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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나는 구원받을 수 있고, 또 세상을 구원해야 할 존재이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24. 2. 5.

우리의 기도는 어떤 모습인가

대전정평위, 2024년 신년 워크샵 파견미사 김용태 신부 강론

2월 4일(일), 오전 10시, 해미 Wake-up 국제청소년센터 숙박동

 

대전정평위는 워크샵 2일차 오전, 파견미사를 마치고 해미국제성지를 방문했다

 

복음 ...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주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9-39
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나오시어,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어서,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김용태 마태오 신부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시몬의 장모님을 고쳐주시고, 그 고을의 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시몬은 곧 베드로이고, 안드레아와는 형제이지요. 우리가 알기로 베드로는 형이고, 안드레아는 동생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날 이 복음과 관련하여 베트남에서 온 신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안드레아를 형이라고 한다더군요. 사실 성서를 보면, 시몬과 안드레아는 형제라고 나옵니다. 엄밀히 말해서 누가 형인지 모르는 겁니다. 원저도 그렇고 영어 성경에서도 Brother일뿐. 누가 형, 동생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걸 꼭 위아래로 구분합니다. 순서를 정하는 것이지요. 보아하니, 베드로가 교회의 으뜸인 점, 그리고 복음에서 시몬과 안드레아가 집에 가는데, 그곳이 시몬의 장모댁입니다. 그곳에서 안드레아가 같이 산 걸 보면 당시 풍습에 비추어보아, 결혼 안한 동생이 같이 살았던 걸 보았을 때, 안드레아는 결혼하지 않고 형과 같이 산다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외국은 형이나 동생이란 식으로 구분을 하지는 않지요. 

 

대전정평위는 워크샵 2일차인 2월 4일(일) 오전 10시, Wake-up 국제청소년센터 숙박동에서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우리의 기도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한창입니다. 한국은 호주를 2대 1로 극적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고, 반면 자칭 우승후보라던 일본은 어제 저녁 이란에게 2대 1로 충격적인 패배를 겪고 탈락했습니다.  사실 우승컵은 하나니까,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승리하게 해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이 우승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은 "다른 나라는 떨어져야 한다."라는 지향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 안에서도 그런 기도들이 있을텐데요. 그것은 사실 남들은 다 떨어지라는 기도를 하는 셈입니다. 우리에겐 그런 기도들이 많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자는 그런 기도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도는 남들을 떨어지고 불행해지는 겁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남의 탈락을 통한 내 우승을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기도만 할까요? 

 

남의 불행을 바라는 기도를 하게된 까닭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구원의 대상자, 곧, 구원의 객체로만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주체가 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내 구원을 이뤄주는 사람만을 찾으려 하고, 모든 이가 함께 우승하는 법을 찾지는 않습니다. 나의 1등 만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의 복음 내용도 그렇습니다. 고을의 사람들이 모두 스승을 찾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 곳에 머물러 계실 수 없어요. 다른 고을도 찾아가셔야 합니다.

 

시몬과 그 일행이 ...,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 예수님은 ...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병을 고쳐주러 온 게 아니고 복음을 선포하러 온 것이다

예수님은 한곳에만 계실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구원의 객체로만 머문다면, 예수님을 한 곳에 붙잡아놓고 바라만 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이 고을이 소외된다고 생각합니다. 병들리고 마귀들린 자들을 막 데려오지만, 예수님은 다른 고을로 떠나야 합니다. 예수님이 전하고자 하는 구원은 한 곳에 머무르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른 고을에서도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즉 "내가 너희들 병 고쳐주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선포하러 왔다." 바로 이것은 우리들이 구원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쪽 마을에서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병을 고쳐준게 아니라 구원의 주체가 되도록 하셨다는 점입니다. 

 

구원의 객체인 동시에 구원의 주체이다

“고기 좀 잡아주세요.”라는 게 목적이 아니고, 고기도 잡아준 이유는 고기를 잡는 시범을 보여준 것, 알려준 것입니다. 고을의 사람들이 예수님처럼 고기를 잡고, 병든 사람을 고쳐주도록 알려주신 것입니다. 이 시대에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고쳐줄 수 있습니다. 오로지 예수님 혼자서 하실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너희가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인 셈입니다.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 예수님, 우리는 모두 다른 고을로 가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사람들을 고쳐주고, 고기잡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예수님이 하나의 고을에만 머문다면 다른 고을에 가서 그 법을 알려주실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복음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이유 역시 그렇습니다. 예루살렘에만 계신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도록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잡아준 고기를 먹으려고 입만 벌리고 있게 하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대전정평위는 워크샵 2일차인 2월 4일(일) 오전 10시, Wake-up 국제청소년센터 숙박동에서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이유

예수님이 승천하시는 순간, 제자들은 스승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시지 않는다면, 제자들은 만년 제자이고, 평생 배움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승천하시는 순간 제자들이 이 땅에서 예수님이 하셨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 복음의 주요 내용입니다. 

