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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앙인에게- 유경촌 주교가 풀어쓴 가톨릭 사회교리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4. 2. 5.


21세기 신앙인에게- 유경촌 주교가 풀어 쓴 가톨릭 사회 교리

유경촌 (지은이) | 가톨릭출판사 | 2014-02-05| 정가 10,000원 | 292쪽



성숙한 신앙인이 되려면 



성숙한 신앙인이 되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윤리신학자이자 서울대교구 신임 주교인 유경촌 주교가 그 길을 알려 준다. 다섯 편의 글을 통해서, 개인적인 신앙도 중요하지만 눈을 크게 뜨면 가정, 사회, 국가, 멀리는 전 우주까지 모두 하느님의 손길 안에 있는 공동체임을 깨닫게 된다는 깨우침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하느님을 용서한다고?〉에서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제시한다. 2~3장 〈하느님은 왜 당신 이름을 알려 주시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하시는가?〉와 〈일곱 번째 계명에 대한 21세기적 응답〉에서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십계명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이를 실천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4장 〈교황청 사회 문헌을 통해 살펴본 재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서는 교황청 사회 문헌 〈새로운 사태〉부터 〈백주년〉까지 세세히 설명하면서 재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5장 〈친환경적 민족 공동체를 향하여〉에서는 개인과 사회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까지 짚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룰 때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유경촌 주교가 전하는 성숙한 신앙인의 길 


이 책에서 유경촌 주교는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성숙한 신앙인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윤리신학자로서 오랫동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신학생을 양성하고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된 유경촌 주교는 오늘날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실천을 해야 하는지 그 실천법까지 알기 쉽게 말해 준다. 무엇보다도 사회 교리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공동선 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앙과 인격의 성숙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유경촌 주교는 소시민적 ‘개인 윤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다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윤리, 즉 ‘사회 윤리’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지까지를 말한다. 즉, 자기 자신만을 보는 개인은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느님 안에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고 함께 나아가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까이는 가족과 타인, 그리고 사회와 국가, 자연 환경, 그리고 더 먼 우주까지 눈길을 둘 때 비로소 하느님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 속에서 유경촌 주교의 개인적인 신앙에서부터 생태 환경적인 사회 교리까지 일관된 시선이 묻어 나온다. 그것은 가장 작은 것을 소중히 하며, 그 작은 것을 아끼고 노력해야 한다는 겸손한 마음과, 하느님의 말씀을 단지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분명하게 식별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그리고 현세에서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지 않고 너와 나를 하나로 여겨야 한다는 열린 마음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우리 신앙이 한 뼘 더 성숙하기를 5


1. 하느님을 용서한다고? 15


신앙의 어린아이 17  /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법 22  / 어린아이는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33  /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56



2. 하느님은 왜 당신 이름을 알려 주시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하시는가? 59


십계명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61  / 이름이 가진 힘 64  / 하느님의 이름이 가진 의미 69  / 윤리 신학에서 보는 두 번째 계명의 의미 74  / 새롭게 조명해야 할 하느님의 법 87  / 십계명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길 93 



3. 일곱 번째 계명에 대한 21세기적 응답 99


일곱 번째 계명 다시 보기 101 / 재물이란 무엇인가? 107 / 일곱 번째 계명의 목표는 정의의 실현 115 / 새롭게 요구되는 생태 정의 133 /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은 계명의 완성 136 /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신앙인의 삶 139



4. 교황청 사회 문헌을 통해 살펴본 재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143


새로운 사태(1891년) 147 / 사십주년(1931년) 151 / 하느님이신 구세주(1937년) 153 /  어머니요 스승(1961년) 155 / 지상의 평화(1963년) 158 / 사목 헌장(1965년) 159 / 민족들의 발전(1967년) 161 / 팔십주년(1971년) 165 / 세계 정의(1971년) 166 / 현대의 복음 선교(1975년) 169 / 노동하는 인간(1981년) 170 / 자유의 전갈(1984년) 172 / 자유의 자각(1986년) 174 / 사회적 관심(1987년) 176 / 백주년(1991년) 179



5. 친환경적 민족 공동체를 향하여 183


오염과 파괴로 병든 한반도에서 185 / 반(反)생태적 남북 분단의 모습 189 / 왜 친환경적 민족 공동체인가? 205 / 민족의 전통적 생태 의식을 공유하는 한민족 212 / 하느님께서 만드신 좋은 세상 221 / 우리의 발걸음 249 / 하나의 생태계 256


주석 261





(24쪽, ‘하느님을 용서한다고?)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깊이가 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 하느님으로부터 샘솟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나누는 사랑은 곧 하느님에 대한 봉헌으로 연결된다. 즉, 이웃에게뿐만 아니라, 하느님에 대해서도 자신을 개방하게 되며 하느님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 단순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고 위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곧 ‘남을 남이라 여기지 않고 나 자신으로 느끼는 것’이다. 



