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평강론과글

김용태(안) 신부 강론 ... 백인대장의 충만한 믿음을 닮아간다면(132차 정세미)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9. 9. 17.

놀랍게도 유다인들은 백인대장을 좋아했다.

백인대장의 충만한 믿음을 닮아간다면


제132차 정세미 미사 강론 / 장소: 대전 버드내 성당

강론: 김용태 안드레아 신부(대전정평위원, 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 청년담당)
2019년 9월 16일(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오늘 복음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1-10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백성에게 들려주시던 말씀들을 모두 마치신 다음, 카파르나움에 들어가셨다. 2 마침 어떤 백인대장의 노예가 병들어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3 이 백인대장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유다인의 원로들을 그분께 보내어, 와서 자기 노예를 살려 주십사고 청하였다. 4 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이렇게 말하며 간곡히 청하였다.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5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 주었습니다.” 6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가셨다. 그런데 백인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셨을 때, 백인대장이 친구들을 보내어 예수님께 아뢰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7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8 사실 저는 상관 밑에 매인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9 이 말을 들으시고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에게 감탄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군중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10 심부름 왔던 이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노예는 이미 건강한 몸이 되어 있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2019년 9월 16일(월) 저녁 7시, 버드내성당에서 132차 정세미 미사가 봉헌되었다. 주례는 김용태 안드레아 신부


오늘 루카복음의 백인대장 이야기가 봉독되었습니다. 매 미사 때 성체 모실 때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고 기도하는 사연이 백인대장의 고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오늘 백인대장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오늘날 우리가 갈등과 분쟁 안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백인대장은 노예가 아파 죽게 생겼는데, 흥미로운 것은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직접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자신의 노예를 고쳐달라고 청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유다의 원로들은 백인대장에 대해 예수님께 소개하면서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 주었습니다."라고 합니다.


백인대장(센추리온)은 고대 로마 군대에서 백명의 병사를 거느리는 (위관급) 장교입니다. 그런데 로마의 장교들은 특별히 유다인들과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그들은 난폭하였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그와 다르게 유다인들과 잘 지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유다인의 종교를 존중해주는 걸로 보입니다. 유다인의 회당을 지어주고,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종교도 존중해주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다인의 원로들이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니 그 노예를 고쳐주십시오"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겠죠. 백인대장이 인간적으로 훌륭하니 그 노예를 낫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게다가 백인대장은 노예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계급의 구분을 짓지 않고 살리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백인대장이 예수님 안에서 겸손하고 믿음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의 모범이 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백인대장은 자기 삶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상당한 지위에 올라있으면서, 또 예수님께 올리는 말씀에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옵니다."라는 식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규칙도 잘 지키고 두번째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계급사회에서 노예를 하찮게 여길 수 있고, 다른 민족과 갈등도 생길 수 있지만 유다인과 그들의 종교를 존중했다는 걸 보면 사랑이 참 많은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백인대장은 믿음이 충만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오시지 않아도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예수님이 자기 집에 오는 것조차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다면서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예수님이 그러한 백인대장의 믿음에 보답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백인대장이 보여준 모습을 닮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백인대장의 이야기는 우리가 처한 갈등과 분단의 현실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유다인들은 선민의식이 강하고, 이민족들을 지옥의 땔감 정도로 여기는 이들입니다. 또한 보통의 로마인 장교들도 유다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놀랍게도 유다인들도 백인대장을 좋아했고, 백인대장도 유대인들을 사랑했다는 점에서, 반목이 아니라 평화와 일치로 나아가려면 서로를 바라보고 다름을 인정할 때 일치와 평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일치를 위해 나아갈 때 존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같은 민족이란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도 백인대장처럼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도 그렇게 평화와 일치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저녁 7시 미사 강론

대전 버드내성당 정세미 132차

김용태 안드레아 신부 강론


2019년 9월 16일(월) 저녁 7시, 버드내성당에서 132차 정세미 미사가 봉헌되었다. 주례는 김용태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