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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20111026] 미사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곳, 그곳이 지금 강정마을입니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2.

2011년 10월 26일

국회앞 시국미사 강론


"미사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곳, 

그곳이 지금 강정마을입니다"

 

강론 임남용 신부(제주교구 동광성당)

찬미 예수님!

날씨 참 좋죠?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마음 아파하는 사람도 많을 계절이죠. 두물머리에 갔다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이 미사가 끝나면 또 다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떠나는 그 자리에 우리가 남겨 둘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분명히 그 안에는 우리가 하나 남겨야 할 것, 사랑 하나만 남겨둘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사랑을 남겨두기에 너무 폭악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머리로만 살아가려는 세상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대부분이 머리로만 살아가라고, 많이 배우고 남들 위에 올라가서 짓누르라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많이 배운, 지금 저 앞에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잘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 많이 가져야 한다고 우리를 유혹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와 있는지 한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이 땅에 생명을 달라고 내 마음으로만 부르짖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 땅에 평화를 달라고 내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부르짖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세상 안에 잘 돌아가고 있는 일들 참 많이 있습니다.

4대강을 살린다고 파괴하고 있는 일들, 불법 해고 노동자들을 그저 먼 산 바라보듯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들, 민중의 피 같은 세금을 쏙쏙 뽑아 먹으면서도 자기들이 잘나서 수입을 냈다는 독점 재벌가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다 합쳐놓은 것이 바로 지금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성과 대림건설이라는 독점 재벌들, 주민들을 그저 억압하려고만 하는 검찰과 경찰들, 이제는 해군력만으로는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해병대 병력까지 동원해서 그 안팎을 지키고 있는 해적의 소굴들.

 

혹시 여러분들 지난 9월 7일 방영되었던 추적 60분 보셨어요? 아마 보신 분들 다 느끼셨을 것입니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습니다.

2007년 처음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할 때 1천명이 넘는 마을 주민 가운데 87명만이 투표에 참석하였습니다. 그 투표에 참석하는 과정도 참 특이합니다. 마을에 공지도 조그맣게 나붙었을 뿐입니다. 해군기지를 한다는 공청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을회장이 찬성하는 사람들 집에는 전화를 다 돌렸습니다. 와서 투표하라고. 몇몇을 빼고는 거기에 모였던 대부분이 찬성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을회장의 부탁을 받고 온 사람들, 그 87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투표를 박수치는 것으로 끝내 버린 것이 지금 강정마을 해군지지의 시초였습니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그 투표를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그 투표가 불법이라고 마을 향약에 나와 있는 것과 전혀 다르다며 재투표를 하였습니다. 투표한 사람들은 725명이었습니다. 여기에 찬성 36명, 반대 680명, 무효 2명, 반대가 93.8% 였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법원에 갔을 때 법원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딸랑 87명 투표한 것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검찰을 믿을 수 있는지... 법원의 판결을 믿을 수 있는지... 없는 이들이라고 학대하는 그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이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추적 60분에 나와 있던 것들, 강정 앞바다의 연산로 군락, 강정 앞 1.8km의 구럼비 통바위, 그바위 바로 위쪽으로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물이 발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그저 공사를 하기에 급급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재청이 해군에게 분명하게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는 장관의 명의가 아니고 차관의 명의로 그것도 딸랑 전화 한통으로 해군본부에 문화재가 발굴되고 있으니 조금 공사를 미루면 안 되겠냐고 요청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공문이 발송된 것도 아니고 딸랑 전화 한통 한 것, 이것이 어찌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문화재청의 역할일까요?

 

이러한 것들만이 아닐 것입니다.

구럼비 바위가 깨진다는 소식을 듣고 사제 5명, 수녀님 30여분, 신자 30분정도가 공사에 항의 하는 뜻에서 해군공사기지 정문 앞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미사를 드리는 것, 이 자리처럼 절대 평화스럽지 못했습니다. 7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는데 경찰은 200명도 넘게 몰려 왔습니다. 몰려와서는 미사 드리고 있는 도중에 뒤쪽에서 방패로 계속 짓눌렀습니다. 수녀님들은 쓰러지고, 어쩔 수 없이 사제들은 미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랑이 끝에 제대를 옮기는 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제대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대마저 엎을 요량으로 뒤쪽에서 계속 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신부님께서는 목에 통증을 느끼면 쓰러지기도 했구요. 종교행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곳, 그러한 곳이 지금 강정마을입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될 것,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것 밖에 말입니다.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헌법에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민주공화국. 사제들이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것을 답답해 할까봐 거리에서 미사를 하게 만들어줍니다. 이곳 여의도에서, 두물머리에서, 부산 영도 85호 크레인 앞에서, 강정마을에서... 이처럼 많은 배려를 해주는 이 나라입니다. 이러한 나라 참 좋습니다. 이 좋은 나라에서 우리가 목소리를 함께 모아야 한다는 것,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가난한 사람들과 아파하는 사람들과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사제들이나 그리고 모든 가톨릭 신앙인은 예수님의 그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입니다. 나 혼자 잘 산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가톨릭 신자로서 살아갈 합당한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이, 수도자들이 길거리 미사를 한다고 하면 뒤에서 수근 대며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욕을 참 많이 먹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끙끙 앓습니다, 그리곤 예수님께 하소연 합니다, 예수님 당신은 왜 가난한 사람들하고만, 병든 사람들하고만, 힘든 사람들 하고만 그렇게 어울렸습니까? 당신께서 만일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나아가셨다면 당신의 종으로 살아가는 저 또한 지금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께 많은 불평불만을 털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왜 그처럼 바보처럼 살았냐고 말입니다. 바보처럼 산 그 사람의 일생을 우리는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분께 희망을 두고 있습니다. 그 분께 구원의 길이 있음을 우리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 바로 구원의 길로 가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제 우리 모두 손을 잡고 일어서야 합니다. 손을 맞잡고 함께 연대해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힘들어 하는 노동자들과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는 대학생들과 그리고 아파하고 가난한 이들과 모두 함께 연대해서 일어서서 손을 맞잡고 걸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주님께서 원하는 일이고 그리고 그 안에서 참 행복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앞으로 간다고 해도 외롭습니다. 뒤처져 떨어지는 이도 외롭습니다. 그러하기에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