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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온세상 뉴스

전쟁이 남긴 대전의 상처를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9. 9. 14.

전쟁이 남긴 대전의 상처를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회

임재근 사진특별전 <콘크리트 기억>

9월 28일(토)까지, 테미오래 6호 관사에서


옛 충남도지사관사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마을 '테미오래'(대전 중구 보문로 205번길, 대흥동)의 6호 관사에서는 분단과 전쟁이 대전 지역에 남긴 상처에 대한 기억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하고도 구체적인 기억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이름은 <콘크리트 기억>

'콘크리트(concret)'는 '사실에 의거한, 구체적인'이란 형용사인 동시에 명사로는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골재 따위를 적당히 섞고 물에 반죽한 혼합물로 토목공사와 건축의 주요 재료이다. 




전시회는 한국전쟁이 대전 지역에 남긴 상처들을 증거하는 사진 27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회의 제목 그대로 그 기억을 '콘크리트'라는 단어로 집약시켰다. 대전에 남긴 상처들을 '콘크리트'처럼 음미하며 관람할 수 있는 사진 27점에는 크게 3가지 기억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번째는 한국전쟁 발발 전 대전형무소로 끌려온 동포들을 감시하던 대전형무소와 망루, 두번째로 전쟁 발발 3일 만에 학살 터가 된 산내 골령골,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군이 피난민을 향해 쏜 총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근리 쌍굴다리의 콘크리트 벽에 대한 기록들이다. 


전시회를 개최한 임재근 작가는 '콘크리트 사진전'를 개최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콘크리트(concret)' 그 단단함 때문에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콘크리트(concret)' 아직도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단단한 벽이 있다.

'콘크리트(concret)' 앞으로 우리가 평화를 만들기 위해 굳건히 지켜야 할 연대다.


작가는 과거의 콘크리트를 어떻게 오늘과 미래로 연결해야 하는 지를 이렇게 증언한다. 이에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블로그 <정의와 평화>(이하 정평위)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콘크리트 사진전>이 어떤 의미로 대전의 시민들에게 다가왔는지를 소개한다. 다음은 2019년 9월 14일(토) 오전 방문한 전시장에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왼쪽이 임재근 작가이다. 정평위의 질문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중


  • 정평위
    사진전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대전형무소-골령골-노근리라는 세가지 테마를 포착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의미를 설명해 준다면?

  • 임재근
    이 전시의 시작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에서 대전형무소터, 산내골령골, 노근리까지 전쟁의 상처를 입은 현장들을 기행하고 회상하는 일들을 해온 것에서 비롯된다. 그 와중에 노근리 평화재단 측에서 로비의 전시관에서 사진전을 하자는 기획요청을 해왔다. 그동안 평화와 통일교육을 해오던 중에 그 제안을 듣고 그동안의 평화기행을 다니며 틈틈히 찍었던 사진들을 추려보았고, 그렇게 구성을 하면서 우리가 다녔던 길과 흔적을 정리했고, 그 흔적들을 찾다보니 그 시작이 대전 감옥이었고, 감옥에서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서 다시 노근리로 이어지는 데 그 이전에 그 흔적들이 있기에 세가지가 연결되는 과정의 흔적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저는 크게 4가지로 본다. 그리고 이것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 정평위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면서 대전형무소터-골령골-노근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대전 지역의 기본적 테마로 본다면, 이 외에도 우리가 대전시민으로서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나?

  • 임재근
    많이 있다. 우선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착취의 현장들이 원도심에 많이 있다. 다만 저항의 흔적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제 강점기를 주제로 한 전시관이 옛 충남도청사 1층 근현대전시관에 있기는 하지만, 언뜻 보면 일제에 의해서 근대화된 도시로 대전이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실제 전시할 수 있는 소재들이 일본이 만든 흔적들은 많지만, 저항의 흔적들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남아있는 건축물로 보면 충남도청사가 1932년도, 관사촌도 1932년 같이 만들어진 흔적들이고, 공주에서 도청이 이전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임재근 작가는 정평위의 질문에 시종일관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했다.


