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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온세상 뉴스

1/25(목) 영화 [공동정범] 개봉,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으면 흔적은 사라진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8. 1. 25.

9년전 용산참사의 아픔 다룬 다큐 영화 '공동정범'

전국 40여개 극장서 1/25(목) 동시 개봉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생존자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할퀴고 토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게 바로 국가폭력의 흔적이 아니겠느냐 싶었다. 

함께 망루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 칼을 겨누고 휘두르고 있는데 

정작 그런 상황을 만든 국가는 책임을 외면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는가,

‘국가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인간은 무엇인가’로 귀결되는 영화이다”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감독 



9년전 용산참사의 또다른 아픔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이 전국 40여개 극장에서 2018년 1월 25일(목) 동시 개봉한다. 영화 <공동정범>은 지난 2009년 1월20일 발생한 용산참사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버린 이들의 엇갈린 기억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나 때문에 모두가 죽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이 시작된다!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이후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원인 모를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동료와 경찰관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범죄자가 되었다. 반가움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서로를 탓하며 잔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 영화

정성일 영화평론가 ★★★★★

최근 독립 다큐멘터리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보편성과 영화적 성취


이송희일 감독 ★★★★★

손쉽게 분노를 자극하거나 정의감을 부추기기보단 진실과 추문의 안개를 그저 묵묵히 바라봄으로써, 관객의 사유를 종용하고 소름 끼치는 깨달음과 끝내 마주하게 한다. 고발과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한국 사회에서 '일시정지'의 사유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증명하는 영화

 

이승민 영화평론가 ★★★★

살아남은 자의 말 속에 놓인 고통, 상실감, 외로움을 섬세하고도 가깝게 포착하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선정의 변 ★★★★★

카메라의 재현 윤리를 고집스레 성찰하면서도 기어이 우리의 망각된 기억을 되살려내는 작품


다음은 영화사 제공 자료


About Movie 1


“최근 독립 다큐 중 단연 돋보이는 영화적 성취”

당신이 알고 있던 다큐멘터리의 근원이 바뀐다!  

최우수다큐멘터리상 & 관객상 석권한 올해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폭발적 흥행을 시작으로<공범자들><저수지게임>까지, 2017년 극장가를 휩쓸었던 다큐멘터리 열풍이 2018년 극장가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사정치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흥행 역사를 만들었던 <두 개의 문> 후속작 <공동정범>이 2018년의 문을 활짝 열 주인공.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 공개와 동시에 최우수다큐멘터리상, 관객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공동정범>은 이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독불장군상 동시 수상,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관객상, 제4회 춘천다큐멘터리상 장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작품성을 입증받음은 물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뽑은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다. 




“최근 독립다큐멘터리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보편성과 영화적 성취”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호평으로 뛰어난 영화적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공동정범>은 사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적 스타일, 그리고 인물과의 내밀한 관계 속에서 끌어낸 예측 불가능한 전개 등으로 ‘다큐멘터리의 모범’이라 일컫을 만한 정공법을 보여주고 있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서둘러 진실을 판정하고 선언하는 근자의 많은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상호 수렴되지 않는 기억과 시선이 부딪혀내는 파열음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는 뒤로 물러나거나 클로즈업으로 잡는 순간에도 멈칫거리고 부유한다. 손쉽게 분노를 자극하거나 정의감을 부추기기보단 용산참사를 둘러싼 진실과 추문의 안개를 그저 묵묵히 바라봄으로써, 관객의 사유를 종용하고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공범’일지 모른다는 소름 끼치는 깨달음과 끝내 마주하게 한다. 고발과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한국 사회에서 ‘일시정지’의 사유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증명하는 영화”라는 이송희일 감독의 평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순수한 피해자로서 인물을 그려냈을 때, 그것이 이 다큐멘터리를 비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 안에서도,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라고 생각했다”는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의 역할’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례없는 다큐멘터리 열풍 속, 다큐멘터리의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공동정범>을 통해 새로운 영화적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About Movie 2

“국가폭력의 흔적을 담아낸 유례없는 작품”

<두 개의 문>에 이어 또 한번 대한민국을 뒤흔들 화제작

용산참사 그 이후의 시간을 목도하다!