(32-33쪽, ‘하느님을 용서한다고?)


인격적 성숙이 신앙으로 연결되어 하느님 앞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갖게 되면 우리는 하느님까지도 용서해 드릴 수 있게 된다. ‘하느님을 용서해 드린다’는 표현이 어폐가 있겠지만, 이 말은 하느님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섭섭함 등을 극복하는 것을 뜻한다. 왜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밖에 만드시지 않으셨을까?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을까? 내가 하느님께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정성을 다했는데 나에게 돌아온 결과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 세례 받고 열심히 살았는데, 오히려 사업은 망하고 사랑하는 남편이, 부인이, 부모가, 자식이 불치의 병으로 고통당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우리는 신앙생활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대한 명쾌한 즉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앙적으로 성숙한 경지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누리게 될 축복에 오히려 감사할 수 있다. 닥쳐온 고통이 산더미처럼 크다고 하더라도 함께 짐을 나눠 지시고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현재의 고통과 십자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짊어지신 십자가임을 묵상하며 묵묵히 하느님 앞에 겸손할 수 있게 된다.



(40-41쪽, ‘하느님을 용서한다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영성 생활의 시작이요 끝이며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앙생활은 곧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철이 들어 가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다. 그분이 처음부터 줄곧 자신을 사랑하고 계셨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된 뒤에, 부모의 심정을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때 우리 부모님이 나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셨고, 나를 위해서 그런 많은 일들을 해 주셨구나, 그토록 나를 사랑하셨구나.’ 하는 깨달음과도 비슷하다. 따라서 신앙적으로 ‘철이 든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더 잘 알아 가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83-85쪽, ‘하느님은 왜 당신 이름을 알려 주시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두 번째 계명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분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오히려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진실한 마음이나 행동이 없는 빈말만 늘어놓는 기도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모두가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과 같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잘 따르는 것이다. 곧 그분의 뜻을 잘 따를 때 그분의 이름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言行一致〕.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이 점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하고 그 표시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달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뜻에 상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이름을 빛내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구현하는 것이자, 그분의 이름을 빛내는 삶이다. 



(90쪽, ‘하느님은 왜 당신 이름을 알려 주시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세상의 비구원의 실상을 방치하면서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신앙의 실천, 세상의 변혁을 위한 그리스도교적 투신이 없으면 백번의 기도도 빈말이 될 뿐이다. 정의가 서 있지 않고 불신과 전쟁이 만연하는 세상은 분명 하느님의 뜻과 거리가 멀다. 




(97-98쪽, ‘하느님은 왜 당신 이름을 알려 주시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인간이 홀로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명령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해방 체험에 의해서 온전한 성취가 가능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힘을 주시고, 인간은 그 힘으로 계명을 따라 살 수 있으며, 그런 삶을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의 해방과 사랑을 더 크게 체험할 수 있다. 즉, 하느님께서 몸소 처음부터 인간을 초대하셨고, 그 인간은 초대해 주신 분으로부터 오는 힘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때 비로소 더 큰 초대, 즉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것이다. 



(112-113쪽, ‘일곱 번째 계명에 대한 21세기적 응답) 


창조된 모든 재물은 온 인류를 위한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그 안에 있는 모든 것과 함께 모든 인간을 위해서, 그리고 현재의 세대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해서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 다 지상 재물에 대한 ‘근원적 사용권’을 갖는다. 



(117쪽, ‘일곱 번째 계명에 대한 21세기적 응답) 


따라서 일곱 번째 계명이 외적으로는 단순히 재물에 대한 인간의 처신을 언급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과 더 나아가서 재물의 원주인인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복종까지 뜻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것이 ‘하느님 뜻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신학적인 의미의 정의(正義)의 추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만일 재물을 함부로 다룸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침해하고 또 창조주의 뜻까지 거스른다면 그것이 곧 불의(不義)에 해당한다. 



저자 : 유경촌  

1962년 서울 출생으로 1992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의 상트게오르겐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교구 목5동 성당 보좌 신부를 거쳐 가톨릭대학교 교수, 통합사목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으며, 2013년 8월부터 명일동 성당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2013년 12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되어 2014년 2월 5일 주교 서품을 받는다. 유경촌 주교를 잘 아는 이들은 그를 검소하고 따뜻한 마음과 겸손한 성품을 지닌 분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는 교회의 숨은 일꾼으로 그동안 윤리 신학적 관점에서 가톨릭 사회 교리에 관한 의식을 향상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분이다. 또한 독일에서 환경 윤리를 주제로 윤리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듯이 환경과 생태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은 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