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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와 문헌/대전정의평화위

[20080609]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시국선언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16.

2008년 6월 9일자 보도

대전 정평위, 성명서 발표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와 대운하 반대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회위원회(정평위)가 지역 종교계 최초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와 대운하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시국미사 개최했다. 


대전교구 정평위는 2008년 6월 9일 오후 5시 대전 대흥동 성당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시국선언’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정평위원장 김종기 신부는 “하느님의 기준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판단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시국선언과 미상봉헌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후 5시 성명서 발표와 함께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오후 6시 30분부터 대흥동 성당에서 대전역까지 침묵 시위 도보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정평위는 대전교구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매주 수요일 미사 때마다 창조질서보전, 인간과 자연의 생명권 수호를 위한 기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관련 사진 링크 [사진 080609] 광우병위험 쇠고기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반대 시국선언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대한 시국선언'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성경은 모든 생명의 주인이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고 알려줍니다. 어느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가장 닮은 피조물인 인간의 생명을 해칠 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교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을 위한 종교’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영원한 생명을 지향한다는 것도 현세의 인간 생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가톨릭교회는 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모든 시대와 문화에 속한 사람들에게 전파해야 할 고귀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인간 생명을 거스르는 배아실험, 낙태, 사형제도 등의 살인행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해 왔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과 권위도 궁극적으로 창조주이자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가톨릭교회가 참된 자유를 가지고 신앙을 선포하고, 사회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며, 인간의 전인적 구원을 위해 국가의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사목헌장 76항). 국가 통치자들의 권력이 하느님의 권위에 속해 있기에 공권력에 대한 복종은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것이 아니고,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법과 제도가 윤리적 질서나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입법되거나 선언된다면, 그것은 양심을 구속할 힘을 갖지 못한다(지상의 평화 51항)고 교황 요한 23세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2008년 6월 한국사회는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어두운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협상을 미국 정부와 타결하였습니다. 이 협상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됨으로써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국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종적인 대책으로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소는 수출을 자제’해달라고 미국 기업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합의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한 점, 혀와 곱창 같이 광우병 위험이 매우 높은 부위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을 보면 국민의 생명을 등한시하는 자세에서 여전히 변화된 게 없습니다. 미봉책만 난무할 뿐 국민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의지를 정부에게서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또한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 생명을 위협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도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류에서 관광으로, 다시 치수와 하천정비로 계속 명분을 바꿔가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이 일상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경제성마저 의심되는 무리한 대운하 사업을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실에서 추진하려 합니다.


지난 3월 10일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강수가 특정 계절에 집중되며, 하천은 유량의 변동 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륙수운이용에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반도 대운하와 유사한 미국의 플로리다 운하는 공사 직후 홍수로 이천 여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당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보살필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생명과 건강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침해하였을 때 그 잘못에 대해서는 큰 책임이 뒤따르게 됩니다. 하물며 국가의 통치자 또한 하느님에게서 위임받은 공동선을 증진시킬 통치 행위에 있어서 생명권의 존중은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국가에 예속되어 국가로부터 도움은커녕 손해를 보거나, 보호받기는커녕 자기의 고유한 권리들을 침해당한다면 그러한 국가의 통치행위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척되어야 할 것입니다(새로운 사태 9항).


또한 국가는 특별히 약자들과 빈자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부유한 이들은 자기 방어 능력이 있지만, 빈곤한 이들은 그렇지 못하므로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돌볼 책임이 국가에 있습니다. 쇠고기 사태와 대운하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이것이 추진되면 피해를 볼 대상은 대부분 사회적, 생태적 약자들입니다.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 않은 학생이나 군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의 후손이 그들입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준엄합니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달고 바다 깊은 곳에 빠지는 편이 낫다”(마태 18, 6).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된 오늘날 ‘이 작은 이들’ 안에 인간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자연도 확대 적용하여 보호받아야 합니다.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고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업적주의에 물든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과 자연의 기본적 생명권과 행복권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더불어 돈이면 모든 잘못까지 덮어버릴 수 있다는 윤리적 불감증에 빠진 우리 자신을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국민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과 함께 고민하는 이명박 정부가 되기를 바라며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촉구합니다. 


첫째,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여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더 이상 없다. 


둘째,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반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완전히 백지화해야 한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중단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 백지화를 위한 국민들의 촛불 집회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에 동참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의지를 모으고 요구를 전달하기 위하여 대전교구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매주 수요일 미사 때마다 창조질서보전, 인간과 자연의 생명권 수호를 위한 기도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2008년 6월 9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련 사진 링크 [사진 080609] 광우병위험 쇠고기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반대 시국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