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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김용태 마태오] 우리는 낡고 병들고 허물어질 수 있기에 구원받아야 한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9. 2. 12.

제120차 정세미 미사 강론  

정말 필요한 건 신약이 아니라 참된 사랑이다


일시: 2019년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장소: 천안 봉명동 성당

사제: 용태 마태오 신부(대전정평위원장, 도마동성당 주임)

오늘 복음 <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53-56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53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54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55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56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2019-2-11(월) 저녁 7시, 천안봉명동 성당에서 2019년 상반기 첫번째 정세미가 열렸다. 

사진은 주례사제로 나선 대전정평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미사 강론장면


생로병사는 필연적 과정

생로병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 과정입니다. 따라서 병든다는 것은 사람마다 원인과 정도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필연적인 것일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처럼 병자들을 치유해주시는 예수님은 인생의 필연적 과정인 생로병사 중에서 ‘병’을 없애려 하신 것일까요? 


예수님은 병이란 것 자체를 없애려 하셨을까?

아닙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병이란 것을 없애려 하신 것이 아닙니다. 병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신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병이 존재하고 병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첫 번째로 그것은 우리가 구원받아야할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완전하지 못하고 낡고 병들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구원받아야할 대상임을 드러내는 것이겠죠.

두 번째로 그것은 우리가 각자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 보듬고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사랑이란 …

온실 속의 화초보다 온갖 풍상을 이겨낸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더 큰 감동을 주듯이 우리의 사랑이란 것 또한 아무 시련이라 역경 없이 그 어떤 갈등이나 다툼이 없이 그저 좋기만 한 사랑이 아니라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견디어 내고 갈등과 다툼을 극복하면서 이루어내는 그런 고귀한 사랑입니다. 우리 주위의 병자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고귀한 사랑을 일구어 내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이 병자의 치유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

예수님께서 병자의 치유를 통해서 가르치고자 하신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구원받아야할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온전히 주님께 의탁하는 믿음을 지니는 것, 그리고 우리는 서로 돌보고 보듬고 격려하며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것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자 하신 모습인 것입니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불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신약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참된 사랑입니다. 세상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병자들 중에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보다는 사랑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돈이 없어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심지어는 돈 좀 더 벌겠다고 좀 더 편리해지겠다고 과거에는 있지도 않은 질병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내고, 마땅히 건강해야할 사람들의 삶을 병들게 만드는 탐욕이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는 의술이 아무리 발달한들 돈 없고 힘없는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병들어 버려질 뿐이겠죠.


정녕 서로를 살리는 사랑이 필요한 시대

오늘 복음에서 불쌍한 병자들을 치유해주시는 예수님의 그 사랑과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할 모습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병자들을 예수님께로 데려오는 사람들이죠. 배에서 내리신 예수님을 알아본 사람들은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온 것입니다.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 거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이들의 수고로움을 주목하라

바로 이들의 수고로움, 이들의 사랑과 정성이 병자들을 살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병자들의 만남을 가능케 했던 이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 정성과 사랑이 병자들을 살립니다. 병자를 치유하시면서 예수님께서 가장 기뻐하셨을 모습! 비로 이 모습이 이 시대 우리 모두의 모습이어야 하겠습니다.


단 한 사람도 예외없이 돌봄과 위로를 받는 세상이라면

오늘은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병자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날이 아니에요. 병자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니까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은 병자 없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병자들이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다 사랑으로 돌봄을 받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인 것이죠.


십자가 예수님을 가슴에 품으신 성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기도 한 오늘, 십자가의 예수님을 가슴에 품으신 성모님의 그 사랑이 우리의 사랑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며 세상의 모든 병자들에게 그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다짐과 결심을 이 미사를 통해서 다 함께 봉헌합시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2019년 2월 11일 월요일 저녁 7시

천안 봉명동 성당 제120차 정세미 미사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