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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광화문시국미사강론 | 탈출기를 이루자! ... 김명식 신부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1. 14.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 2017. 1. 9.


탈출기를 이루자!

강론_ 김명식 신부_ 의정부교구 호원동성당

찬미 예수님!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이며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천 일째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울어야 합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하며 울어야 합니다. 아픔의 상처는 남겠지만, 위로하고 마음껏 슬퍼해야 그 상처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 천 일 동안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파도 마음껏 아파하지 못했고, 슬퍼도 마음껏 눈물을 흘리지 못했습니다. 위로하고 싶어도 다가가지 못했고, 안아주고 싶어도 팔을 벌리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도 순진하게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노예들이었습니다. 노예라는 말이 귀에 거슬리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노예였습니다. “가만히 있어라.”라고 외치는 주인의 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주인의 다음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노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게 물속에서 발버둥 치며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쳐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를 짓누르고,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무시한 집단들에게 분노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합니다. 내일이 열리면 다가올 밝은 아침을 향해, 저 너머 장벽을 넘어, 힘차게 전진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합니까? 무엇을 향해서 가야합니까? 어떤 희망을 가지고 가야합니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여기 왜 모이셨습니까? 단순히 저 파란 지붕 아래 살고 계시는 한 할머니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더 큰 뜻을 품고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처음 하느님을 만났던 그 때처럼,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의 노예 살이에서 벗어났을 때처럼 우리는 탈출을 이루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이 시대에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짓누르던 그 모든 집단과 권력으로부터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지 않게 만드는 모든 시스템과 부조리로부터 탈출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 광화문 광장에서 드리는 모든 시국미사는 이스라엘 민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에 드렸던 파스카 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탈출기 3장 7절에서 10절.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

 

하느님은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용산 참사로 인해서 가난한 이들이 얼마나 박해를 받았는지, 쌍용자동차 사태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박해를 받고 외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4대강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죽어가야 했는지, 강정마을의 제주 해군 기지 건설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이 어떻게 시름시름 앓고 있는지, 밀양에서 얼마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억울하게 박해를 받았는지, 위안부 할머니들은 얼마나 외롭게 피눈물을 흘려야했는지, 그리고 오늘, 천 일이 되는 세월호 사건으로 어떻게 어린 청소년들과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는지, 그리고 그 사건으로부터 살아 남은 자들이 가슴으로 울부짖으며 내는 소리를 하느님은 들으셨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이제 우리에게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 그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하여 우리가 떠나기를 하느님은 바라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런데 우리는 정말 떠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정말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들도 광야에서 하느님께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습니다. 먹을 것이 없다고, 배가 고프다고, 목이 마르다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들과 다를 자신이 있습니까? 이스라엘 민족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기에 금송아지라는 우상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역시 경제 발전을 이루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우리는 우리의 우상인 금송아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는 그런 우상을 숭배하지 않겠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답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또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교회가 모세가 되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달하며 이스라엘 민족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던 모세의 역할을 이제는 교회가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배가 고프다고, 여러분이 목이마르다고 아우성 칠 때 교회는 먹으면 배고프지 않고 마시면 목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빵과 음료를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입니다. 그러니 함께 탈출합시다.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이 보장되는 곳,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우리 함께 탈출합시다.

 

오늘은 전례력으로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 받은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교회입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교회가 되어줍시다.

 

탈출을 꿈꾸는 교회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세속적인 생각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와 교회는 세속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속의 영을 지니고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속적인 것을 따르는 것은 우상을 쫓는 것입니다. 세속의 영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속적인 것은 우리를 오만과 자만에 빠지게 하고 결국 허무만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나의 교회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십자가를 짊어집시다. 가난을 추구합시다.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지지 않으면, 우리가 가난을 추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인간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또 다시 우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교회와 함께 굳은 마음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합시다. 우리의 노예 살이에서 벗어납시다. 광야에서의 그 삶이 비록 힘들지라도 그 곳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 낮에는 구름 기둥의 모습으로, 밤에는 불기둥의 모습으로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함께 나아갑시다. 정말 가슴이 녹아내리는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우리 이제 그만 탈출합시다.

 












원문출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블로그 http://blog.daum.net/sajedan21/2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