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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와 문헌/시민단체성명서

[20101222] 명동성당, 재개발이 아닌 세계문화유산을 위한 성지로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2.

2010년 12월 22일

[성명서]

명동성당, 재개발이 아닌 세계문화유산을 위한 성지로



세계에 유래가 없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한국 가톨릭교회는 우리민족의 문화적 바탕 위에 공존하여 발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산출된 적지 않은 성지와 교회건축물의 문화유산이 있다. 그 중 명동성당은 도심지 내에 위치하면서 한국가톨릭의 상징적 공간으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성지유산이기도 하다.


그린데 최근 재)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이 명동성당의 재개발을 추진하여 성당 땅의 대부분에 지하 4층의 지하구조물을, 대성당 오른쪽에 지상 12층의 건축물을 짓기로 하였다. 소위 명동성당 재개발로 불리어지는 이 안은 그동안 많은 논란 끝에 원안에서 지난 12월 2일 문화재 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재개발안은 명동성당은 동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의 거대한 건물벽에 둘러쌓는 것이 된다. 명동성당의 성스러움과 지금까지 유지돼 오던 역사성과 장소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11월 26일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명동성당의 가치가 논의된 것을 알고 있다.


  • 명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구조와 순수한 고딕 양식의 공간체계로 지어졌으며, 아시아권에 지어진 성당건축으로 내부공간구성과 의장적 조화가 빼어난 건물이다.

  • 명동성당은 주재료인 벽돌을 국내에서 자작 생산하였으며, 전통재료인 전돌의 의장기법을 응용한 회색과 적색의 이형벽돌을 사용해 석조 유럽 중세성당의 조각적 장식을 벽돌조로 표현하므로서 건축적 가치가 탁월하다.

  • 명동성당은 본당 설립 이후 120여 년간 줄곧 한국 천주교 신앙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오랜 박해에서 획득한 신앙자유의 상징, 소외 받고 가난한 민중의 안식처요, 민주화운동의 상징 역할을 하여온 정신적, 무형의 가치가 있다.

  • 명동성당 뿐만 아니라 인접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과 계성여자고등학교 구역을 포함하여 오래된 벅돌조 건물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장소적 맥락과 함께 도심속 아메니티(amenity)를 만들어주는 경관적 가치가 탁월하다.

  •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기준에 합치되는 것으로 세계문화유산, 혹은 그 잠정목록으로 등재활 수 있다. 재개발이라는 물질보다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명동성당이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훼손한다면 생명과 경건의 교회 정신을 망각하고 물신주의와 세속화로 나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명동성당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문화재로써 국민의 자산임에 분명하며 그것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하여 많은 국가예산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지난 2003 년부터 80 여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명동성당의 보존을 위해 사용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이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사용한 명동성당이 그 주변과 함께 재개발을 감행할 경우, 국민적 자산의 파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명동성당 측은 성당의 안전성에 대해 많은 조사와 검토를 해 왔다고 말하지만 바로 옆에 12층의 병풍과 같은 건물을 세웠을 때에 남산을 배경으로 한 풍압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했는지 묻고 싶다. 높은 지대에 서 있는 대성당은 지금도 종을 칠 때마다 흔들리고 있다. 풍동(풍압에 의한 건물의 움직임)의 문제는 110 년 전의 벽돌쌓기로 지은 건물을 작은 바람으로도 붕괴시킬 수 있다.


지하4층까지 땅파기 하여 수백대의 주차장을 만든 재개발은 차가 움직일 때마다 진동을 가한다. 마사토(모래 흙)위의 벽돌 건물은 사막 위의 모래성과 다르지 않다. 예견되는 미세진동의 축적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때 참사로 닥쳐올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성당의 서측은 남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있다. 그 물길은 성당 대지의 지하를 안정하게 지탱하는 지하수위를 갖고 있다. 거대한 구조물로 지하 20m 를 파고 들어가 지하수위를 변동하면 성당건축물의 침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위험천만한 재개발 사업은 누가 추진하고 누구의 손에 이끌려 가는가? 언론은 이 재개발사업을 문화재청이 한다고도 하고 서울시가 하는 사업이라고도 한다. 성당의 신도 헌금 30억이 지난 번 성당 보수공사 사용되었다. 왜 신자들은 알지 못하는가? 성당 재개발사업이 어찌하여 일부 성직자 그들만의, 그들만을 위한 사업이 되는가?


이제 우리는 명동성당의 재개발을 중지할 것을 정중하게 요구한다. 명동성당은 당대의 관리자들의 소유가 아니다. 명동성당을 구성하는 그 주변도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선대가 창출했던 유산을 잠시 보관하고 있다가 그들의 후대 형제들에게 전해줄 의무만 갖고 있다. 오직 꼬스트 신부와 뮤텔 주교만이 변형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한다.


대성당뿐만 아니라 구 주교관(현 사도회관)과 사회복지관도 그 땅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한다. 구 주교관은 대성당보다 더 깊은 역사인 120년 전의 건축물이고 그 모듣 땅은 130여년 전부터 성지였다.


우리는 작은 마구간의 구유 앞에 성모 마리아의 아기 예수가 탄생한 2010년째 되는 성탄절을 앞두고 이 자리에 섰다. 한국 가톨릭의 역사와 양심 앞에, 한국 민주화와 가난한 자들의 인권 앞에, 그리고 그것의 무분별한 파괴의 앞에 섰다. 


이에 우리는 감히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천주교 서울교구는 명동성당 재개발 계획을 중지하고 한국 가톨릭의 상징으로서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하여야 한다


2. 문화재청은 구주교관과 사제회관을 포함하여 명동성당 전체영역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여야 한다.


3. 한국 천주교는 가톨릭의 성지이고, 인권과 민주화의 전당인 명동성당 일원의 원형보존에 앞장서야 한다.


2010.12.22.


(사)도코모모 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