전작 <두 개의 문>이 경찰 특공대원의 진술, 수사기록, 법정 재판기록, 채증 영상 등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용산참사의 진실을 재구성하는 작품이었다면, 후속작<공동정범>은 지금껏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참사 이후의 시간에 주목한다. 같은 소재를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개의 문>의 스핀 오프’로 볼 수 있는 <공동정범>은 망루에서 함께 살아남은 이들의 엇갈린 기억을 쫓으며 개인의 삶에 파고든 국가폭력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영화의 전체 방향이 대폭 수정되었다고 밝힌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살아남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는 게 지옥 같고 진짜 고통을 경험하는 것일 수 있음에도 희생자, 유가족에 비해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지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흐르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산참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제작의도를 전했다.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원망하면서 비수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자신 스스로마저 의심하고 자책하게 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선사하지만 더욱 명백하게 국가폭력의 부조리를 경험하게 한다. 두 감독이 ‘마음의 참사, 관계의 참사’라고 표현하는 용산참사 그 이후의 시간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다뤘는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돌이켜 보게 된다. 한 편의 영화를 뛰어넘어 국가와 개인에 관한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갈 <공동정범>은 또 한번 대한민국을 뒤흔들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About Movie 3


“극장에서 나온 지금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압도적 서스펜스

지금껏 본 적 없는 심리 스릴러 다큐의 탄생!


<공동정범>은 유독가스와 화염병으로 뒤엉킨 지옥 같았던 그날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하여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던 <두 개의 문>에 이어, 지금껏 본 적 없는 ‘심리 스릴러 다큐멘터리’의 탄생을 예고했다. 마치 그날의 현장에 고립된 듯한 착각을 주는 사운드, 주인공들의 인터뷰 속 문장과 문장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스며든 긴장감, 분노와 자책, 원망과 회한이 섞인 복잡 미묘한 표정, 인물과 인물 사이를 넘나드는 카메라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과 조바심을 동시에 자아내는 컷의 흐름 등이 조화롭게 어울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시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공동정범>의 영화적 장치들은 인물들의 모습에 나를 투영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스스로가 윤리적으로 옳다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거울의 양면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찰은 가해자, 철거민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전환시켜주었던 <두 개의 문>처럼, <공동정범>이 신성한 피해자로서 유형화된 시각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곧 가해와 피해를 넘나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는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이야기처럼, 어느 누군가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해 술에 의지하는 이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을 동시에 지닌 이를 보며 눈물을 흘릴 것이고, 또 다른 이는 ‘나 때문에 모두가 죽은 게 아닐까’라는 자책으로 인해 더욱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roduction Note


5년간의 방대한 제작기간!

작은 공기 하나까지 놓치지 않은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따뜻한 교감으로 이뤄낸 밀도 높은 인터뷰까지! 


용산참사의 진실 공방을 담아냈던 <두 개의 문> 이후에도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필두로 유가족, 생존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김일란 감독은 2013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영화화 구상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길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외침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상황이었는데 <두 개의 문> 이후 구속 수감자들이 특별 사면되어 감옥에서 나오게 되고 용산참사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전작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두 개의 문> 제작 및 개봉 과정을 통해 돈독한 우정을 맺게 된 용산참사 유가족이자 <공동정범>의 주인공 이충연 씨의 아내인 ‘정영신’을 위해서라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용산의 며느리’라는 프레임 하에서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함께 활동 중인 이혁상 감독에게 공동연출을 제안하게 되었던 것. 


5년 여의 오랜 제작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영화동아리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두 개의 문>에서 각각 연출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호흡을 맞추며 25여 년간 함께 해 온 두 사람의 신뢰는 난관을 헤쳐가는 주요한 무기가 되었다. ‘연분홍치마’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몸에 밴 여성주의적 태도 또한 큰 공을 세웠다. “여성주의는 이분법적으로 젠더를 나누는 태도에 저항하고 주어진 성 역할을 뛰어넘어 사고할 수 있는 시선이다. 일종의 철학이자 삶의 태도, 사유의 방식인 것”이라고 이야기한 두 감독의 태도는 상처를 갖고 있는 주인공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주요한 기제가 되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 사이에서 거리를 조율하고 결국은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교감이 있었기에 쉽게 꺼낼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들까지 담을 수 있었던 것. “사회의 변화는 숭고하고 대단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보잘것없고 특별한 것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한걸음 나아가는 것에서부터 세상의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한 관객의 평은 이러한 태도를 통해 ‘숭고한 철거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이야기’로 그려낸 <공동정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현장의 분위기와 주인공들의 심리상태 등 작은 공기까지 놓치지 않은 철저한 시뮬레이션 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한 컷을 선정하는 데에도 수없는 대화와 논의를 통해 완성해낸 두 감독의 공동연출이 있었기에,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소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주인공들이 “미처 이러한 아픔이 있었는지 몰랐다. 너무나 미안하다”라며 서로 고백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수 있었다.




