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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와 문헌/시민단체성명서

밀양송전탑 15인 병합사건 2심 판결에 대한 밀양대책위 입장사무국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2. 12.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로 인해 기소돼 1심에 징역형와 벌금형을 받은 밀양 주민들의 항소가 기각됐다. 이에 주민들에게 선고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1년씩과 벌금 2백만원의 원심을 유지됐다. 창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밀양주민 1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주민들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목소리가 소수이거나, 국가시책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그 의사를 표명하려는 것은 법치주의를 배격하기 때문에 이에 합당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를 시민불복종권의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시민불복종운동이라 하더라도 실정법 테두리와 법치주의를 벗어나면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즉각 반발했다. 다음은 밀양송전탑 15인 병합사건 2심 판결에 대한 밀양대책위 입장문이다.



 

12년의 투쟁, 이미 만신창이가 된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법의 칼날을 휘두르다!

- 밀양송전탑 관련 15인 병합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한 밀양대책위 성명서

 

창원 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2012년 이후 밀양송전탑 관련 시위 현장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67명 중 가장 많은 15인의 주민 사건이 병합된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 및 주민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아래와 같이 1심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 판결했다.

 

윤00(79)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이00(75)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한00(70)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이00(45)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정00(76)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최00(64)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송00(62)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김00(61)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장00(62)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백00(65) 벌금 200만원

문00(50) 벌금 200만원

서00(58) 벌금 200만원

박00(56) 벌금 200만원

성00(50) 벌금 200만원

서00(58) 벌금 200만원

 

* 1심에서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이00(85), 장00(75), 장00(77)는 검찰 및 주민 모두 항소 하지 않음

 

2015년 9월 1심 선고 당시, 투병중이거나 고령인 주민들에 대한 높은 형량 선고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이번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권혁근, 배영근, 김동현, 정상규, 김자연, 신훈민, 서국화, 김태형 변호사 등 8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밀양송전탑주민법률지원단은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1심에서 문헌 연구를 중심으로 법리적으로 다룬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시민 불복종’ 논리를 더욱 상세하고 치밀하게 다루는데 온 힘을 집중하였다.

 

총 5차에 걸친 2심 공판에서 2013년 국회 산업통상위가 주관한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에서 주민 측 위원으로 일한 하승수 변호사는 당시 밀양송전탑 공사는 주민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기존 345kV 3개 선로를 통해 신고리 3~4호기 전력 송전 우회 송전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한국전력이 이를 대필보고서와 날치기로 이를 무마한 사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증언하였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전력정책에 관한 대표적인 민간 전문가로 활동해 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이 인위적으로 수요를 부풀려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건설해온 이력과 현재의 전력수요 또한 감소 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밀양송전선로 건설은 긴요하지 않는 사업이었음을 증명했다.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송전선로 노선 선정의 부당함과 일방적 추진, 한전의 술책에 의한 마을공동체 분열 과정을 상세하게 증언하면서 결국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주민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력을 상세하게 증언하였다.

 

또한, 이번 2심 재판 과정에서는 그동안 다루지 못한 한전의 위법사항(공사용진입로 부지에 대한 산지 전용 및 일시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부분)을 추가 제기했고, 현장 공사 직원에 의한 주민 폭행 사건, 경찰관의 모욕 사건 인부 폭행 부분에 대해서도 증인 신문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시민불복종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방어권의 표현임에는 마땅하나, 이것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주민들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경찰 및 찬성 주민들에게 행사한 불법적인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며 수백쪽에 해당하는 자료와 증언자료를 간단히 무시하고,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특히, 변호인단이 시민불복종의 주장 범위를 공사 진입로 또는 공사현장에 연좌하거나 공사장비에 몸을 묶은 행위 등 소극적인 저항행위로 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행위를 일괄적으로 폭력행위로 규정하면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중대한 심리미진에 해당하는 것이다.

