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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탈핵도보순례단 조현철신부 강론] 세월호 참사와 핵발전소는 너무나 닮은 꼴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2. 13.

2017년 2월 12일(토) 세월호 분향소 앞의 탈핵 도보순례단


탈핵 전국 순례! 600km 대장정이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1월 10일(화) 영광핵발전소를 출발한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단의 순례단이 안산시 세월호 분향소를 찾았다. 탈핵 순례단은 2월 12일(토) 오전 8시 30분, 25번째 구간으로 [감골성당 ㅡ안산시청 ㅡ시흥장곡성당](총 21.9 km)의 여정길에 올랐다. 


2017년 2월 12일(토) 안산시청 앞의 탈핵 도보순례단


이 날 순례길에서는 11시에 세월호 분향소에 들려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조현철 신부의 집전으로 미사를 올렸다. 이날 세월호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에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과 지역 활동가인 창조보전연대 초록교육연대 회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순례단은 1주일 후인 2월 18일(토) 오전 광화문에 도착하여 광화문광장에서 12시에 탈핵미사를 개최하고, 오후 1시에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세월호 추모미사의 조현철 신부 강론이다.



2017.2.12(일)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 242구간

세월호 안산분향소에서 예수회 조현철 신부 강론


2017년 2월 12일(토), 오전 11시경 세월호 분향소에서 조현철 신부 집전으로 추모미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와 핵발전소는 너무나 닮은 꼴


모든 사건은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돈으로 환산했기때문


세월호 참사와 핵발전소는 너무나 닮은 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참사란 아직도 의혹은 너무도 많고 진상규명을 위해서 갈길은 또 너무나 멉니다. 인양은 도대체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세월만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과 인권과 안전보다도 다른 것을, 돈을 더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반영 이고 그 결과다. 그것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히 사회적인 참사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와 닮은 꼴의 사고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또 최근의 실체가 겨우겨우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돈으로 환산했기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익은 소수의 개인이 사유화하고, 그 피해는 사회화합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피해는 사회와 우리 인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피해는 자연에게도 미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만금과 4대강을 잘 기억합니다. 


이날 세월호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에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과
지역 활동가인 창조보전연대 초록교육연대 회원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사실 그 피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겨우 막았지만 전국의 대대적인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는 산지 개방움직임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이 입은 피해는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옵니다. 사회적 약자부터 피해를 입는 것이죠. 조류 인플루엔자나 구제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는 원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에 극도로 취약하게 되고, 엄청난 속도로 번지는 것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사육방식, 이른바 공장식 축산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고도의 밀집과 밀폐 사육방식인 축산공장이 바로 바이러스의 온상인 거죠. 그런데도 알고 있지만 공장식 축산은 계속됩니다. 수익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반생명적 환경에서 사육한 고기를 그냥 싸다는 이유로 마구 시켜먹고 있습니다.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일상적으로 또 합법적으로 피해를 강요당해온 지 오래입니다. 노동구조는 갈수록 열악하게 합법적으로 변해왔습니다.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 중에서의 성과급제 도입, 일반해고를 도입하려는 시도 등으로 노동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항의하는 대가는 해고이고 투옥입니다. 


