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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정평위 뉴스

정평위, 대덕구 경비노동자 인권증진 조례 개정에 연대

by 편집장 슈렉요한 2022. 8. 5.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경비노동자 인권증진에 한 힘을 보태다

대덕구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전을 위한 조례개정

청구인 명부 제출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

 

천주교대전정평위는 대전시 대덕구의회에 제출한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전>에 조례 개정안 제출에 한 목소리를 보태며 연대하였다. 특히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신부(교구 사회복음화국장)는 2022년 8월 4일(목) 오후 2시 대덕구의회 앞에서 개최한 <조례개정안>  2,826명 청구인 명부제출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연대발언을 했다. 김용태 신부의 연대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대덕구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전을 위한 조례」 개정

청구인 2,826명 명부 제출 기자회견 연대발언 전문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안분지족(安分知足)’,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매사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라는 말과 같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에 새겨봄직한 좋은 말이다.
그런데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쓰이면 더 좋을 이 말이 현실에서는 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다. 그래서 이 말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지금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불평보다는 오히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기쁘게 살라’는 의미로 자리매김 된다. 한마디로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처지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부당하고 부조리해도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유독 가난한 이들만을 향한 이런 식의 생각과 태도는 무언가를 지적하거나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 혹은 무언가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감사할 줄도 만족할 줄도 모르는 불평꾼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집회와 결사, 시위와 파업, 주장과 토론, 반대와 저항 이런 것들은 옳지 않은 행위처럼 되어버리는 거다.
“가만히 있으라!” 수백 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선내방송이면서 동시에 오랜 세월 이 땅을 지배한 이들이 입버릇처럼 강요했던 말이다. ‘안분지족’이란 저 말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과 겹쳐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부당하고 부조리하고 불의한 현실에 ‘안분지족’해서는 안 된다.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세상의 잘못된 것들은 바르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사람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그저 생존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삶을 영위해야 할 존재다. 그래서 ‘최저임금’ 혹은 ‘최저생계비’란 것도 ‘생존비용’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어야 하는 거다. 사람은 그저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만 않으면 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피복을 입고 식량을 먹고 수면을 취하는 존재가 아니라, 멋진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여행도 다니고 문화생활도 하면서 벗들과 어울리고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할 존재다. 일을 하면 보람이 있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고, 슬플 때 위로받고, 아플 때 치료받아야 한다. 무더운 여름엔 더위를 피할 수 있어야 하고 추운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가진 재산이나 지위 때문이 아니라 온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존재로서, 누군가의 부모 혹은 형제로서,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죽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고, 나보다 더 비참한 누군가보다는 덜 불행해서 행복한 삶이 아니라, 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 우리 다 함께 더 인간답고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나가야 하는 거다. 정녕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란 ‘남보다 덜 불행한 삶’이 아니라 ‘다 함께 더 행복한 삶’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삶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녕 우리의 이웃은 그가 아무리 가난하고 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없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과연 남보다 더 차지하고 남보다 더 배부르고 남보다 더 편안하면 정녕 행복할까? 조금 배고파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조금 불편해도 함께 머물 수 있다면, 조금 더뎌도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조금씩 힘들어도 함께만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풍요로운 삶이요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이웃이요 생활의 협력자요 삶의 동반자인 공동주택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지역 주민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작지만 소중한 발걸음을 시작하려고 한다. “대덕구 공동주택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을 위한 조례 개정”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다운 삶의 여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덕구를 시작으로 한 이 첫걸음에 대전시와 충남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전역이 동참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연대 발언 끝)

 

의원이 아닌 주민 2800여명 등이 경비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직접 조례 개정에 나선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