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세미(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강연) 제84차 강연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2017년 2월 20일(월) 저녁 7시, 대전 전민동성당 2층 성전을 가득 메운 가운데, ‘4.16 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작가와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등 세 명이 발표자로 나서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 등에 대해 발표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7시 미사를 마치고, 7시 45분부터 시작된 강연회는 고인이 된 당시 단원고 2-9반 아이들 3명(김혜선, 조은정, 진윤희)을 기억하는 짧은 영상 세편을 이어서 본 뒤, 저녁 8시경,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강연회는 저녁 8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전교구 정평위원회 김용태 마태오 신부는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고스란히 사회대에 서서 강연회의 사회를 보았다. @ 2017년 2월 20일(월) 전민동성당
저녁 8시부터 본격적인 강연회의 사회를 본 김용태 마태오 신부는 처음 인사말에서 4.16을 굳이 '세월호 참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4.16이란 숫자에서 모든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고 말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우리 모두의 요청이고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강연회를 마치는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신경증은 정당한 고통을 외면하는 데서 온다."라고 운을 뗀 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편하고 힘들어도 직시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세월호는 그들의 일이 아니고, 그들의 삶이 아니라 또 그들의 죽음이 아니고, 우리들의 삶이고 우리들의 일이고 우리들의 아픔이고, 우리들의 죽음입니다. 이 시대에 강도만난 사람,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회의 사회를 본 김용태 신부의 처음과 끝 인사말이다.
2017년 2월 20일(월) 저녁 8시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강연회 시작 인사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맡고 있는 김용태 마태오 신부입니다. 도마동성당 주임신부입니다.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의롭과 평화로운 미사와 강연, 정세미 역대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전민동성당 주임 방경석 알로이시오 신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4.16 가족간담회 시간입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4.16이라고 부르죠. 어떤 날짜에 상징성이 부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날짜만 불러도 무엇인지 아는 겁니다. 3.1은 3.1운동, 8.15는 8.15 해방을, 4.19는 4.19혁명을, 5.16은 5.16 쿠데타를 떠올립니다. 또 4.3은 제주 4.3 사건을, 6.10은 6.10 항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또 6.29 선언, 12.12 사태 등 이처럼 4.16을 세월호 참사라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4.16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날짜의 상징성이 부여된다는 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 되었을 때, 그 날짜에 상징성이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와 이 시대에 사는 모두가 똑같은 날짜가 오면 그 역사적 시간과 사건을 함께 공유합니다. 그들의 사건, 그들의 일이 아니라 나의 사건이며 나의 일이 되는 것이죠. 여기 이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은 그들의 사건, 그들의 참사, 그들의 아픔을 보러 오신 게 아니라, 내 아픔과 내 일, 내 사건이며 내 참사였으며, 그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여기에 오신 것입니다.
4.16은 이제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그러한 4.16입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의 일이 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시대적 아픔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시대적 요청이 들어있고, 시대적 과제, 시대적 사명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우리 모두의 요청이고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받들어야 할 사명입니다. 그래서 4.16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이 시간, '특별히 분노를 기억하라'라는 주제로, 시간을 갖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내지 말라!"고 말씀을 하셨죠. 그런데 제목이 "분노하라!"입니다. 성내지 말라는 말과 오늘 이 시간 분노하자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디. 우리가 왜 분노를 하겠습니까? 소중한 것들때문에, 소중한 사람들때문에,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해치는 상황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바로 사랑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분노할 일도 없죠.
우리가 왜 기억해야 되겠습니까?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으면 잊어먹게 되고, 흐릿하게 되고 무관심해집니다. 그래서 '분노를 기억하라'라고 하는 이 말은 '화내자!, 미워하자!, 원한을 품자!' 이런 뜻이 아니고, 그 소중한 것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그 아픔, 다시는 사람들이 그 소중한 이들을 더이상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짐, 그리고 그 소중함을 해치고 앗아가는 자들에 대한 분노. 그런 자들에 대한 저항과 투쟁, 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말들입니다.
하느님께서도 분노하셨죠.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 당신히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해치고 파멸로 이끄는 그 자들에 대해 하느님은 분노하셨습니다. 그 분노에 동참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이 시간을 갖는 겁니다. 이 시간 순서 먼저 함께 해주신 분들 계십니다.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 단원고 학생 부모님들 함께 해주셨고, 이 시간 오현주 작가님, 유가족 대표로 장훈 형제님, 그리고 이어서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했고 지금은 세월호 국회의원으로 유명하신 박주민 의원님 모셔서 이야기 듣고 이어서 함께 하는 토크를 하겠습니다.
2017년 2월 20일(월) 밤 10시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강연회 끝 인사말
아쉽지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2부가 남아있습니다. 끝나고 가실 분들은 가시고, 오늘 함께 하시는 유가족 여러분들과 간담회 형식으로 편하게 이야기 나누기 위해 지하 교리실 앞 홀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 아쉬운 분들 더 이야기 나누실 분들은 지하에서 하시면 됩니다.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신경증, 노이로제라는 것, 이른바 정신병이죠. "신경증은 정당한 고통을 외면하는 데서 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편하고 힘들어도 직시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무조건 피하면 안되죠. 우리가 맹장염에 걸리면 그 아픈 데 칼을 대야 합니다. "왜 칼을 대냐! 더 아프게" 하진 않습니다. 칼을 대야만 삽니다. 우리 삶 안에도 수많은 고통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 고통들이 싫다고 외면해버리면, 그 고통은 더 커져버리고, 결국 우린 고통 속에 갇혀버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고통이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줍니다. 이게 십자가의 신비입니다. 세월호는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거기에는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다 있어요.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죄가 보입니다.
그 무고한 생명을 죽인 사람들의 죄, 그 사람들에게 부역한 사람들의 죄, 그들에게 침묵한 사람들의 죄, 그리고 무관심한 수많은 사람들의 죄.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희생된 아이들과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 아픔 그리고 유가족들의 아픔들. 마지막까지 그 아이들 손을 붙잡고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 함께 해주실 하느님의 사랑. 그 모든 것들이 세월호라는 십자가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것을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읺고 바라보고 함께 나눌 때 십자가 너머에 부활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세월호의 아픔을 넘어서 참된 부활의 삶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분들이 시간을 할애하고 이렇게 불편함을 함께 하기 위해 마다하지 읺고 적극적 이 자리에 힘께 해주신 여러분과, 또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아픔을 직시하려는 여러분 모든 분들을께 감사를 드리면서 앞으로도 이 여정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세월호는 그들의 일이 아니고, 그들의 삶이 아니라 또 그들의 죽음이 아니고, 우리들의 삶이고 우리들의 일이고 우리들의 아픔이고, 우리들의 죽음입니다. 이 시대에 강도만난 사람,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입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쳐 갔던 사제들이나 지나쳐간 레위인이 아니고. 그를 돌본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서의 삶을 선택해 나가야 하겠고, 예수님은 이 시대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서 그렇게 임해달라고, 강도만난 사람으로서 우리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세월호는 강도만난 사람이고,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호소하시는 그 외침을 우리가 거절하지 않고 응답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