Character


“저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죠. 그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데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어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죄책감에 휩싸이다 

이충연 /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출소 이후 가위에 눌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자. 불 나는 꿈, 경찰들한테 쫓기는 꿈을 계속 꿔”

그날의 트라우마가 모든 것을 잠식하다 

김주환 / 서울 신계동 철거민대책위원장 


“출소해서 보니까 또 다시 전쟁터가 되더라고. 거긴 작은 감옥, 여기 나오니까 큰 감옥”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에 괴로워하다 

천주석 / 서울 상도4동 철거민대책위원장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얘기한 것뿐인데 앞뒤가 바뀌어버리니까 멍 했어요”

사실과 다른 기억에 혼란에 빠지다 

지석준 / 서울 순화동 철거민대책위 총무 


“내 딸이 ‘아빠 범죄자였어?’라고 얘기 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표현해도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살아남았지만 범죄자가 되어버렸다  

김창수 / 성남 단대동 철거민대책위원장 



Director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2009년 1월 20일 그날로부터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 느낌, 그 감각을 영화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김일란 감독 X 이혁상 감독



성적으로 위계화된 사회의 권력구조(가부장제, 이성애 중심주의, 자본주의)로부터 배제되어 다층적으로 억압받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문화운동 단체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활동 중인 김일란, 이혁상 감독. 여성주의적 삶을 지향하며 일상의 경험과 성적 감수성을 바꾸어 나가는 감수성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첫 장편 <마마상>(2005), 용산참사의 진실을 재구성한 <두 개의 문>(2011)으로 뛰어난 영화적 감각을 보여주었던 김일란 감독과 국내 최초 게이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2010)으로 다소 민감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유쾌하지만 진정성있게 그려내어 화제를 모았던 이혁상 감독의 첫 공동연출 작품인 <공동정범>은 용산참사 이후 서로 적이 되어버린 생존자들의 팽팽한 갈등과 그 어떤 참사의 현장보다 더욱 뼈아프게 국가폭력의 실체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심리 스릴러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지평을 개척할 예정이다. 



FILMOGRAPHY


공동정범 (2016, 공동연출) 

  • 2016년 올해의 독립영화상 수상 (한국독립영화협회 선정)

  • 제4회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최우수상

  •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관객상 수상

  •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 독불장군상 수상

  • 제8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관객상 수상


Director's Note


다시 연대의 시작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후, 4년을 꽉 채우고도 열흘을 더했다. 2013년 1월 31일.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경찰특공대의 진압에 끝까지 저항했던 철거민들이 출소했다. 잠시 멀리 했던 카메라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참사 이후 줄곧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와 연대하며 <두 개의 문>을 만들었던 연분홍치마는 그렇게 다시 구속 철거민 출소 현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속편의 시작이라는 것을 당시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서울구치소 앞 해장국집에서 뜨거운 국밥을 뜨며 마음을 다독였을 뿐이다. ‘아, 드디어 <두 개의 문>이 완결되는구나.’ 하지만 애초에 말끔하게 정리된 건 없었다.


그러고보면 <두 개의 문> 제작 당시의 상황 역시 온전치 못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정권의 사법적 판단은 모두 종결된 상태였다. 게다가 정권 유지라는 목표 아래 기획된 재판이 공정치 못했음은 자명했다. 그리고 망루 안의 상황을 증언해줄 철거민들은 수감 중이었다. 빈약한 기반에서 <두 개의 문>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접근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폭력의 가해자 또는 대리인인 경찰을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 그 과정에서 균열을 찾아내 관객이라는 배심원들에게 문제 제기하는 법정 드라마로 만들자는 것, 그리고 최대한 장르 영화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는 것. 그리하여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여론을 다시 일궈내보자는 것이 <두 개의 문>의 출발이자 목적이었다. 


결국 7만 8천여 명의 관객이 움직였다. 그리고 구속 철거민들이 조기 사면되었고, <두 개의 문> 덕분이었다며 우리 손을 잡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정치게임에 능란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되었다. 이명박 정권 아래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은 요원했다. 특별사면을 받은 철거민들은 여전히 도심 테러리스트였다. 그리고, 결국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진상규명의 희망이 사라졌다. 모두 열패감에 황망해했다. 철거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어떤 공명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진상규명을 위해 연분홍치마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그리고 동시에 영화감독으로서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두 개의 문>에서 제대로 못 한 영화적 실험을 이제 제대로 다시 해보자.’ 그렇게 <두 개의 문>의 속편 <공동정범>이 시작되었다.


