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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성주 길바닥미사. 김용태신부 강론]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5. 13.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대전정평위)는 5월 5일(금)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성주를 방문, 소성리 길바닥에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길거리 평화미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전정평위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도마동성당 주임)를 비롯한 사제와 평신도 등 10 여명의 대전 정평위원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미사는 대전교구의 김용태, 김다울, 박상병 신부와 부산교구의 김준환 신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황동환신부, 그리고 문규현신부 등이 공동 집전했다. 다음은 김용태 신부의 강론


성주야!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대전정평위, 어린이날 맞아 성주 방문, 길바닥 미사 개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글로 써왔습니다. 강론 그냥 하려다가 욕 나올 것 같아서 (좌중 웃음!) 글로 썼습니다. 제 이미지와도 맞지가 안잖습니까? 그래서 글로 썼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마태오 신부입니다. 오늘 열 네명이 대전에서 모여서 함께 왔습니다. 진작에 오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안되어 겨우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늘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 성주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 성주의 평화가 곧 한반도의 평화이죠.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가 또 온 세상의 평화입니다.


이곳 성주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고자 애쓰시는 성주 지킴이 여러분과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평화가 여러분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그리고 성주 주민들 그리고 원불교 교인들을 비롯해서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또 평화의 인시를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며칠 전에 미군들은 아주 도둑처럼 한 밤중에 이곳 성주 소성리로 들이닥쳐서 불법무기 사드를 그것도 '밀반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 경찰들은 무려 7천명 씩이나 동원되어서 미군은 보호해주고 성주 시민들과 평화지킴이들에게는 거꾸로 폭력을 행사하는 그런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울부짖는 주민들 앞을 차로 밀어붙이며 지나가면서 의기양양하게 웃고 핸드폰을 촬영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은 동맹군이 아니라 점령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 성주 주민들과 종교인들을 비롯한 평화지킴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찰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닌 식민지 앞잡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의 경찰은 아니었죠. 또 이 모든 일을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현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매국노! 매국정권이죠. 매국노였습니다. 점령군에 또 앞잡이에 매국노에 그런 폭거였습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상식이나 정당성 혹은 타당성이라고는 단 한점도 찾아볼 수 없는 몰상식하고 불법적인 한반도 사드배치! 그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말도 안되는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서 계속 밀어부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정말 침통하고 참담하고, 또 쌓이는 울분! 이 울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탄핵된 부패하고 부정한 정권이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자숙하고 근신하기는 커녕 못다한 패악질을 마저 해버리겠다는 이 모습에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저들은 정녕 우리를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천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 정말 "개돼지 처럼 여기고 있는가? 그러지 않고서는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찌 감히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려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 하는지, 또 손바닥으로 또 어찌 하늘을 가리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드가 미국의 무기라고 하는 사실! 다 알고 있죠. 이 뻔한 사실. 사드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자신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오로지 미국만을 위한 무기라는 사실. 이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있어서 동맹국이기 보다는 그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요충지이고, 언제고 쓰고 버릴 수 있는 미국의 전략기지, 혹은 군사물자의 하나라는 사실을.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그런 정도입니다. 그래서 성주주민들의 울부짖음도 그들에게는 그저 핸드폰으로 촬영할 만한 웃음거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최근 미국 공화당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 본토만은 안전하니까 상관없다. 전쟁이 일어나도 우리에게는 피해가 없다."라는 식의 망발을 해대는 것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그런 나라인 겁니다.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안보를 외치며 사드배치를 주장하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현 정부를 비롯해서,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은 사실 그들이 욕하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가장 닮아 있다는 사실. 우린 다 알고 있죠.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남북 분단 상황을 고착화시키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사익만을 추구해온 이 모습! 이 모습은 남한의 적폐 정권이나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판박이! 똑같죠.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다 알고 있죠. 따라서 탄핵당한 현 정권과 한국을 자신의 점령지로 착각하는 미국이 서로 야합해서 들여놓은 이 사드배치는 그 자체로 전면무효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화는 그 어떤 전쟁무기로도 이뤄낼 수 없다는 사실. 이거 알고 있어요. 평화는 오로지 대화와 협력, 이해와 화해, 용서와 자비, 상식과 양심을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음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다투는 아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부모가 누가 있겠습니까? 이걸 배워야 알아요? 다 아는거죠.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고, 무기는 더 강력한 무기를 부를 뿐입니다. 다 알고 있는 겁니다. 


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밥값이 총탄보다 훨씬 싸다는 것을. 훨씬 싸죠. 평화는 밥을 서로 나누고, 술을 서로 나누는 데서 옵니다. 서운한 감정도, 또 속상한 마음도, 짜증도 억울함도 화도, 잠시 좀 숨 좀 고르고,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또 들어주고, 그러다가 배고프잖아요? 밥 먹고 하자고!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그렇게들 푸는 거죠. 보통 다들 그렇게 합니다. 이게 남북한이라고 다를게 없죠. 


