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야 할 몫

도마동성당 주임 겸 대전 정의평화위원장 김용태 신부

대전주보 2018년 2월 11일자 2면 [말씀의 향기]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하는 나병환자를 보신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를 치유해주신다. 접촉은커녕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그 몸에 친히 손을 갖다 대시며 그 문드러진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신다. 그렇게 예수님은 그를 깨끗하게 하시고 다시 살려내신다. 그런데 그게 끝인가? 아니다. 아직 하나 남은 게 있다. 바로 그 나병환자가 박탈당한 사회성의 회복이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부정한 자로 간주되어 "진영 밖에서"(레위 13,46) 즉 하느님 장막의 보호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혼자 살아가야만 했다. 나병으로 인한 병고만으로도 힘든데 거기다가 하느님의 은총에서 제외되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으니 그 아픔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사람은 사회적, 공동체적 존재다.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나병에 걸린 사람은 이러한 사회성을 박탈당한다. 병으로 죽어가고 사회적으로도 죽음에 이르는 이중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병환자의 치유란 것은 몸이 깨끗하게 되었다는 사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병환자가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깨끄해졌다는 사실이 사제를 통해서 선언되고 그런 그를 공동체가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나병환자의 삶이 온전히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병환자의 몸뿐 아니라 사회성까지도 온전히 회복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치유의 완성을 당신이 끝까지 이루어주시지 않고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 두신다. 당신 친히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시지만 그 다음에 그를 깨끗한 사람으로 선언하고 공동체에 받아들이는 일은 사제들과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맡겨 두신다. 왜 그러실까? 하려면 다 하시지 왜 나머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 두시는가? 그것은 바로 그 모습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구원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구원의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치 않으신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구원의 협력자요 동반자가 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은 나병환자뿐만이 아니라 이 땅에서 버림받고 부서지기 쉬운 작고 가난하고 여린 것들을 모두 당신이 하시는 것처럼 사랑으로 받아들여 돌보고 살려내서 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라고 우리를 부르신다. 그렇게 당신 구원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 놓으시는 것이다. 


오늘은 세계 병자의 날이다. 생로병사의 삶에 병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은 병자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그 어떤 병자도 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당신 구원의 몫에 우리가 동참하는 모습이리라!


대전주보 제2452호 - 2018년 2월 11일(연중 제6주일, 세계 병자의 날)


Posted by 대전정평위뉴스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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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중물 2018.02.11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멘! 그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주님과 목자의 뒤를 따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