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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온세상 뉴스

후쿠시마 주민들은 대피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 이 영화를 보라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7. 13.

"후쿠시마 주민들은 대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 말은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가 2017년 7월 12일(수) 국회 토론회에서 꺼내든 주장이다. 정 씨는 "후쿠시마는 이제 사람이 못 살 땅이 되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람이 못 살 땅이 되는 것은 방사선 영향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그쪽(후쿠시마)에서 생계를 이어갈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정 씨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는 최세영 감독의 영화 [후쿠시마 5년의 생존]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6월 20일(화) 저녁 7시, 대전 인권영화모임이 주최하는 6월 상영작으로 옛 충남도청 식장산 홀에서 영화상영을 한 적이 있다. 


<후쿠시마 5년의 생존>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1년 뒤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타리 영화 [후쿠시마 5년의 생존]은 후쿠시마가 얼마나 심각하게 핵물질로 오염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후쿠시마에서 거주했으나 피난을 가야했던 주민들과, 핵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핵물질 오염으로 극심한 위험에 처해있는 후쿠시마의 현실을 영화는 극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 5년 동안 만나온 5명의 원전 피난민들의 삶을 통해 아직도 진행 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입을 통해 끔찍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왼쪽에서 2번째 있는 분이 최세영 감독이다. 대전인권영화모임이 주최한 영화상영회였다.


6월 20일(화) 대전에서 열린 영화상영회에서 최세영 감독은 영화 상영을 마치고 열린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고리원전 1호를 세우기 훨씬 전이던 1961년 1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원자력 1세대 이창건 씨의 글을 소개했던 것이다. "한국원자력은 살아있다."라는 제목의 그 글 말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에겐 하나의 신념이 있다. 보리 한알이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이, 과도의 방사능에 피폭되면 생명이 단축되고 병신이 되고 심지어는 후손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지만 우리는 가늘고 긴 생보다는 짧더라도 차라리 굵직한 삶을 지향하며 또 과도의 방사능에 조사(照射)되는 것 때문에 결혼 후 자손에게 영향을 주는 한이 있어도 자위받을 하나의 커다란 구실이 있다. 즉 그것은 – 우리는 原子 씨앗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61년 1월 20일자 동아일보 조간 4면에 실린 글의 후반부 


최세영 감독은 이 말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글입니까? 원자력 1세대의 생각과 신념이 이랬습니다.”


1961년 1월 21일자 동아일보에 기고를 한 이창건 당시 원자력연구소 연구관은 한국원자력계의 대부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하고 60여년간 원자력에 몸담으면서, 홍조근정훈장, 5.16 민족상, 3.1문화상 등을 받기도 했다.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일본의 변화


한편 최세영 감독은 2012~15년에 이 다큐멘타리 영화를 찍었다고 말하면서,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의 변화를 이렇게 진단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가 일어난 이후 일본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변화는 여성의 힘입니다. 엄마들이 단결하기 시작했고, 네트워킹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정치적으로 남자를 못 믿겠다는 거였습니다. 이제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리고 바로 그런 엄마들이 아이들을 지켜내야겠다는 굉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겁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을 남성중심의 사회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최세영 감독이 말하는 두 번째 변화는 이런 것이었다.

“두번째로 가장 큰 변화는 잊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5년째가 되니까 잊어버리고 있고, 생각하고 싶지 읺아 합니다. 망각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변에서도 그냥 해수욕을 합니다. 거기에 세슘이 모래와 자연바닷가로 이동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세슘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심지어 일본 아베 정권은 귀환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영화 촬영을 위해 2012년과 2013년에 후쿠시마 현지를 취재하러 가면 방이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2015년이 지나면서 방을 잡을 수 없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그 지역 인근으로 건설 붐이 엄청나게 일어나면서 건설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게 된 겁니다. 결국 경제적 부분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2020년을 노리고 이러는 겁니다. 2020 도쿄올림픽을 맞이하면서, 일본은 완전히 원전 악몽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리고 2020년 일본은 군사력을 가진 초강대국로 가겠다고 하는 그런 상황인 겁니다.”




참고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7월 17일(월), 대전 원신흥동 성당에서 탈핵전문가 김익중 교수를 초청하여 '대전과 원자력'이란 제목의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를 통해서도 앞서 소개한 7/12(수)자 정 교수 발언의 진위여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http://djpeace.or.kr/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