농민들은 농산물 정도는 휴대폰 같은 것들 많이 수출해서 번 돈으로 외국에서 사먹으면 된다는 천박한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 정부관료, 기업들때문에 언제나 천대받아 왔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살해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그리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돈을 생명과 인권과 안전보다 중시해서 일어나는 일은 열거하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핵발전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위험의 규모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 위험이 지속되는 기간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풍요와 편리를 준다고 하면서 또 잘 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계속 핵발전소를 늘려왔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너 구정물 먹을래, 양잿물 먹을래?", "좀 불편하게 살래, 죽을래?"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 구정물을 먹겠다고 합니다. 조금 불편하게 산다고 할 것입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핵발전소에 전기가 없으면 정말 불편하다고 하면 그건 구정물입니다. 핵발전소 자체가 양잿물이예요. 알고 나면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는데, 핵발전이라는 실체입니다. 후쿠시마 정도의 사고가 나면 다 알죠? 우리나라 전체가 세월호가 되는 겁니다. 판도라 영화가 그냥 현실이 되는 겁니다. 아니 현실은 영화 이상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해마다 700톤 이상씩 쏟아져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핵폐기물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임시저장소는 이미 거의 다 차갑니다. 10만년간 그걸 도대체 어디다 보관할 것인가? 그러나 언제나 기존의 질서에서 편익을 누려온 사람들은 언제나 지금의 관행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대개는 합법적인 제도를 통해서, 또 안될 때는 힘을 통해서 눌려버리려고 합니다. 근원적인 변화를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의도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율법의 역할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만들었을 때 율법의 정신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수님이 율법을 무시했던 이유입니다. 무시하면서도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입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려고 왔다."


예수님께서 안식일 정신을 완전히 훼손한 당시 안식일 관행을 무시해서 안식일 논쟁을 벌인 이유입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질서로 이 편익을 누려온 이들은 언제나 법의 준수, 율법의 준수를 엄숙한 표정으로 다짐하고 사람들에게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뒤로는 자기자신들의 이익을 계속 챙기는 것이죠. 예수님께서 살인, 간음, 맹세에 관한 율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 그 뿌리로 다가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더합니다. 아예 법을 만들 때 권력자들이 자기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불리한 조항은 없애도록 자기들이 보호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세월호 특별법이라고 만들었지만, 실제로 그 법은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는 법이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아주 효과적으로 막는 법입니다. 그러니 진상조사, 의문이 제대로 풀린 것은 하나도 없죠. 그런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정의가 철저히 훼손되었지만 합법입니다.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안전할 수 없는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보여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각종 규정과 같은 것들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기다림의 성당'


국정농단의 주범인 대통령이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났다고 법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한번 다퉈보겠다고 하는 판입니다. 우리 사회를 바꾸려면 공적인 영역에서 이런 관행과 제도들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잘 압니다. 우리가. 그러나 문제는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힘센 자들이 해 온 불법적이고 불의한 관행과 정신이 알게 모르게 그 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다수의 우리들과 우리 일상의 삶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들도 이미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힘이 주어지면 그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밖에서는 인권을 외치면서도 자기 주위사람들의 인권을 자연스럽게 해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의 개인적이고 습관화된 편익을 그대로 누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합리화한 방어벽을 내 삶에 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변명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 각자가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사가 집전된 컨테이너 박스 성전



예수님은 그래서 이런 사회 현실에서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말하라고 하십니다. 변명거리로 사안의 핵심을 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핵심을 놓치지 말라는 겁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가? 이 자체에 반대할 명분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건 그냥 "예!"라고 해야만 되는 겁니다. 다른 말을 붙이면 안되는 것이죠. 핵 발전이 위험한가? "예!"입니다. 그러면 탈핵을 해야 합니다. "위험하지만 안전하게 운영하겠다."라는 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핵폐기물을 감당할 수 있는가? "아니요!"죠. 그러면 다른 말 하지 않고 핵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되는 것이죠. 탈핵을 해야하는 겁니다. 전기에너지 수요를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연에너지로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이상의 다른 말은 공적인 영역이든 우리 개인의 영역이든 다 사악한 것에서 나온 것이다. 그게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 이상의 다른 말은 악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적인 영역에서나 개인적인 영역에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악을 막고 선이 우리 자신과 사회를 지배하도록 함께 걸어갔으면 합니다. 


2017년 2월 12일(일)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 242구간 세월호 안산분향소

예수회 조현철 신부님의 강론


2월 12일(토) 오전. 242구간 안산감골성당~ 시흥 장곡성당까지 출발전 감사기도와 인사나눔 그리고 기념촬영


길을 갑니다. 탈핵의 길. 우리의 탈핵 의지는 멈추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