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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와 문헌/교황과 주교

[20090605] 생태계 파괴를 담보로 하는 경제 성장은 무의미합니다(주교회의 정평위)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19.

2009년 6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09년 환경의 날 담화문


생태계 파괴를 담보로 하는 경제 성장은 무의미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자원 위기와 환경 위기를 겪는 이 시대에 선진국들이 녹색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데에 발맞추어 우리 정부도 국가 비전으로 ‘녹색 성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녹색 성장’의 정책 방향을 구현하고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논란 속에 백지화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는 경제 발전도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녹색 성장’의 이름으로 생태계 파괴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심각한 모순입니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합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뿐 아니라 지구 생물의 멸종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올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세계의 금융 위기를 성공이나 경력, 돈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주교대의원회의 제12차 정기총회에서 하신 연설). 외형상 돈의 부족이나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지는 금융 위기가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 위기는 인간의 물질적 탐욕을 조장하는 경제주의,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세계화에 그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환경의 가치를 등한시한 경제 행위 과정은 지구의 환경 문제를 악화시켜 왔습니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환경을 파괴하면서 무모하게 행하는 성장 위주의 정책과 개발 위주의 정책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결국 경제 파탄의 요인과 환경 파괴의 요인은 같기 때문입니다.

 

환경은 하느님께서 인류의 공동 선익을 위하여 주신 선물이기에, 인류의 공동 유산인 환경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요구만이 아니라 미래의 요구로까지 확대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467항).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오늘날 금융위기로 비롯된 세계의 경제 위기를 이 시대의 징표로 보고,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소중한 ‘환경’을 살리고 보호하는 것이라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009년 6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