풍경이죠. 그런데 이후로 밤 늦게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1~2학년은 10시, 3학년은 밤 11~12시까지 있는 것이죠. 이 아이들은 어쩌면 집에 가면 고작 잠만 자고 학교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10대 학생들, 저 아이들은 과연 행복한 마음일까? 학생들은 행복할까요?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면, 행복해질까요? 지금 청년들 보면 뭔가를 계속 걱정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하고 나면 이제 마음 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까요? 결혼해야죠. 내 집 마련해야죠. 자식 낳아야죠. 쉽지 않은 현재와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느낄까요? 속초로 가면 될까요? 포켓몬 잡으러 가면?
어제 농민주일을 맞이하 우리 성당에서 농민 교우님께서 자신의 체험담을 여러 교우들에게 나눠주셨습니다. 그 내용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쌀 한가마를 21만원에 팔 수 있도록 약속한 대통령이 있었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 쌀값이 20년 전과 똑같이 12만원 정도입니다. 그렇게 약자인 농민은 푸대접을 당하고 있는데 그래도 농사짓는 농민을 행복할까요? 과연 행복은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삶의 여건인지에 대해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우리 본당의 열심인 대학생 청년들이 있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요. 그래서 "어딜 가는거니?"하고 물으면, "어딜 가죠."합니다.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겁니다. 대학 등록금을 벌어야만 하는 겁니다. 어떤 학생은 부모님이 안 계시고 할머니와 살고 있기때문에 벌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등록금 반값을 기대하면서 행복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나몰라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울고 불고 애통해할 때도 청와대로 찾아오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최고권력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아예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 그러면서도 낯두껍게 자리를 차지하는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불행이 겹겹이 쌓인 주변을 못본 체 하며 단지 개인의 성실성과 능력을 재는 저울에 각자의 무게를 달며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미카 예언자는 무엇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가고, 무엇을 가지고 높으신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지 묻습니다, 번제물을 가지고, 일 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그분 앞에 나아가야 하는지, 수천 마리 숫양이나 만 개의 기름강이면 주님께서 기뻐하실지...
그러나 그런 재물들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차별이나 반칙이나 거짓없는 공정을 실천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고 신의를 다하며, 허세와 위선과 겉치레에 자신의 품위와 인격을 맡기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겸손하게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을 주님께서 요구하고 계십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러나 한 개인의 행복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쉽게 무너져 내립니다. 한 개인이 도달해야 하고 쟁취해야 할 행복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행복이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행복은 숙제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누리는 삶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도달하고 지켜야 하는 그런 행복이 아니라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어깨 동무하며 걷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이 미사 중에 기도하고 다 함께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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