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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가톨릭 뉴스

[20151031] 10월 마지막주 강정소식 - 제주평화의섬 실현위한 천주교연대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9.

10월 마지막주 강정 현장 소식


1. 지난주 일요일 현장팀과 수녀님들  2. 서울교구, 대전교구와 면형의집  

3. 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수녀님들  4. 광주신학교, 서울교구 10지구 수녀님들 


25일 일요일과 26일 월요일에는 강정현장팀에서 27일에는 대전교구, 서울교구, 면형의집 28일에는 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회에서 29일에는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광주신학교, 서울교구10지구 수녀님들, 30일에는 공릉동성당에서 31일에는 강정현장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토요일 미사에는 ‘저항하는 섬 오키나와’의 공동저자 캐빈 맥코맥과 서승교수가 현장미사에 참석했다.





반가운 무죄소식!

수 없이 많은 재판을 받고 있는 강정주민들에게 반가운 무죄소식이 전달됐다. 2012년 2월 강정포구를 원천 봉쇄한 것에 항의해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을 받던 강정주민들에게 무죄가 선고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당시 경찰의 포구 원천봉쇄 조치가 적법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허일승 부장판사는 “당시 강정 주민들이 카약을 타고 해상 감시활동에 나서는 것을 포구에서부터 막아선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조 회장 등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상 공사의 환경오염 감시에 나선 부분에 대해 “공사 현장에 출입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범죄행위로 보기 어렵다”면서 “설령 공사 현장에 출입했다 하더라도 경범죄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간 불법공사에 저항해 온 주민들의 모든 행동이 불법으로 규정되고 수많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벌금의 압박을 받아 온 상황에서 단비 같은 무죄 선고 소식이었다.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기도해 주세요

 

10월 29일 김종화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사도 바오로는 로마인들에게 세상의 온갖 환난과 역경과 시련이 오더라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굳건하기를 기도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로마 8,35)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가 제3차 선교여행을 하면서 고린토에 체류하고 있었을 시절에 이 편지를 집필했으리라고 봅니다.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다 전한 뒤(15,19), 때마침 예루살렘에 든 기근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마케도니아와 아카이아에서 모금한 것을 가지고(15,16)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 고린토에서 석 달 간 체류하면서 집필했을 것으로 여깁니다(사도 20,2-3).

 

사도 바오로는 로마교회를 직접 세운 것이 아니었지만,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를 선교지의 중심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많은 교회에서 당면한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로마서는 사도바오로의 굳건한 믿음과 온전한 사랑을 통해 신앙의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사도 바오로의 시대 이후 지금까지도 이러한 신앙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복음의 기쁨을 통해 우리가 겪는 가장 큰 위협으로 “교회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음울한 실용주의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앙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교종께서는 이어서 “패배주의”에 대한 경고를 하시며,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의 혁명”을 이루는 희망의 징표가 되라고 촉구하십니다. “우리 형제자매들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나만 잘 살자는 “웰빙 정신”에서 벗어나,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의 세속성”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 정신에 가장 반대되는 세속의 길이 무엇일까요? 바로 총과 칼로 세상의 평화를 줄 수 있다는 군사주의 문화입니다. 특히 제주 강정 해군기지는 국민들의 혈세를 이용해서 대한민국을 훌륭하게 지켜줄 수 있는 군사시설이나 되는 것처럼 건설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전쟁중독자들은 인간이 만든 무기와 군사력으로 자신들의 평화와 행복을 지켜낼 수 있다는 착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군사문화는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가 아니라 인간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세속성의 집합체인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께서는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책에서 군사주의 문화의 해악성에 대해서 명료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은 몇 년 전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선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기에 많이 부끄러웠나 봅니다.

 

“지난 시절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한반도의 반쪽을 전리품으로 얻었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에서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평등한 동맹국이라면 절대 이럴 수는 없다. 약소국의 슬픔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많은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의 이런 기막힌 관계를 모르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미군이 일으키는 군사주의 문화를 직접 겪으시면서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처참히 짓밟힐 수 있는지를 글로서 통탄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정신이 무서워서, 그분의 글이 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서 아마도 군은 자신의 정체가 들켰다고 생각해서 불온도서로 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약하고 병든 이들의 생명을 우선시했고 그들의 삶을 아파했으며, 한 나라의 국익보다는 상처받고 쓰러지는 약자를, 경제발전보다는 가난한 이들과의 인간적 공감이 우선이었습니다. 그것이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름진 고깃국을 먹은 뱃속과 보리밥 먹은 뱃속의 차이로 인간의 위아래를 구분지어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평화운동가인 브루스 개그논 또한 제주의 한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대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될 것이며, 미국이 그간 펼쳐왔던 정책과 동아시아의 정세를 토대로 할 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데 가장 적절한 요충지가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는 “진실을 말한다면 지금의 미국은 한마디로 전쟁에 중독된 상태다. 군사 생산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큰 수출산업이다. 미국에 보다 많은 무기들을 수출할수록 보다 많은 전쟁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지스함에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되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선제 공격한 이후에 사용될 방안이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들을 파괴하고, 남아있는 미사일로 보복이 이뤄질 경우 미사일 방어체계를 작동해 남아있는 무기들을 쓸어 없앤다는게 미국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국에도 주한 공군기지가 있는 오산에 미사일 방어체계에 주요한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미국은 그것도 모자라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괌, 필리핀, 일본 오키나와 등 아시아 전역에 설치하고 있다. 육해공 모든 레이더에 걸쳐 통제하려는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개그논은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미국의 많은 전력을 아시아 태평양에 배치하는 것”이라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사실상 ‘중국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는 격’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해군기지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군기지가 될 제주 해군기지는 앞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파괴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지대가 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군사력을 부추기며 군사주의 문화를 확장하려는 세력들은 총과 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논리를 항상 내세웁니다. 하지만 총과 칼은 진정한 평화를 주지 않음을 전쟁의 상흔을 통해 우리들의 두 눈으로 지금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권선생님의 마지막 유언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물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고인이 되신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를 읽으면서 사도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또한 유서의 형태로 신앙인들에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 인간의 그 어떠한 힘이나 권력, 군사기지도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