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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성주평화미사 김다울신부강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하느님 사랑의 힘이 담겨있습니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8. 1.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대전정평위)는 7월 31일(월) 성주를 방문,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길거리 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는 대전정평위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부위원장 김다울 신부를 비롯하여 강승수 신부, 박제준 신부, 박상병 신부 등 5명의 사제위원과 문현웅(부위원장), 정춘교(사무국장), 박갑주, 황춘희, 조세종, 홍성옥, 옥소영, 이요한 등 8명의 평신도 위원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미사강론은 김다울 신부가 맡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하느님 사랑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대전정평위, 7월 31일(월) 성주 방문, 월요평화미사 봉헌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2017.7.31 오후 3시)



안녕하세요? (교중.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다울 신부입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기대했건만 

정권이 바뀌고 이곳 ‘소성리’에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지 않게 후끈한 열 폭풍과 또 지금 장대비같은 그런 습하고 찝찝한 그런 날씨가 우리 마음에도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 살고 계시는  소성리 주민 분들이나, 사드반대 대책위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오신 모든 분들도 아마 적잖이 실망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복음묵상: 하늘나라가 밭에 묻힌 보물이라면 …

어제 복음을 묵상하며, 하늘나라가 밭에 묻힌 보물이라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묵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늘나라가 밭에 묻힌 보물이라면, 그 보물은 분명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고, 과연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 한 번 신자분들게 질문을 해보니까, 사랑, 평화, 자비 혹은 기타 등등 여러 답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묵상한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소중히 생각하시는 것이,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 그리고 인간이라고 묵상했습니다. 


돌아가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자에서 이렇께 말씀하십니다. 인간이야말로 교회가 자기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서 반드시 따라 걸어야 하는 첫째가는 길이다. 


"인간은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인간의 구원자』, 14항)


하느님에게 가장 소중한 인간과 모든 

이 말씀은 교회는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 바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을 교회 역시도, 우리 역시도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인간으로 대표되지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 아름다운 산과 들, 바다와 강,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귀하고 소중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문제를 식별하는 최고의 기준은?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바라볼 때, 또 어떤 것들을 식별해 나갈 때, 그 기준은 바로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을 우리도 귀하게 여기고 있는가?"하는 점이어야 할 것입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사드 정책

엊그제 28일에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한 후에, 사드 발사대를 추가 배치할지 안할지 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정부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더니 28일 밤 11시 41분경 북한에서 ICBM급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고 보도가 나왔죠. 그리고 나서 다음날 29일 오전에 갑자기 전날 했던 말과는 반대로 사드배치를 임시로 추가배치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임시라고 하지만, 어쨌든 발사대 6기를 다 배치하겠다는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도대체 이 결정을 하는 데에 무엇이 영향을 미쳤고, 어떤 기준에서, 무엇을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의 입장에서 과연 이 결정들 안에 ‘사람’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세계가 고려가 되었는가? 하는 점들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사람과 생태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도 마찬가지거니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정부가 기습적으로 사드배치를 임시적이라고 해도 설치하겠다는 것 안에는 사람이나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너무 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 결정들을 하는 데 있어서 고려된 것은 아마도 정치적이고 국제적인 힘의 역학관계 같은 것들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신앙인으로 슬픈 것

그렇다고 한다면 참으로 우리 신앙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슬프게도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들은 늘 어떤 중요한 결정에서 소외되고 있고, 무시당하고 있고 도외시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지구

비단 이 사드 배치 결정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유엔에서는, ‘핵무기 없는 지구’를 목표로, 핵무기 금지 조약을 141개국이 체결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 조약에 참여했지만, 너무나 놀랍게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나라들은 자기들의 힘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 금지조약이라는 인도적이고 정말 지구평화를 위하며 생태 환경을 위한 조약에 찬성하지 않은 것입니다. 


세계평화를 늘 이야기하지만 …

그런데 묘하게도 그들은 늘 세계평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고, 세상의 정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핵무기도 없는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도 이 핵무기 금지조약에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핵무기도 없으면서 왜 반대하나?

왜 그랬을까요? 아주 뻔합니다. 미국과의 문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평화를 부르짖고, 또는 인권을 부르짖고, 정의를 부르짖지만, 그 안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이익이나 힘의 논리 그리고 정치적 논리들이 이 안에서 작용하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사람과 이 생태환경은 늘 언제나 고려대상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목헌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전쟁 억지책이 어떠하든,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보호책으로 삼는 군비 경쟁은 평화를 확고히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며 또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균형도 확실하고 진실한 평화가 아니라는 확신을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한다.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 이러한 걸림돌을 없애고 짓누르는 불안에서 세계를 해방시켜 참 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 개혁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여야 한다."(81항)


정신개혁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길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부르짖지만, 공의회가 말하는 것처럼, 정신개혁에서 시작되는 이 새로운 길을 우리는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길은 바로 사람을 또 생태환경을 존중하고 보살피고, 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첫 번째 고려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참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해야 하고, 그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50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인 비폭력에 관하여 숙고하고자 합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어 우리 모두 우리의 정서와 개인적 가치관의 심연에서 비폭력을 길어 올리기 바랍니다. 인간관계, 사회관계, 국제 관계에서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서 사랑과 비폭력을 따르기 바랍니다. …… 폭력은 우리의 깨어진 세상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면 기껏해야 강제 이주와 커다란 고통만이 야기될 뿐입니다."


과연 평화가 힘의 균형일까

우리가 이 길로 나아가지 않을 때, 지금 많은 나라들이, UN에서조차도 말하는 것처럼, 결국 평화란 힘의 균형이고, 결국은 상대방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으로 슬픕니다. 고작 인간들이 추구하는 평화라고 하는 것이 그저 힘의 균형이고, 힘의 논리이고, 나보다 약한 자들을 억압해서 이뤄지는 평화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야만적이고 또 폭력적이고 더 이상 슬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새로운 빛으로 다가오는 오늘의 복음

이 현실을 우리가 바라보면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참으로 위로가 되고, 또 새로운 빛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복음과 달리,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십니다. 겨자씨의 외형적인 모습, 누룩의 적은 양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품고 있는 힘을 예수님께서는 알려주십니다. 


겨자씨와 누룩이 품고 있는 힘

비록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무가 되고 그래서 새들이 깃들일 만큼 크게 자랄 수 있는 힘을 겨자씨는 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이 행위들이 사실은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사실은 부질없이 보이고, 사실은 안될 것 같고, 또 사실은 그저 별 것 아닌 한번 스쳐지나가는 행위에 불과한 것 같지만, 우리가 하는 이 행위 안에 하느님 사랑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한 그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우리가 품고 있다면 우리의 행위는 그저 그런 것이나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하느님이 보시기에 훨씬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위로하는 복음 말씀

그래서 오늘 복음은 저에게도 또 우리 모두에게도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 그 전에 강정마을, 그 밖에 많은 곳과 현장에서 미사를 하며 함께 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이렇게 해서 되겠어?”, “이거 부질없는 짓 아냐?”라는 일종의 자괴감이나 패배감들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옵니다. 그럴 때마다 지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고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복음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이 행위, 우리가 여기 모여 있는 것이 별 거 아니라고 보잘 것 없는 거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이 모든 것들에 하느님 사랑의 힘이 담겨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이 세상에 좋은 것들을 하실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우리가 용기를 내고,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도록 합시다. 


2017-7-31(월)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던 날 오후 3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 강론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17.7.31(월) 오후 3시, 성주 소성리 회관 앞에서 월요평화미사를 봉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