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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와 문헌/교황과 주교

[20090531] 우리는 생명문화 건설의 주역입니다(주교회의 생명윤리위)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19.

2009년 5월 31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제15회 생명의 날 담화문


우리는 생명문화 건설의 주역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 15회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된 ‘죽음의 문화’를 우려하며,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그 심각성도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과 낙태시술 국가라는 오명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생명 경시 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존엄사’라는 미명 하에 하느님으로부터 선사된 고귀한 인간 생명에 대한 침해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움직임 역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생명 문화의 건설’이며, 이는 생명의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에게 맡겨진 고귀한 소명이라고 여겨집니다. 무엇보다도 ‘죽음의 문화’가 팽배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참된 가치와 진정한 필요성을 분별할 수 있는 예리한 비판적 감각과 하느님께 대한 인식을 되찾아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을 깊이 인식해야 하겠습니다(「생명의 복음」 95항 참조).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살은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귀중한 생명을 거부하는 중대한 행위이자, 하느님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자살에는 생명의 하느님은 물론 자기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이웃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사회를 향한 정의와 자비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자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고, 사랑과 관심의 결핍으로 생겨나는 사회적 병리현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의 고귀함과 그 생명을 주신 사랑의 하느님을 거부하고 참된 생명으로부터 멀어지는 불행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의식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하느님 사랑으로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최근 우리는 인간 생명의 시작과 마침의 과정에서 경제적 논리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려는 많은 시도들을 직면하며 크게 염려합니다. 온전한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정부의 주도로 승인되고, 소위 ‘존엄사’라는 미명으로 실제로는 안락사를 제도로 고착시키고자 하는 작금의 움직임들이 고귀한 인간 생명을 한낱 사물로 격하시키고 ‘죽음의 문화’의 골을 점점 더 깊게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오롯이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맡겨져 있다고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모든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가르쳐 왔으며, 인간 배아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온전한 인격체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수정란이든 복제 배아든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인간 인격체로서 그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바로 무죄한 생명이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권리인 것입니다(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 참조). 이러한 교회의 시각에서 볼 때 인간 배아를 생물학적 재료로 취급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인간의 죽음에서 참된 존엄이란 환자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다가온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아들이면서 편안히 눈을 감는 것입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도, 기계 장치에 의존하여 억지로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시키려는 의료 집착도 하느님의 뜻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직 하느님께만 맡겨져 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인간의 손으로 끝낼 수도 있다는 주장은 하느님께 대한 불경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생명의 하느님께 우리의 믿음을 두고,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생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신명기 32,39).


가톨릭 교회는 의학적 진보가 인간 존재의 파괴와 연관되거나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수단을 사용할 때, 또는 인간의 온전한 선에 반대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나아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신앙교리성, 「인간의 존엄」 16항 참조).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데에 그 참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신앙교리성, 「생명의 선물」 참조).

  우리는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생명의 주님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생명을 사랑하시고 기꺼이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생명의 편에 계시고 따라서 진리와 선, 참다운 진보가 생명의 편이기 때문입니다(신앙교리성 「인간의 존엄」 3항 참조). 


교회는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신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생명의 파수꾼(지킴이)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생명문화 건설의 주역임을 명심하십시오.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09년 5월 31일

제15회 생명의 날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  봉  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