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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정평위 뉴스

김용태신부강론. 우리도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자 합니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2. 20.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2017년 2월 20일(월) 저녁 7시, 대전 전민동성당 2층 성전을 가득 메운 이들이 다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세미(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강연) 제84차 강연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대전전민동 성당에서 열린 이번 정세미에는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4.16 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작가와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등 세 명이 발표자로 나서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 등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7시 45분 강연에 앞서 시작된 미사 주례를 맡은 대전 정평위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는 강론을 통해서 "지금 우리나라도 더러운 영들에 사로잡혀 혼란스럽고, 불구덩이 속으로 내던져 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주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나라를 파멸에로 이끄는 저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용태 신부의 미사 강론


 주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자 합니다. 


2017년 2월 20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정세미 강론

(마르 9,14-29)

김용태 마태오 신부(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더러운 영을 쫓아내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쫓아내시기 이전에 이 더러운 영이 아이에게 가했던 짓을 보면 기시감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더러운 영이 아이를 사로잡아 거꾸러뜨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아이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 영은 아예 아이를 죽이려고 불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집니다. 이 모습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안 드십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더러운 영들에 사로잡혀 거꾸러지고 있습니다. 경직되고 무질서하며 혼란스럽고, 불구덩이 속으로 내던져 지고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말하지 못하게 듣지 못하게 하려고 더러운 영들이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나라를 파멸에로 이끄는 저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길거리에서 광장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촛불을 켜들고 거대한 구마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할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더러운 영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는 예수님의 충고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과도 같은 뜻입니다. 


요약해보면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것은 기도와 믿음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것은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하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내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저 더러운 영을 몰아낸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저들의 힘에 또 다른 힘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정의라는 순수한 가치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들의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평화라는 순수한 가치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들의 정치적 음모에 또 다른 정치적 술수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양심이라는 순수한 가치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또 다른 이해관계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라고 하는 순수한 가치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들의 거짓말에 또 다른 언론 플레이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진실 그 자체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수적 가치에 진보적 가치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여권에 대한 야권으로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우파적 가치에 대해 좌파적 가치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인간적 도리로 맞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 힘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저 더러운 영을 몰아내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주님의 이 준엄한 꾸짖으심이 우리의 순수한 지향과 염원과 믿음을 통해서 거대한 외침으로 대한민국에 울려 퍼져 저 더러운 영들이 결국에는 모조리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2017년  2월 20일(월) 대전전민동성당 

정세미 미사 중 강론 김용태 마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