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기행](3) 동아일보의 가짜뉴스와 친일파의 득세

대전정평위 제주 4.3 방문단(2018.11.10 토) 제주 평화공원 제2관 해방과 좌절

친탁과 반탁을 명쾌하게 '오보'하여 판을 뒤집다


동아일보의 1945년 12월 27일자 가짜뉴스로 인해 숨죽이고 있던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2016~2018) 예멘 출신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했다. 제주도는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별다른 조건 없이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입국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난민이 대거 유입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이슬람 신앙인들이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본격적인 반 난민 여론, 반 이슬람 여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찬반을 떠나서라도, 예멘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난민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도 한때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던 것이다. 현대의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런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고 할 지라도, 우리는 이미 일제 강점기에 현해탄 등을 건너 일본으로, 만주로, 중국 등으로 많은 이들이 고국을 떠난 경험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비극은 친일 경찰과 관리를 재등용하면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적폐세력의 발원지가 그들이다. 

제주의 비극 역시 그것이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대체로 일자리가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국을 등질 수 밖에 없던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선택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70여년전 일자리가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갔던 제주 사람들의 사정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독립된 고국으로 그들이 돌아왔는데, 그 숫자가 무려 6만명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군정은 돌아오는 이들이 담배 두 보루에 해당하는 금액 정도만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제주다크투어 강은주 대표의 말처럼 "그래서 원망도 크고 정착하기가 힘겨워졌을 것"이다. 심지어 한국사회는 어느새 친일세력들이 경찰과 관리로 재등용되어 부정부패와 악행을 일삼는 혼란의 시절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다는 말로도 부족한 역사적 왜곡의 순간에 하나의 가짜뉴스가 있었다. 바로 동아일보의 신탁-찬탁 왜곡보도가 그것것이다.  


동아일보의 1945년 12월 27일자 가짜뉴스로 인해 숨죽이고 있던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는 계기가 되었다.


1945년 12월 16일부터 26일까지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3국(미국 · 영국 · 소련) 외무장관 회의(일명.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신탁통치안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동아일보 등의 보도와 반대로 신탁통치안을 제시한 쪽은 소련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신탁통치안을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미국이 즉시 독립을 주장했지만, 소련이 38도선 분할을 구실로 신탁통치를 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남한에서는 반소 분위기와 반공 분위기가 높아졌고, 그 결과 반탁운동이 벌어졌다. 


1945년 12월27일치 <동아일보> 1면의 대문짝만한 보도의 기사제목

“외상회의에 논의된 조선 독립 문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미국은 즉시독립 주장.” 


동아일보의 거꾸로 보도, 왜곡보도, 이른바 가짜뉴스가 판세를 뒤흔들어버렸다. 미국은 더 오랫동안 신탁을 해야 한다고 했고, 소련은 짧게 하고 독립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동아일보는 뒤집어서 보도를 한다. 소련은 우리를 아주 오랫동안 통치를 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은 아주 빨리 독립시켜 준다는 식으로 거꾸로 보도를 했던 것이다. 오보를 내게 되었는데, 이는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오보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당시 동아일보 사주인 김성수 일가는 굉장히 큰 땅을 갖고 있고, 그 집안의 땅은 "이 산에서 저 산까지, 이 강에서 저 강까지" 정도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혁명의 물결이 몰려오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굉장히 컸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함규진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 1월 한겨레 21(제796호) 글을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독립 주장”이라고 제목을 붙여 독자가 “미국은 우리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데, 소련은 우리를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다”는 인식을 뚜렷이 갖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당시 최대 우파 정당인 한민당과 함께(<동아일보>는 한민당의 핵심인 김성수가 창간했고, 송진우가 사장으로 있던 신문이었다) 신탁통치 반대 운동을 맹렬하게 전개했다.



이 오보 사건이 너무 뼈아픈 이유는 이 오보로 인해 친일파가 득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친일파가 친미파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미국은 우리에게 즉각 독립을 약속했다는 오보를 통해서 민중의 입장을 미국쪽으로 돌리게 한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찬탁' '반탁' '신탁'이란 용어는 너무 복잡하다. 미국은 우리의 즉각적인 독립을 위해 애쓴다는 표현은 너무나 명쾌하고 민중들의 마음에 와닿았던 것이다. 


결국 이 가짜뉴스를 통해서 친일파들이 이 이전까지만 해도 바짝 엎드려 있다가, 다시 득세하게 되었다. 이 뉴스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언론오보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기사를 참고할 수 있겠다. 


1910~2010년 가상역사 ‘만약에’ (한겨레21, 2010년 1월 27일. 제 796호)

반탁운동, ‘동아’ 오보가 없었다면

운동의 수위 낮아 3상회의 결과 수용 가능성… 분단 피하긴 어려웠어도 대규모 전면전은 없었을 



제주다크투어 강은주 공동대표가 동아일보의 가짜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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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는 교구설정 70주년을 기념하며, 올해 70년을 맞이한 제주 4.3을 추모하는 다크투어를 기획했다. 그리고 2018년 11월 10일(토)~11일(일)의 1박 2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했다. 참여자는 정춘교 사무국장, 박갑주 대건안드레아, 이요한 등 평신도 위원들과 자발적 참여자인 노은동 성당의 멋있는 한 쌍의 부부 등 총 5명이었다.



Posted by 대전정평위뉴스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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