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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안팎뉴스/가톨릭 뉴스

가톨릭 사회교리를 학교운영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대구가톨릭대학교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7. 2. 17.

가톨릭 사회교리를 실천하겠다는 최초의 대학, 대구가톨릭대

2월 15일(수) 제26대 총장 취임식, 김정우 요한 신부의 취임사를 통해 밝혀



가톨릭 사회교리를 학교 운영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대학이 나타났다. 2017년 2월 15일(수) 대구가톨릭대 총장 취임식에 선 김정우 요한 신부는 취임사를 통해서 사회교리 실천을 통해 발전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사회교리의 원칙인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을 학교 운영의 대원칙으로 삼아 공동책임과 공동참여를 권장하며, 어느 누구도 소외와 차별을 겪지 않도록, 그래서 공동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진정한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6대 대구가톨릭대 총장 취임식에 선 김정우 요한 신부


재학생 15,000명 규모의 대규모 사립종합대학인 대구가톨릭대학의 제26대 총장 취임식이 2월 15일(수) 교내 성바오로문화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조환길 학교법인 선목학원 이사장(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최영조 경산시장, 김계남 총동창회장, 대구대교구 사제 수도자, 교직원과 학생 등 40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전정평위 위원이며 지난 1월 정기인사를 통해 대전가톨릭대 총장이 된 김유정 유스티노 신부도 참석하였다. 

 


김정우 요한 신임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창학정신을 되살려 ‘대학다운 대학’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학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1914, Again!’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 같은 슬로건을 제시했다. 1914는 대구가톨릭대의 모태인 성유스티노신학교가 영남지역 최초의 대학교육기관으로 개교한 해를 의미한다. 또한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기 위해 김 총장은 △학문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에 충실 △시대의 흐름과 미래의 변화를 읽어내는 대학 △학교 구성원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투자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새로운 교육방법 연구 △지식 생산자로서의 역량 교육 등 5가지 실천과제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회교리를 대원칙으로 삼아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인간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을 학교를 운영하는 큰 원칙으로 삼아서 공동책임과 공동참여를 통해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되지 않게, 공동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각자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가톨릭 사회교리의 실천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소감이 두루두루 대학 사회에 두루두루 퍼지길 기대해본다. 


한편 2016년 12월 16일, 학교법인 선목학원은 제26대 대구가톨릭대 총장에 김정우 신부(요한)를 임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임기는 2017년 1월 6일부터 4년이며, 가톨릭대를 졸업한 김 신임 총장은 1983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2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조교수로 시작해 신학대학장, 인성교양부장, 사무처장, 신학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대구가톨릭대학교 제26대 김정우 요한 총장 취임사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선목학원 이사장이신 존경하올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안동교구장님, 장신호 요한 보스코 보좌주교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김계남 총동창회장님, 동료 교수님, 직원 선생님,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대구대교구의 사제 수도자, 지역의 기관장님, 대학 총장님과 교수님, 가족과 지인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가톨릭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영남지역 최초로 대학교육을 시작해,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인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제26대 총장으로 미약하나마 힘을 더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지만 취임의 기쁨보다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저에게서 잘 사라지지 않는 것은 모든 분들이 공감하시듯이 '대학의 위기'라고 하는 중차대하고 엄중한 시기에 총장직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어렵고도 힘든 시기에 교회의 명령에 순명하며 결연히 직무를 받아들인 이유는 교회의 교육적 사명과 대학 본연의 의미를 다하는 데 헌신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잘 아시는 것처럼 바로 예수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그분에 대해 구약성경의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고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이사 46,2) 위해서 오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삶을 오늘에 이어가며 실천하려는 교회의 여러 사명 중에 하나가 교육의 사명입니다. 교육의 사명을 통해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려는 것이 바로 대구가톨릭대학교라는 존재입니다. 우리 대학의 교훈이 사랑과 봉사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12세기 유럽의 수도회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널리 전하기 위해 대학을 세웠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주 만물의 진리를 가르치며, 학문적 지식을 모든 이에게 문을 열어, 차별 없이 가르치며, 지적 야만인이 아니라 인성을 갖춘 참 인간을 양성하며, 균형 잡힌 참 지성인이 되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수도회에 의해 12세기에 시작된 대학 본연의 의미입니다. 이를 추구하고자 탄생한 대학이 또한 우리 대구가톨릭대학교입니다.


이러한 학교이기에 우리 학교는 더 이상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를 고민하고 가르치는 학교가 아닙니다. 비록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오히려 이 난국을 지혜롭게 이겨나갈 지혜와 용기, 그리고 도전의식을 가르치고 이끌어줌으로써,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원대한 꿈과 미래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참 인재를 양성하는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며, 더 큰 이상을 향해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명을 실천해야 하는 학교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한 신부로서 과분한 직책을 맡은 저는 우리 대학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고, 우리의 지난 10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정체성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의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할 힘을 얻고자 합니다.


