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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평화 좋은글

호명환 신부강론. ‘위안부’문제의 해결,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1. 10.

일본군‘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하여


호명환 가롤로 신부(작은형제회)

 

하느님의 자비와 평화를 빕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 편이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정의에 굳게 의탁하며 오늘 여기에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히 97년 전 우리 조상들이 일본 압제 하에서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역사를 기념하는 3.1절에 여기 모여, 사랑과 진리와 정의의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그분이 창조하신 이 세상 앞에서 역사의 진실을 온 세상에 알리며, 이 세상이 좀 더 진실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될 수 있기를 해방자이신 주님께 간절히 청하고자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이 사랑과 정의의 주님께서 진리 쪽에 서는 이들, 고통 받는 이들에게 마음과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의 편이심을 확신하며 주님께 일본군‘위안부’ 어르신들의 고통을 진리로 풀어주시라고 이 미사 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강론에 앞서 시편 몇 구절을 읽어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누가 당신 천막에 머물 수 있습니까? 누가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흠 없이 걸어가고 의로운 일을 하며 마음속으로 진실을 말하는 이, 혀로 비방하러 쏘다니지 않고 제 친구에게 악을 행하지 않으며 제 이웃에게 모욕을 주지 않는 이라네. 그는 악인을 업신여기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존중한다네. 손해나는 맹세라도 그는 바꾸지 않고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놓지 않으며 무죄한 이에게 해되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네. 이를 실행하는 이는 영원히 흔들리지 않으리라.”(시편 15편 1~5).


이 시편 내용은 진실을 말하고 이웃에게 선을 행하는 이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하느님 나라를 사는 이가 아닐까요?!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렸던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인가?"라고 예수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진리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 믿는 이들은 예수님 안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면, 우리가 그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될 때 진리가 무언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분은 오늘 복음에서처럼 고통 받는 이들을 당신과 동일화하십니다. 여기에 진리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우리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물질주의와 군사주의, 상대주의적 세계관은 인간마저도 효용과 필요 그리고 이득의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우리 인간들을 이끌어갑니다. 서로가 함께 살아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내면의 가치로서 받아들여지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에 특별하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여야 합니다. 그때에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가 보이는 것과 필요의 논리에 평가되기보다는 내면의 본질적인 고귀성과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약하고 힘없는 이들, 고통 받는 이들을 당신과 동일하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우리는 반드시 인격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시대와 세상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하고 있는 관상적 시각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참으로 강한 힘과 용기를 내면 깊이 지닐 수 있고, 또 다른 고통 중에 있는 예수님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그들이 참된 인격체로 인식되게끔 우리의 삶을 투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관상적 시각이 부족하기에, 과거 군사주의에 의하여 자행되었던 약한 이들에 대한 폭력과 착취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의 군사주의와 물질주의는 인간성을 계속해서 이기적인 개인과 이기적인 집단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예수님은 우리 시대의 고통 받는 이들과 더불어 계속해서 고통을 받고 계시고 죽어가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이 당연히 되살아날 거라는 것을 믿는다는 얄팍한 믿음때문에 우리는 이 고통 받는 이들을 알게 모르게 외면하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그분을 고통 속에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분이 다시 고통당하고 살해당하시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옆의 형제자매들은 물론이고 고통 중에 있는 우리의 연약한 형제 자매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그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게끔 함께 우리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논리를 따라가는 무리들에 의해 진리와 진실은 계속해서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이 무리에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가 이 왜곡된 진리를 바로잡고, 모든 사람이 참된 인격체로서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도 이런 역사의 왜곡이 계속되지 않도록 진리와 진실을 바라보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랍니다! 이런 역사의 왜곡은 결국 역사의 진행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완성을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에 의해 환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역사를 왜곡하려 했던 무리들에 의해 예수님은 고통당하시고 죽으셨지만, 이 왜곡된 진리는 결국 인간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힘과 그분의 부활에 의해 환히 드러났습니다. 지금 당장의 눈가림은 결국 드러날 것이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진리의 목소리가 되고, 또 그 진리의 목소리를 담아 주님께 이 역사의 장을 진실되게 펼쳐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합시다!


지금 여기, 우리 한가운데에 ‘요나보다 더 큰 분, 솔로몬보다 더 위대한 분, 아니 이 세상의 어떤 권력보다도 더 큰 분’이‘우리’라고 하는‘사랑의 공동 인격체’안에 현존하시며 당신 성령과 더불어 일하십니다. 모든 불의와 고통을 함께 이겨내시는 분이 어떤 것도 능가할 수 없는 사랑과 정의의 힘과 용기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불어넣어주시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이 가장 진정한 진리와 현실을 굳게 믿고 기도하며 그분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 더불어 행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예수님들인 고통 중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이 역사의 장이 진리가 되게 하는 또 다른 작은 그리스도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진리 때문에 우리가 고통을 당하고 희생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말씀을 꼭 기억해 할 것입니다. “진리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2016년 3월 1일(화) 오후 1시 평화로(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봉헌된 <일본군‘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의 강론입니다. 


출처.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전국행동 발행(2016.12.2)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강론 및 교육 자료집 민족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