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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정평위 뉴스

김용태 위원장 신년 인터뷰(2)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무엇인가?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1. 16.

대전 정평위원장 김용태 신부와의 인터뷰 (2)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무엇인가?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도마동성당 주임)는 대전시 유성구 갑동에 자리한 꼰솔라따 수도원에서 2017년 1월 13일(금)~14일(토)의 1박2일 일정으로 2017년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연수회를 가졌다. 이에 필자는 김용태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전 정의평화위원회가 보낸2016년 한 해에 대한 소감과 신년 계획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연수회를 마친 1월 14일(토) 오후 12시 30분경, 본당사목중인 도마동 성당 사제관에서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두 번째로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정평위의 계획 등을 물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사제관 앞 기념촬영. 도마동 성당에는 지난 해 4월 16일 세월호 2주기 때 침묵행진에 사용했던 

모형 배가 전시되어 있다. 이에 김 신부는 이곳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도마전시관'이라고 말했다.  


Q. 촛불과 횃불로 상징되는 광장민주주의를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기 위해 요구되는 자세는? 특별히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입니까?

 

열 처녀의 비유(마태오복음 25,1~13)라는 게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마태오 25,2)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열 처녀의 비유에서 다섯 명의 슬기로운 처녀와 다섯 명의 어리석은 처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기름'입니다. 차이점은 그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름이란 게 대체 뭐죠? 혼인잔치에 오는 신랑을 끝까지 기다릴 수 있게 만들었던 바로 그 기름,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로서의 기름! 그것은 바로 지구력,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힘, 버틸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어둠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힘, 끊임없이 촛불을 타오르게 만드는 힘 그런거죠.


그렇다면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그 힘이란 게 대체 뭘까요? 저도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어떤 자들은 촛불이 빨리 꺼지길 바라면서, "저러다 곧 지치겠지!"라고 바라겠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 끊임없이 타오르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저는 교황님이 하신 말씀 안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을 향해가며 거쳐 가는 중간기착지로 레스보스 섬이란 곳이 있습니다. 작년에 교황님이 그곳의 난민 열두 명을 당신 전용기로 태워서 바티칸에 데려와서 로마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인데, 비행기 안에서 교황님이 어느 난민 어린이가 그려준 그림을 보여주십니다. 그림에는 바다가 그려져 있고 하늘에 해가 그려져 있는데, 바다에 사람들이 빠져 죽어가고 있고 그걸 보고 하늘에 떠있는 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런 그림입니다. 교황님은 그 그림을 보여주시며 말씀하십니다.


"태양도 울 수 있다면, 우리도 (난민을 위해) 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울어줄 수 있는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생명에 대한 감수성, 그것이 바로 우리 내면의 촛불을 타오르게 할 그 기름이 아닐까요이런 것은 훈련을 통해서 어렵게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이죠누군가 옆에서 처참하게 죽어 가는데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굶주린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뭐라도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누가 피 토하고 쓰러지면 깜짝 놀라며 하다못해 119라도 부르는 것이 당연한 거고,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는 감히 웃음 짓지 못하는 게 당연한 도리지요. 이것은 우리 내면 안에 있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감수성이라 하겠습니다이러한 마음, 이러한 감수성이 바로 우리의 삶 안에서 촛불을 타오르게 하는 힘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오늘의 세태 안에서 이런 마음, 이런 감수성을 상실한 듯한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기도 합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이지요.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피자와 닭다리를 뜯는 사람들, 고통 받는 이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저들이 과연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이렇게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에는 인간 같지 않은 사람보다는 인간 같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아니 믿어야 합니다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태양도 울 줄 안다면 우리도 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우리 안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우리 안에 무뎌져 가는 이 인간성을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4(토) 오후 12시30분경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앞장서서 이 일을 해야 합니다복음서를 보면예수님은 병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다고 나오잖아요그리고 그들을 낫게 해줍니다불쌍히 여기는 마음바로 그것이 구원의 출발점인 거지요이렇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세상을 향해 증거하고 일깨워 나가야 합니다우리 안에 활활 타오를 촛불의 힘그 기름을 채울 수 있게 하는 거지요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성령께서 그 기름이 되어 주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신앙 안에서 고백하게 됩니다.


