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관 13명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의 댓글 조작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외부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대법관들의 이례적인 반박 성명에 대해 시민사회의 차가운 반응과 비판이 일어나는 가운데, 시인 김주대가 페이스북에 올린 장시(長詩)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한 '건방진 놈들'이란 동영상이 제작되기까지 했다. 




 

김주대 시인은 2018년 1월 24일(수) 오후 5시38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장시(長詩)를 공개하며, "공유 노골적으로 한번 부탁합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의 시 전문이다.  



< 반박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 > - 김주대

- 공유 노골적으로 한번 부탁합니다.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봐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파먹히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촛불 들고 언 손 불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너희들 월급 받아 판결 잘 해달라고 

나라에 꼬박꼬박 세금 바쳤다


너희들이 빵 한 조각 훔친 아이는 징역을 보내고

수백 억 갈취한 파렴치범은 집으로 돌려보낼 때

너희들 지위를 지키며 겸손한 척 더러운 판결을 내릴 때

너희들 좋은 머리 아플까봐 

너희들의 판단이 맞겠지 하며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막차를 타고 퇴근하였다


우리는 농사 전문가

우리는 기계 전문가

우리는 노동 전문가 

우리는 알바 전문가 

우리는 예술 전문가 

우리는 장사 전문가

우리는 사무 전문가

우리는 택시 전문가

우리는 버스 전문가

우리는 서비스 전문가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법 전문가 너희들이 더 잘 할 것이므로

우리는 못하니까 

우리는 법을 못 배웠으니까 

기꺼이 너희들을 인정하며 너희들에게 법의 칼을 쥐어주었다

너희들 법복 앞에 떨며 서서 

때로 꾸중도 듣고

시키는 대로 감옥에도 가고 벌금 내며 살았다


우리는 환경미화 전문가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가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치우고 줍고 

너희들이 화장실에서 묻혀온 더러운 발자국을 

대법원 복도마다 소리 없이 지워주었다 

우리는 위생 전문가

너희들이 싼 똥이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이 싼 똥 냄새가 너희들 법전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수거하여 먼 바다에 뿌려주었다

너희들이 죽어도 못 하는 일 

우리가 살아서 다 해주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우리는 언 땅에 서서 두 손 호호 불며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야간 근무를 하였으며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었고

과로로 죽었고

뿔뿔히 흩어진 가족들 살 길 찾다 죽었다

절망으로도 죽고 

희망으로도 죽었지만


사법권은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었다고 믿고 

법은 너희들에게 맡겼다

아니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희들과 다른 우리의 일을 해야하니까

너희들이 결코 못 하는 일은 우리가 하고

우리가 못 하는 일은 너희들이 하라고 

너희들에게 맡겼다


너희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도 

우리의 노동

우리의 예술 

우리의 사무

우리의 아르바이트

우리의 장사

우리의 눈물로부터

아니 우리가 낸 세금으로부터 우리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너희들은 우리가 언 손 불며 돈 벌어 월급 주며 

우리가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고개 숙였다

너희들은 우리가 법의 이름으로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따랐고 인정했고 심지어 복종했다

너희들은 우리 국민들이 고용한 임기 6년의 장기 알바생들이다


대법원장인 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건방진 놈들)



Posted by 대전정평위뉴스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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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명희 2018.01.28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들은
    추운겨울 크리스마스에도
    촛불을들고 함께한 시민들이
    무섭지 않는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도 모르는놈들이
    법관자리에 있으니~
    무슨짓을 모싸겠는가

  2. 이명희 2018.01.28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들은
    추운겨울 크리스마스에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함께한 시민들이
    무섭지도 않는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모르는놈들

  3. 금파 2018.01.30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위 공직자들의 썩은 냄새가 한반도에 가득하구나.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인 대법관 마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특권을 버리고 한낱 비서관 한 마디에 흔들렸다니 놀랄수 밖이 없다.
    독재정권하에서 가짜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가혹한 고문을 당한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는 커녕 자기에게 말한다는 죄아닌 죄로, 슬리퍼로 빰을 때린 악독한 판검사 출신들이 국개의원과 고위직을 차지하고 영화를 누리고 있으며 자숙하기 보다는 ‘미친 짓’ 이라고 비아냥을 하고 있다니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품성을 가진 자가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 내겠는가. 과거의 악행을 밝혀 쫒아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판검사를 지낸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4. 꽃봉지 2018.05.31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딱맞는 회초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