 

시몬의 장모는 객체의 경험으로 주체가 되었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는 복음에서의 내용. ... 이게 중요합니다. 병이 낫자마자 시중을 들었다는 것은 구원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원의 대상자이며 객체로서도 의미있는 존재인 동시에 구원의 주체로서도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소홀히 한 것은 무엇인가

교회와 교회에 속한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의 약자들을 돕는 것인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교회 안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구원의 객체라는 한가지 생각에만 머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서 모두의 스승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바로 여기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그것은 교회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우리를 구원의 대상이란 것을 가르쳤지만, 구원의 주체라는 걸 가르치는 데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율법학자-바리사이와 현재 교회의 공통점

결국 성전이 강화되고, 직무사제가 강화되는 것, 그것은 과거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권력이 강력해지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구원이 필요한 죄인이라는 이미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말을 되풀이하게 되면서, 이기적 신앙이 내 안에 자리잡고, 나의 행복과 남의 불행, 나의 승리와 남의 탈락을 바라는 신앙체계 역시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믿을 교리는 구원의 대상자를 말합니다. 하느님은 나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이란 그 사실에만 강조를 주었을 때, 우리가 예수님의 뜻과 다스림을 이 세상에 만들어나가는 주체란 점을 망각하기 쉽습니다.

 

구원의 주체가 되려면 사회교리를 알아야

구원의 주체가 되려면 《사회 교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사회교리를 도외시하고, 믿을 교리만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구원의 객체로만 머물러 있게 된 겁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교회는 《시노달리타스》를 외칩니다. 그런데 구원의 객체에 머물러 있다면 사실 신자들이 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 교리로 세상을 들여다보면 정말 할 게 엄청 많습니다. 특히 우리 신자분들이 세상에서 드리는 두 번째 미사가 그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여러분이 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각자 삶의 자리에서 사제이며 예언자로 빵이며 포도주가 되어 일용할 양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일상에서도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너희도 가서 예수님처럼 하라.”이것이 성전에서 드리는 미사에서 파견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도외시한다면, 우리는 할 게 별로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교회가 기도하면 안 되나?

교회가 자꾸 세속화되는 것은 세상을 주체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서, 믿을 교리 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영향에 지난 해 10월에 제가 미사 지향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기도하자고 했더니, 어떤 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리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그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규명을 위해 기도하자는 말에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런 모습이 교회 안에 존재합니다.  

 

교회가 걸어야 할 길은 어디인가?

교회가 바뀌려면 《사회 교리를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밖에서는 전쟁이 한창인데, 교회는 지하 100미터 아래 벙커에 숨어있다면 그 교회는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구원의 주체로 살아가는 것이 참된 신앙의 모습입니다. 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고 이런 진정한 신앙의 자세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회 쇄신을 위한 역할을 해야

우리들이 해야 할 일들은 분명합니다. 특히 정의평화위원회의 위원 여러분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정의평화위원회의 일은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고, 세상을 구원하는 주체로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를 쇄신하는 길입니다. 정평위가 잘되면 잘될수록 교회는 쇄신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이 참 중요한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복음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들의 사명을 다시 한번 집중하는 계기로 삼읍시다. 참고로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은 구원의 주체로서의 삶을 얘기하는 것이고, 제1독서는 구원의 객체로서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제1독서의 욥과 제2독서의 사도바오로가 우리 안에 다 존재합니다. 우리는 구원을 받아야 하고, 또한 구원의 주체로 살아야 합니다. 잠시 묵상합시다. 

 

더보기

제1독서 나는 고통스러워 새벽까지 뒤척거리기만 한다네. (욥기 7,1-4.6-7)

제2독서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코린토 1서 9,16-19.22-23)

https://www.djpeace.or.kr/1554

 

대전정평위, 서산 해미에서 2024년 신년 워크샵 개최

대전정평위, 2024년 신년 워크샵 개최 2월 3일(토), 1박 2일 일정으로 해미 Wake-up 국제청소년센터에서 개최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장)

www.djpeac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