하나 설치하는 데 1조 3천억원이나 든다는 사드보다 밥값 술값이 훨씬 쌉니다. 이건 비교대상이 아니죠. 방금 봉독한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요한 6,54~56)


여기서 예수님은 참된 평화의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것은 바로 내 살을 양식으로 내어주고, 내 피를 음료로 내어주는 사랑과 나눔의 길. 이게 평화의 길이란 겁니다. 내가 너의 양식이 되어주면, 너는 나 때문에 살 것이고, 네가 나의 양식이 되어주면 나는 너 때문에 사는 겁니다. 그러는 가운데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고, 그러면서 우린 서로 서로 별개 남이 아니라 한 가족, 한 몸, 한 생명을 이루어내는 거죠. 세상의 생명들은 다 그런 식으로 커지고, 자라서, 생명이신 하느님을 닮아서,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함께 다 잘 살 수 있는 참 평화의 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2코린 8,14~15)


이게 평화죠. 평화는 여기서 오는 겁니다. 예수님은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서 평화의 길이 거짓이 아닌 참되다는 사실을 확증시켜 주십니다. 서로 내가 가진 것을 너에게 또 너가 가진 것을 나에게 이렇게 서로 나누어 먹었더니 다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은 거죠. 또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해서 참평화 참사랑의 길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재현시키고 또 기억시키고 또 초대하고 이끌어주시는 겁니다. 이게 참 평화의 길이죠.  받아먹어라 내가 줄테니까! 받아마셔라 내가 줄께! 여기서 평화가 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더 강력한 힘, 더 강력한 무기, 혹은 더 발달된 기술, 더 정비된 조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서 함께 나누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서 비롯된 대화와 이해와 용서와 화해와 교류와 협력과 일치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또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하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과 슬픔 위에 건설되는 그 어떤 여유나 풍요나 안녕이 아니라, 내가 조금 배고파도, 또 내가 조금 불편해도, 또 내가 조금 손해봐도 우리 다 같이 함께 먹고 다 같이 함께 걸어가고 다 같이 함께 살아서 그래서 다행인 것! 그래서 다행인 것이 바로 평화라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또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이 땅의 빨갱이들이 다 사라질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안에 온갖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고,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그 성숙함이 자리할 때, 바로 그 속에서 꽃처럼 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과연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대로,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생명들의 탄식과 울부짖음 속에서 지속되는 전쟁없는 소강상태! 이걸 어찌 평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성주는 전쟁터이고 강정도 전쟁터이고, 이 땅의 수많은 삶의 터전이 다 전쟁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국민을 위해서, 특히 이 땅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쓰여할 돈이 가공할 전쟁무기를 사들이는 데 쓰이거나, 안보장사의 밑천으로 쓰임으로써 우리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게 어찌 평화일 수 있습니까?


이제 모든 것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 허물어야 할 것은 허물고, 치워야 할 것은 치우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고, 새로 세워야 할 것은 새로 세워야 합니다. 그런 중에 의로움이 자라고, 그 의로움 속에서 평화는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그 평화의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둑놈처럼 밤 몰래 들여온 사드! 점령군처럼 밀어부치며 들여온 사드! 사기꾼처럼 야합하고 속여서 들여온 사드! 하지만 들여왔으니까 내보낼 수도 있는 겁니다. 설치했으면 치울 수도 있는거죠. 세웠으면 허물 수도 있는 겁니다. 4대강을 썩게 만드는 저 몹쓸 열 여섯개의 보도 다 허물어버리고 저 몹쓸 핵발전소도 다 폐기해야 하는 이 마당에 이까짓 사드 쯤이야 치우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그렇죠?

(~네~~) 트럭과 헬기가 싣고 왔으니, 다시 트럭과 헬기로 실어가면 그만인 겁니다. 부패한 정권이 미국과 야합해서 들여왔으니, 새 정권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보내면 그만입니다. 


한 점 바람도 없이 천둥이나 벼락도 없이 무서리없이 뙤약볕없이 어찌 꽃이 피고 열매가 맺겠습니까? 우리의 이 몸짓이 우리의 이 싸움이 너무나 힘들고 고되고 또 어렵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이 모든 우리의 몸짓과 몸부림이, 하늘의 뜻을 받을어 이 땅에 참된 정의의 꽃을 피우고, 이 땅의 참된 평화의 열매를 맺게 할 것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오늘 성주 소성리에서 이 땅의 참 평화를 염원하는 이 거룩한 미사 중에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이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울려퍼졌던 말씀을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외치겠습니다.


성주야!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아멘 ~) 

감사합니다. 


2017년 5월 5일 성주 소성리 길바닥 평화의 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