Q. 주교회의에서는 올해부터 예비자교리교육에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 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시면?

 

주교회의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교리][사회교리]가 구분되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흥부와 놀부' 이야기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 혹은 '사드배치 반대' 등의 주제로 설명하면 그게 바로 사회교리가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가르침에 비유만 달리할 뿐인 거죠. 복음으로 안방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겁니다. 결국 한 가지 가르침, 같은 복음입니다. 사회교리라는 또 다른 가르침, 또 다른 복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교리'라고 하니까 그걸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사실 잘못된 겁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전례적인 차원에만 국한시켜 설명하면 가톨릭의 보편 교리라 생각하지만, 이 성체성사의 신비를 설명하면서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을 이야기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에 맞서 싸우고 이를 복음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하면, 그건 정의구현 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 같은 특정 단체에서 이야기하는 특별한 교리 곧 '사회교리'라고 이해하는 현실이 사실 정상이 아닌 겁니다.

 

물론 그건 그만큼 그동안 우리 신앙이 개인주의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또한 교회가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면서 복음으로 세상을 비추는 노력들을 그만큼 소홀히 했던 면도 없지 않습니다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회교리'란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교리란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집에서 밖에 나갈 때, "나 사회에 다녀올게."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일상 안에서는 사실 가정과 사회가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가정 안의 삶이 사회와 연결되고, 학교에서의 생활이 집안과 연결됩니다. 3이 되면 학교에서나 집안에서나 다 고3인 겁니다마찬가지로 사회교리는 그냥 교리입니다. 따라서 예비자 교리 안에 그동안에 없던 사회교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예비자 교리 안에서 세상에서의 그리스도인의 복음적 사명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지요.

 

좀 더 나아가서, 정의평화위원회라는 단체도 지금은 특별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특별해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 활동이란 것이 본당 사목 안에서 당연히 실천되는 거여야 하고,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라는 말들도 일상적 가치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죠아직은 이런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우리의 삶이 그만큼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라는 가치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이런 가치들이 우리 삶 안에서 일상적인 것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4(토) 오후 12시30분경


그렇다고 한다면 주교회의에서 올해부터 예비자 교리 과정 안에 사회교리를 반영시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들을 우리 안에 일상화시키고 삶 안에서 당연한 것으로 자리하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그래서 그것이 논의로 그쳐서는 안 되고신자 분들이 확실하게 느끼고본당사목을 하는 신부님들이 이를 의식하고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어져야 할 겁니다그래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교리 안에 사회교리적 차원을 강조하기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물론 그런 주교회의의 지침이 없으면 사회교리를 못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어떤 지침이나 협조 공문같은 공식적인 제안들이 있다면 훨씬 더 이를 의식하면서 일선 사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주일학교 차원에서 이미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정의와 평화와 생명에 대한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가난한 사람을 보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이 있어요.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들 마음 안에 오히려 정의와 평화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더 크게 자리합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임금님의 위선과 가식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린아이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다 큰 어른들만 배울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마땅한 것이란 거죠.

 

다시 말해서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어렸을 때부터 일상 안에서 자리잡도록 이끌어가야 하는 겁니다. 세상에서 이뤄지는 교육들은 유치원부터 초, , 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경쟁과 승리를 강조합니다. 그건 복음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거리가 먼 것들이죠. 그렇게 세상에서의 교육에는 많은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족한 것을 채워 균형을 맞추려면 더더욱 주일학교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 혼자 앞서 가는 것보다 다같이 함께 가는 게 더 중요하고, 나 홀로 높아지는 것보다 너를 위해 기꺼이 낮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나 혼자 더 많이 갖는 것보다 다 함께 나누어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주일학교에서 가르쳐줘야 하는 겁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잘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입니다. 아이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세상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세상 안에서 살면서 복음을 실천하는 법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우선은 이와 관련해서 청소년 사목국장 신부님과 지속적인 논의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금방 뭔가가 되고 그러지는 않겠지요. 많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지향을 두고 계속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한편,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일상화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시는 분이 바로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내에서 사회교리적인 강론을 하다가 신자들의 저항이나 거부에 부딪쳤을 때, "바로 이것이 교황님 말씀입니다."라고 하면, "~교황님 말씀이구나!"하면서 교황님의 권위 안에서 설득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큽니다(물론 그것조차 거부하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만). 그걸 보면 훌륭한 지도자의 행동이나 말이 세상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되죠. 신자라면 대부분 교황님 말씀을 교회법처럼 생각하고 가톨릭의 보편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교황님 말씀은 보편성이 있어요. 한 개인의 사적인 발언이 아닌 겁니다. 교황님 말씀 자체가 보편성을 띄고 있으므로, 그 안에 사회교리적인 내용이 녹아있으면 평소에 사회교리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그것을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보편적인 가르침으로 받아들이죠. 그래서 교황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사람들은 사회교리가 특별한 게 아니고, "그냥 보편 교리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참 고맙고 든든합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4(토) 오후 12시30분경