  • 정평위
    사진전의 제목을 '콘크리트'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 임재근
    처음 시작은 제가 찍은 사진의 피사체들이 대부분 이러한 콘크리트나 돌로된 피사체들이 많았다. 망루 역시 벽돌도 있지만 외벽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노근리 쌍굴다리도 그렇고, 터널같은 경우도 바깥쪽은 적벽돌도 있지만 안쪽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있어서 콘크리트에 시선이 갔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가지 의미를 연결했다. 이것이 만일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었더라면 70여년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 단단함 때문에 이 기억을 현재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게 첫번째 콘크리트에 붙인 의미였다. 두 번째로는 이 주제 자체가 민간학살과 전쟁에 대한 테마인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 테마에 대한 매우 거부감이 있고 진실을 밝혀내는 데 두려워하거나 막으려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아서, 이 장벽이 아직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 벽을 넘어서 평화시대로 가려면 혼자만의 힘, 피해자만의 힘이 아니라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굳은 연대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부여하며 콘크리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테미오래'(대전 중구 보문로 205번길, 대흥동)의 6호 관사에서 9월 28일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정평위
    그러면 우리가 넘어야 할 벽에 대해서 예를 들면 무엇이 있을까?

  • 임재근
    산내 골령골의 안내판에 적힌 '학살'이란 글씨에 누군가 스프레이를 뿌려서 글씨를 안보이게 만들었다. 비석에는 돌멩이로 찍어서 글씨의 흔적을 망가트리기도 했다. 이것은 제가 두 번째로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사회의 거부감에 대한 증거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넘어야 할 마음의 벽이다. 스프레이를 칠하고 돌맹이를 찍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마음의 장벽을 치고 있는 것일까? 골령골에 대해서 콘크리트와 연관지어 갖는 의미 역시 그런 것이라고도 본다. 

임재근 작가(왼쪽)는 정평위 블로거의 질문에 시종일관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 정평위
    최근 토착왜구이거나 친일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 임재근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이했지만 자주적 해방의 한계로 인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 학살이 가중화되고 그것이 오늘에까지 이어져서 친일세력의 후예 또는 잔존세력들이 아직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 전쟁 당시에 학살을 당하신 분들 중에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분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민간인 학살이 폭넓게 진행된 것은 친일세력들이 전쟁이란 긴박한 상황을 악용한 경우에 해당된다. 자신들의 과오를 밝힐 수 있는 증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종의 국가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지금의 상황도 그 후예들이 진실이 밝혀질 경우 잃게 될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마치 친일파들이 반민특위에 의해 처벌받고 자신들이 누린 권력과 부를 빼앗길까봐 저항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6호 관사의 복도는 마치 터널을 연상시킨다는 임재근 작가의 설명이 있었다.


  • 정평위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임재근
    제가 펼쳐놓은 27점의 사진들을 통해서 역사적인 사실들이 확산되고 올바른 역사인식이 폭넓게 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 정평위
    노근리 전시장에서 두 달, 그리고 이 곳에서 한 달 전시회를 갖고 있다. <콘크리트 기억> 전시회와 관련해서 앞으로의 다른 전시 계획이 있나?

  • 임재근
    9월 28일(토) 이곳에서 전시회를 마친 후 10월 경에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를 계획 중에 있다. 계획이 확정되면 알리겠다.

  • 정평위
    마지막으로 임 작가님이 활동 중인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를 소개해달라

  • 임재근
    대전에서 주로 활동하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들을 중심으로 평화의 소중함, 통일의 절박성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민간단체이다. 


임재근 작가는 6호 관사의 방들과 좁은 복도들에 전시된 27점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한편 <콘크리트 기억> 사진전은 지난 7월 2일 노근리 평화공원 전시장에서 2달 가까운 기간동안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후 대전의 테미오래 '상상의 집'에서  9월 1일부터 9월 28일(토)까지 약 한달동안 개최된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작가의 말 

'긴 터널의 어둠을 뚫고 한 줄기 빛이 쏟아지듯이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바로 평화이다.' 


전시회장 관련 사진들(2019/9/14 토)

전시장의 한쪽 방에서는 전시회의 테마를 집약한 영상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회장을 찾는 이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사진 엽서

옛 충남도지사관사촌을 중심으로 형상된 문화마을 '테미오래'의 거리





전시장에서 받은 엽서들을 모아서 찍어보았다.

 

산내 골령골을 알려주는 안내판의 '학살'이란 글자를 누군가 스프레이로 지웠다.
(사진출처: <임재근 사진전, 콘크리트 기억> 사진집 25쪽)
 

사진집 <임재근 사진전, 콘크리트 기억>, 도서출판 문화의 힘. 값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