연분홍치마 공동제작 체계를 정비하며

그동안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매우 엄중한 단계를 거쳐 완성되었다. ‘연분홍치마 제작’이라는 크레딧을 걸기 위해 모든 구성원의 이해와 합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전제였다. 연분홍치마의 모든 프로젝트는 그 주체인 감독의 의지와 욕망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모든 활동가들의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제작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주의 단체로서 연분홍치마의 시각이 다큐멘터리는 물론, 제작 과정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작 승인 이후에는 정기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가능한한 모든 활동가들이 중간 과정을 모니터하며 논의와 논쟁을 거듭해왔다. 


그러한 논의와 논쟁을 바탕으로 각 활동가들은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작 프로세스에 결합하는 방식의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방식은 안정적인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각 프로젝트 담당자였던 감독이 다큐멘터리 전체 제작 과정을 온전하게 경험하고 훈련하도록 돕는 방식은 아니었다. 각 개인의 전문성을 살려 분업화된 프로덕션 과정에 결합하는 방식은 결국 활동가 개인의 ‘분업화된’ 전문성만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프로듀싱을 잘 하는 활동가에겐 프로듀서 역할이 가중되었고,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한 활동가에게는 전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적 연출을 맡기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이 연분홍치마 활동가들 스스로가 ‘시즌 1’이라고 일컫는 2013년까지의 체계였다.


연분홍치마 활동가 개인에게 요구했던 것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수 있는 관리자로서의 자세였다. 미디어를 종합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획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시도했던 분업 체계는 그러한 역량을 도모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체의 능력은 파편화되었고, 서로 공유되지 못했다. 


그래서 <공동정범>부터 연분홍치마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감독(들)이 전체 제작 과정을 총괄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상상하고 구축하게끔 도우며, 온전히 프로덕션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작업 시스템에 변화를 주기로 한 것. 이후 제작에 돌입한 한영희 감독의 <안녕 히어로>와 변규리 감독의 <플레이온> 역시 그런 과정을 따랐다. 중심은 감독이었다. 총괄적인 기획자로서 감독이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을 통해, 각 프로젝트의 감독은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갔다. 그럼으로써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 및 경험치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피해자를, 다른 방식으로

<두 개의 문> 제작 당시, 망루 안에서 끝까지 저항했던 철거민들은 모두 수감 중이었다. 접근은 물론 취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참사의 진상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실질적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는 없었다. 결국 재판 과정에 참여하며 확보했던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 활동가들과 변호인을 취재하며 법정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했다. 또한 ‘가해자’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던 국가폭력의 대리인인 경찰특공대를 통해 진압의 문제점을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피해자’ 철거민을 주인공으로 할 수 없었던 현실적 조건도 있었지만,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레임으로 용산참사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개의 문>을 제작하면서 궁금증은 더해갔다. 남일당의 그 망루 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다섯 명의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해야 했을까? 어쩌면 <두 개의 문>을 만들며 이미 마음 속으로는 속편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공동정범> 제작을 결의했을 때, 우리는 ‘망루 안의 진실’을 찾고 싶었다. 그 진상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망루 안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철거민과 경찰 특공대였다. 경찰 특공대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누군가의 양심 선언이 없는 한, 닿을 수 없는 저 어딘가의 사실일 뿐이었다. 우리에게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할 사람은 철거민뿐이었다. 그래서 망루 농성의 책임자였던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시작했다. 초반의 <공동정범>은 이충연 위원장의 기억을 추적하고, 트라우마를 보듬는 다큐멘터리였다. 망루 투쟁에 연대했던 타 지역 철거민인 김주환, 김창수, 지석준, 천주석의 기억과 증언은 망루 안 진실을 뒷받침하는 정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 들었던 기억은 모두 다르고 틀렸다. 불타는 망루가 할퀸 트라우마는 모든 기억을 잠식해버렸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증오, 경멸, 원망, 자책, 불신. 취재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한 연대 철거민들의 증언, 그리고 거기에 담긴 감정은 그 자체로 불타오르는 망루였다. 고통스러운 참사 현장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눈물로 카메라 앞에 재연되고 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조각난 기억을 맞추는 것보다, 산산이 부숴진 마음의 조각을 맞춰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수정했다. 살아남은 자들의 감정의 진상을 규명하기로. 그 감정의 참사를 극복해야, 국가폭력으로서 용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공동정범>이 다시 시작되었다.