 

재판이 끝나고, 주민들은 1시간여동안 재판정 앞에서 그동안 참아온 분노와 슬픔을 쏟아냈다. 일부 주민은 눈물을 흘리며 “최순실이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생존권 지키는 주민들은 이리도 무참하게 짓밟는다”며 정부와 한국전력, 그리고 재판부에 분노했다.

 

상동면 김영자(61) 주민은 “송전탑 공사 막느라고 차량에 치여 다리를 다쳐서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송전탑 일로 한동안 두통으로 고생했는데, 오늘 그 통증이 다시 도지고 있다. 철탑 막으면서 다 잃어버렸다고 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떳떳하다고 자부했는데, 또 통증이 도진다. 너무 억울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부북면 정임출(76) 주민은 “찬성 주민들은 지난 설에도 쇠고기와 사과 선물세트를 돌리며 희희낙락했다. 우리는 그동안 창원을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호소하고 또 호소해도 헛일이다.”며 절망감을 토로했고, 이남우(75) 주민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주 작은 진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철탑 밑에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 괴롭다. 그래도 우리는 재판부의 양심에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옥순(70) 주민은 “차라리 지금 들어가서 징역을 살고 싶다”며 한동안 재판정 앞을 떠나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 4년이 넘는 시간동안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수십번이 넘게 다니면서 공권력과 법이 작동하는 방식을 몸으로 알게 되었기에 이번 판결에서 큰 진전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 국가 공권력에 맨몸으로 맞서고 마을 찬성주민들과 한전의 분열술책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마음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받아들여줄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 투쟁으로 병을 얻어 지금도 투병 중임에도 재판정에 서야 했던 주민들의 사정, 그리고 이미 논리적으로도 밝혀진 바와 같이 밀양송전선로 공사가 잘못된 전력 정책의 부산물이자, 전형적인 국가 폭력이라는 사실에 기반하여 판결 속에 조금이라도 반영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실정법을 위반한 폭력’이라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했다.

 

햇수로 12년에 접어드는 밀양송전탑 저항의 과정에서 이미 주민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철탑은 모두 들어서서 전기가 흐르고 있고, 재산권은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마을 공동체는 여전히 찬성과 반대의 분열 속에서 이를 부추기는 한전의 책동, 선물과 공짜 여행과 찬성 주민들의 조롱으로 심신이 말할 수 없이 지쳐 있다. 그 사이 발병하여 투병중인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지켜보듯, 법에 의한 지배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를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는 고령 노인들의 절망적인 저항은 무참하게 짓밟혔다.

 

70대 노인 11명이 기소당하고, 80대 노인을 임의동행하는 무리한 입건과 캠코더를 든 손으로 무례한 언사를 남발하는 10여세 연하의 찬성 측 주민의 머리를 살짝 밀었는데, 뇌진탕으로 2주진단을 가했다는 이유로 상해 죄로 기소되는 황당한 기소 남발,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죄도 참작도 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입건조차 되지 않을 상황들이 다수였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2년 이상 견뎌오면서 경찰, 검찰, 법원을 1인당 수십차례씩 드나들어야 했고 대부분 집행유예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받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사법부가 이 역할을 방기했다면, 우리는 다시 정치를 통해 우리의 억울함과 저들의 부당함을 입증하고자 한다.

 

현재, 밀양대책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경수(김해을) 의원실 주관으로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과 함께 ‘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의 폭력의 진상을 밝힐 것이다.

 

아울러,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주관으로, 대표적인 송전탑 피해 지역인 청도, 횡성, 당진, 군산 주민들과 함께 ‘국회 차원의 재산 건강 피해 조사’를 위한 청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는 밀양 송전탑 투쟁 과정에서 주민들이 입어야 했던 인격적 모멸과 생존권 침탈의 실상에 대해 언젠가 국가가 나서서 그 진상을 밝히고 사죄할 때까지 우리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고, 물러설 수도 없다.

 

2017년 2월 2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 문의 : 밀양송전탑주민법률지원단 간사 정상규 변호사 010 9024 1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