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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김용태 신부 강론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 없다. 내가 손해보려는 마음이 없다면 ...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8. 4. 17.


공감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 희생과 불이익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



2018년 4월 16일 부활 제3주간 월요일 

제107차 정세미 미사 강론 장소: 대전 전민동 성당

강론: 김용태 마태오 신부(대전정평위원장, 도마동성당 주임)


늘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22-29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강론 중이다. (제107차 정세미가 열린 대전 전민동 성당, 2018-4-16 월 저녁 7시)



제가 주임으로 있는 대전 도마동 성당에는 2년 전 오늘부터 지금까지 만 2년 동안 세월호 배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16년 4월 16일 대흥동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한 다음에 대흥동에서 대전역까지의 침묵행진을 마친 그 세월호 배 모형을 도마동 성당으로 옮겨와서 전시해 놓은 것입니다.   


2016-4-15(금) 저녁 7:30,  대흥동성당에서 세월호 2년 추모미사 후 대전역 서광장까지 침묵행렬을 이어 간 바 있다.



"싫어유!"라고 말하게 된 연유


도마동 성당 교육관 앞에 세월호 모형배를 전시한 지 2년 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저에게는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부모님 상(喪)을 치뤘어도 벌써 다 치렀을텐데, 이제 다 치워라!"


그런 일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살다보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지만,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 대비하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가 다 정해집니다. 그럴 때는 그래서 강하게 "싫어유!"라고 말합니다. 살다보면 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죠. 주욱 이야기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싫어유!"라고 말해야 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김용태 신부는 이곳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도마전시관'이라고 부른다. (2017년 1월 14일(토) 촬영)


그래서 지금도 세월호 모형배에는 저녁 때가 되면 불이 들어와요. 또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세월호 뱃지를 달고 다니다가 생긴 일인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을 건네더군요. 


"아니 부모가 죽어도 그렇게 안 할텐데~"


사실 레퍼토리가 대체로 비슷합니다. "아직도 달고 다니냐? 떼어라!"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싫어유!."


지난 4년 동안 계속 그래왔던 것 같아요. 함께 동참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뭐 교통사고 난 거 가지고 그러느냐! 세금 도둑이다. 이제는 그만 덮고 다시 시작해야지. 언제까지 그걸 그러고 있을거냐?" 


대전 도마동 성당은 세월호 모형배를 2년 째 전시 중이다. (2018년 3월 6일(화) 저녁 8시경 촬영)

 왼편에 보이는 출입구가 도마동성당 성전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그동안 계속 들어왔어요. 그리고 지금도 계속 듣고 있고. 최근에는 또 속상한 모습을 보는데요. 안산의 세월호 추모공원을 만든다니까 일부 안산 주민분들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를 유령도시로 만들거냐. 죽은 자의 도시로 만들거냐."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 


이익만이 중요한 시대의 또 다른 모습


참으로 속상한 모습들입니다. 이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다 이익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오로지 이것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세월호를 기리고 기억하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책임질 사람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보여준 모든 과정들은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는 아주 동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강론 중이다. (제107차 정세미가 열린 대전 전민동 성당, 2018-4-16 월 저녁 7시)



진실을 추구하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그건 밥이 나오고 떡이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밥이 들어가고 떡이 들어가고 시간이 들어가고 돈도 들어가고, 그렇게 누군가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는 과정입니다. 시간이 들어가고, 돈 들어가고, 발품도 팔아야 하고, 오늘 세월호 추모미사를 한다면 또 거기에 참여해야 하는 등, 이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와 동떨어진 행위입니다. 


손해를 보려는 마음이 없다면 피곤한 일이다


세월호의 아픔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행해진 수많은 아픔들이 있죠. 해고노동자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이 시대의 수많은 아픔들, 시대적인 아픔에 동참하여 경청하고 아픔에 대해서 헤아리고 위로해주고,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이 모든 과정이 사실 피곤한 일입니다. 돈도 들어가고 시간도 들어가고 노력도 들어가고, 원래 그런 것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아픔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억울함에 대해서 동참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 없습니다. 내가 손해보려는 마음이 없다면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도, 오늘 복음에서 보면 예수님을 쫓아다니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이나 하늘나라의 가치 보다는 예수님을 통해서 뭔가 세속의 이익을 얻으려고 쫓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이 나를 쫓아온 이유는 얼마 전에 내가 너희에게 빵을 나눠줬기 때문에. 나를 통해서 이익을 누리려고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요한 6,26~27)


세월호 추모와 복음의 가치 


너희들은 썩어 없어질 양식을 추구하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 세상사람들이 보기에는 손해보는 짓이고 언제까지 그렇게 할거냐고 바보같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결국에는 우리 모두를 살리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거룩한 모습이기에 그것을 추구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손해를 보다가 보다가 결국 내 목숨까지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그것을 선택하라는 말씀. 이것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따르고자 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고 4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고 있는 겁니다.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강론 중이다. (제107차 정세미가 열린 대전 전민동 성당, 2018-4-16 월 저녁 7시)



왜 우리는 여기에 모여 이러고 있는걸까?


제주 4.3 사건! 수만명의 무고한 양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건이 일어난지 어느덧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린 그걸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 또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서 지금도 우리는 이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그 참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길고도 피곤하며 불편하고 손해도 보며 또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면서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여정이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이게 바로 참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추모미사를 봉헌하면서 그 때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새기고 공감하면서 더불어서 오늘 복음의 가치들을 함께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107차 정세미가 대전 전민동 성당에서 열리고 있다. (2018-4-16 월 저녁 7시)



공감한다는 것은 단지 이해한다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희생과 불이익을 감수하는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 미사를 통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얻고 그런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시간 함께 마음을 모아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의 마음가짐까지도 주님께 봉헌하는 시간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미사를 통해 304명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이 미사를 바치겠습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강론 끝)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미사로 봉헌되는 107차 정세미 미사의 복음낭독을 마친 최승범 베드로 신부가 물러난 뒤, 대전 정평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강론대에 섰다. 그는 강론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주례와 강론을 해주실 신부님이 계셨는데, 미사 바로 전에 연락이 오셔서 편찮으시다고, 그래서 좋은 강론도 준비해주셨을텐데, 그 강론을 못 듣고, 제가 오늘 세월호 추모미사를 봉헌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