Q. 올 해 정평위의 계획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2017년도 정평위 연수회로 올해 첫 모임을 하면서 특별하게 바뀐 게 있다면, 바로 '청년정평위'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2명의 청년 정평위원을 임명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2017년도에는 청년들이 정의평화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사실상 세상을 변화시키는 고비마다 젊은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원한 누나 유관순 열사의 3.1운동도 그렇고, 4.19도 그렇고, 5.186.10항쟁 그리고 지금의 촛불도 그렇습니다. 늘 젊은이들이 함께 하고 때로는 주축이 되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는 것도 대학생들입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벅찬 감동과 새로운 희망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이게 나라냐!"라고 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올바른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 이 사실이 지금의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세상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의 하나는 젊음입니다


당장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제일 두렵게 만들지만 젊음 안에는 불확실성이 주는 두려움까지도 감수하고 무릅쓰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고비고비의 역사적 길목에서 등장했던 젊음의 힘이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와 쇄신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영적 쇄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그 젊음의 에너지가 교회 안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특별히 올 해부터는 세상 속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젊음들과 더 적극적으로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고요, 2017년도 정평위 활동은 여기에 더 초점을 맞춰볼까 생각합니다.

 


Q. 이 세상의 모든 가톨릭 교우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듯 우리도 서로 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함께 해서 가장 좋은 점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겁니다. 뜻을 같이 하고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서로를 일컬어서 우리는 '동지' 혹은 '동무'라고 말하잖아요. 단순히 뜻만 같은 게 아니라,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라고나 할까요? 함께 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좋은 것도 함께 나누고, 어렵고 힘든 것도 함께 나누니 의지가 되고 힘이 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속상할 때 서로 하소연도 하면서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 바로 이 여정, 주님께서 먼저 함께 해주시는 이 여정 안에서 우리도 끝까지 함께 걸어야 합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신년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모든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 대전 도마동성당 사제관(2017.1.14 토)


 

주님께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마태18,20)고 말씀하신 것도 기도할 때 여럿이 함께 모여서 기도하라는 가르침만이 아니라,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이 여정은 혼자 가긴 외롭고 어려우니까 "함께 가라!"는 권고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당신이 함께 하시며 힘이 되어주실 것을 보증해 주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시편127,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또 예수님은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15,5)라고 말씀하셨고요. 코헬렛 서에서도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렛 1,2)라고 말합니다이 말씀들은 모두가, 하느님 없이는 모든 게 무의미하고, 우리는 하느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정평위 활동 혹은 그와 같은 일을 하면서 여럿이 연대해서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더 본질적으로는 하느님 안에 항상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함께 걸어가는 가장 본질적인 연대는 하느님과 인간입니다. 거기에서 인간과 인간의 연대가 온전해지게 되는 거지요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면서, 세상 안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을 비롯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사랑과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여러분이 여러분과 함께!  감사합니다. ()


인터뷰를 마친 후 사제관 앞 기념촬영. 도마동 성당에는 지난 해 4월 16일 세월호 2주기 때 침묵행진에 사용했던 

모형 배가 전시되어 있다. 이에 김 신부는 이곳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도마전시관'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어: 정평위 뉴스블로그 편집장 슈렉요한

인터뷰이: 대전정평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일자: 2017년 1월 14일(토) 오후 12시 30분, 대전 도마동성당 사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