우리 대구가톨릭대학교는 모태인 성유스티노신학교를 통해 영남지역 최초의 대학교육기관으로 100년의 역사를 지니며,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이 나라와 이 민족에게 실천해 왔습니다.


1919년 3월 5일 일제 탄압에 항거하여 영남지역 최초로 성유스티노신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 운동을 벌였으며, 이는 3월 8일 대구 개신교 학교 주축의 독립만세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선교사이며 성유스티노신학교 3대 교장이었던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도에서 일본 국화인 왕벚나무 표본을 수집하여, 당시 벚나무 분류의 권위자인 독일 베를린의 쾨네 박사에게 보냄으로써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을 최초로 국제학회에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공헌자이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셨습니다.


또한 1952년 남존여비의 낡은 사고에 의해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차별을 당해오던 이 지역의 여성들에게 남성과 같은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인간존중과 남녀평등의 사상으로 효성여자대학을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이 두 학교가 1995년 대구가톨릭대학교로 통합해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사랑과 봉사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100년 대학의 역사를 이룩하였고, 세상을 깨우는 종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대학입니다. 대구·경북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대학입니다.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대학입니다. 창학의 정신을 되살려 우리 대학을 '대학다운 대학'으로 운영할 기본 방향과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기본방향과 계획보다 앞서야 할 것이 우리 구성원 모두의 정신과 마음의 자세입니다. 우리 대학이 이 어려운 경쟁의 시대에 진정으로 살아남기를, 그리고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1914년 창학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오로지 신앙 하나로 학교를 시작하셨던 플로리안 드망즈 초대 교구장님의 창학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고 참된 신앙의 정신으로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는 매일 낡은 자신에 대해서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일신우일신의 삶이 요구됩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삶이겠지만 하느님이 계시기에,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고, 교회의 심장으로부터 태어난 대학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기 위해 다섯 가지의 실천 과제를 정했습니다.


첫째로 학문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학문과 지식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을 알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학문적 지식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왔고, 현재의 발전과 성숙을 통해 미래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는 대학의 소명이며 역사적 과업입니다.


둘째, 우리 대학은 시대의 흐름과 미래의 변화를 읽어내는 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200여개의 4년제 대학이 있습니다만, 수많은 대학들이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만 몰두하며 교육부 정책에만 대응하는 대학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학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고유한 능력을 퇴보시키고 있습니다. 연구, 교육, 취업, 산학협력 등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는, 근본에 충실한 대학을 만들고자 합니다.


셋째, 저는 학교 구성원인 학생, 교수, 직원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학교의 발전은 시스템이나 시설의 발전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발전입니다. 교수의 연구와 교육능력을 최대한 키우고, 직원의 직무역량을 함양하면 그 산물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 구성원 모두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교육기관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연구하겠습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다양한 상황과 새로운 콘텍스트에서 문제를 식별하고 정의하는 역량,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힘을 모으는 팀워크와 리더십을 연구하고 교육하겠습니다.


다섯째, 학생이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의 생산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팀 학습, 상호작용, 그룹학습, 토론, 실험실습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지식을 생산할 수 능력을 키운다면 우리 학생들의 경쟁력이 크게 상승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 인간에 대한 존중이 그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톨릭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대학이 되겠습니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은 인간 존중입니다. 학교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나누는 곳입니다.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을 학교를 운영하는 큰 원칙으로 삼아 공동책임, 공동참여를 통해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되지 않게, 공동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각자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가톨릭 사회교리의 실천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꼭 기억하고 싶은 두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 대학 제20대 총장을 역임하신 최한선 예로니모 총장님입니다. 재임 중 와병으로 세상을 떠나시기까지 암과 투병하셨는데, 그 아픔마저도 학교발전을 위해 봉헌하시고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마지막 남은 당신의 시신까지 후학들의 의료연구에 과감히 기증하신 그 분께 사랑과 존경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43년 동안 오로지 교육자로서 한 길을 달려오신 저의 선친의 신앙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두 분께서 보여주신 진정한 사도(師道)의 모범을 본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일어나 가야할 시간입니다. 회의주의, 패배주의, 냉소주의로 인한 우리 안의 불안과 어두운 장막을 거두어 버리고 일어나 갑시다. 하느님 그분이 계시고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성인성녀들께서, 그리고 전 세계 가톨릭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교육공동체 모두가 우리와 우리 학교를 위해 기도해 줄 것입니다. 일어나 갑시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세상 사람들이 비록 저급하게 간다 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저는 오늘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을 모시고 저의 생각을 진실의 언어로 말씀드린 이 자리가 제게는 너무나 큰 영광이었습니다. 끝까지 경청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2. 15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