Interview


Q. <두 개의 문> 이후 또 한번 ‘용산참사’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망루에서 살아남은 분들이 출소를 하면 ‘진짜 진상규명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한 사회적 의미를 토대로 주인공 이충연 씨를 중심으로 한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작업 초기, 연대했던 철거민들은 이충연 씨를 보조하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로 한정 지었는데 작업이 이어질수록 서로 감정적인 갈등을 겪는 과정을 보면서 이 분들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 안에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개의 문>에서는 객관적인 자료라 할 수 있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진실을 재구성하고자 했고, <공동정범>은 주관적인 주인공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날의 현장을 재현하고자 했다. ‘용산참사’라는 사건에 국한하기보다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각자의 위치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다양한 결로 영화를 읽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을 관객들이 얻어갔으면 한다.  


Q. ‘공동정범’이라는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공동정범(共同正犯)은 같은 범죄를 계획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죄를 지었을 때, 이들 모두에게 범죄 책임을 인정하는 법 논리, 법률 용어이다. ‘공동정범’이라는 법률용어를 영화의 제목으로 택한 이유는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것이 철거민들 간 갈등의 시작 지점이었고, 용산참사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사법 체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다. 


Q. 5년간의 오랜 제작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두 개의 문>이 이후의 영화이기 때문에 일종의 ‘소포모어 증후군’처럼 그때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운이 좋아서 호평을 받았었는데 그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되면 어떡하나,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대한의 의미를 끌어낼 수 있을까 등 끝없는 고민들과 싸워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 것 같다. 또 한 가지의 어려움은 어떻게 보면 가장 감추고 싶을 수도 있는 주인공들의 갈등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내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떤 분들은 “왜 함께 봐야 할 상처인가? 이렇게까지 보여줄 문제는 아니잖아”라는 이의를 제기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지점에서 선정적이지 않게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Q. 서로를 향해 비수 같은 말을 쏟아내는 생존자들간의 갈등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주인공들의 억울함, 증오, 이런 감정들을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망루 안에서의 사실과 진실만큼이나 그 감정의 파편들이 중요해졌다. 용산참사의 본질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다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는가, 재산상 손해나 장애를 얻는 것뿐 아니라 믿었던 사람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 것도 국가폭력의 피해라고 생각했고 주인공들의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Q. <공동정범>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권이 바뀌면서 이미 무언가 이룬 것처럼 생각하고 있고 그 생각들이 뭉뚱그려지면서 ‘용산참사’ 같은 사안들도 이번 정부가 머지 않아 해결하겠지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용산참사’라는 사건 자체가 잊혀져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은 굉장히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이미 9년이 지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용산참사라는 사건 자체를 모를 것이고 그날의 현장을 함께 목격했던 이들조차 모두 해결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 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Case File

  • 2007년 5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일대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인가 

  • 2008년 7월 용산 4구역 세입자 보상 및 이주 시작

  • 2009년 1월 19일 
    03:00 용산 4구역 철거민과 타 지역 철거민 등 30여명 남일당 진입 
    강제철거 중단과 철거민 주거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 돌입 
    철거용역∙경찰 맞은편 건물에서 망루 설치 막기 위한 물대포 분사 
    10:00 농성자들 화염병 최초 투척 
    12:10 남일당 단전∙단수 명령

  • 2009년 1월 20일
    06:30 경찰특공대 진압작전 시작 
    07:05 망루 계단에서 1차 화재 
    07:20 망루 안 2차 화재. 불길 망루 전체로 번짐
    08:00 경찰 진압작전 종료.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 사망
    검찰, 유가족의 동의 없이 시신 부검

  • 2009년 1월 21일 100여개 노동종교시민사회단체 등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 

  • 2009년 2월 9일 서울중앙지검, 경찰특공대 진압작전 적법 결론. 농성자 중 누군가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망루 안 농성자들에게 공동책임 물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혐의 등으로 철거민 7명 구속 기소, 15명 불구속 기소

  • 2009년 9월 1일 검찰 수사 기록 3,000쪽 비공개 
    변호인단, 불공정한 재판이라고 항의하며 사임계 제출

  • 2010년 11월 11일 대법원, 구속 철거민 9명 유죄 확정 7명은 징역 4~5년 실형

  • 2013년 1월 31일 이충연 전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철거민 5명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 

  • 2013년 10월 16일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작전 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2016년 4월 13일 국회의원 당선) 

  • 2017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용산참사 철거민 25명 특별사면


Epilogue


“참사의 흔적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