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부르짖음에는 이유가 있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그리스도적 복음으로 귀를 기울여야


제136차 정세미 미사 강론 / 장소: 대전 버드내 성당

강론: 박재우 마르첼리노 신부(대전정평위원, 대전교구 원신흥동성당 보좌)
2019년 11월 18일(연중 제33주간 월요일)



오늘 복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5-43

35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36 군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37 사람들이 그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하고 알려 주자, 38 그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39 앞서 가던 이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0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분부하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41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42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43 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2019년 11월 18일(월) 저녁 7시, 버드내성당에서 136차 정세미 미사가 봉헌되었다. 주례는 박재우 마르첼리노 신부


혹시 미사와 강연에 오신 형제자매님 중에 시위와 파업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분이 계십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일반적으로 시위에 참여해본 경험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위란 단어를 들으면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이 그려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이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우며, 무엇보다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치라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위현장에 선 이들이 파이프를 든 괴물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촛불을 든 많은 평범한 사람들인 것처럼, 또한 일반적 시위장면에서도 그들은 우리의 평범한 어머니이고 아버지입니다. 


저의 경우에서도 이전 대통령 퇴진 등을 위한 촛불 시위 외에도 몇 번의 시위행사 참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당연히 경찰분들과 마주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부딪치는 경우를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적어도 제가 함께 했던 분들은 자기 주장 관철시키려고 괴물이 된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분들은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평범한 목소리만으로는 쟁취할 수 없으니, 하나의 방법으로 시위라는 방법을 쓰고, 자기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눈먼거지가 등장합니다. 그는 길가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가 예수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렇게 외칩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는 예수님을 통해서 치유되고 병을 낫게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눈먼 거지의 그런 마음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습니다. 과연 이런 게 복음에서만 나오는 모습일까요? 앞에서 시위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시위나 파업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반응합니다. 


"거~참 이것들은 걸핏하면 시위네?" 

"그거 노조원들이 벌인거지? 노조 나쁜 거야, 귀족들 같으니라고!", 

"얼마나 헤쳐먹으려고 시위야? 아직도 시위야?"

"그러면 기업은 뭐 먹고 사나? 그건 좌파, 빨갱이 같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지!"


그러나 이들은 특별한 이들이 아닙니다. 마치 2016년 기준으로 20%도 안되는 노조가입률 안에서도 소수에도 못미치는 귀족노조를 일반화시키는 일에 불과합니다. 시위를 하는 분들 중에는 자기 생존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기 이야기에 주목해주길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 지금 이시간, 그리고 이시간 이후 앞으로도 자기 목소리 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그 시간에 우리는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을 꾸짖으며 “아~ 좀 그만해!”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군중과 다르다는 사실을 복음을 통해 알지 않았습니까! 소리치던 눈먼 이에게 예수님이 물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예수님은 그를 거부하시거나, 군중들처럼 똑같이 시끄럽다고 꾸짖지 않고 무엇때문에 소리질렀는지를 듣고자 하셨습니다. 약자들의 부르짖음에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 오늘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사와 특강(정세미)에 참여하신 우리 개개인의 마음 안에, 복음 속 예수님 같은 모습으로, 예수님을 따르고 그렇게 마음이 커가기를 바래봅니다.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넓혀주고,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그리스도적 복음으로 이야기를 듣기를 바랍니다. 


이 정세미 미사 속에서 어떠한 지식 습득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 모습을 닮는 하나의 영적 힘을 얻어갔으면 합니다. 이 영적 힘으로 인하여, 혹여나 군중 속 한 사람으로 살아가던 이에게 예수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지향을 계속 마음에 담으면서 이 미사 계속 하겠습니다.

 


2019년 11월 18일 월요일 저녁 7시 미사 강론

대전 버드내성당 정세미 136차

박재우 마르첼리노 신부 강론


2019년 11월 18일(월) 저녁 7시, 버드내성당에서 136차 정세미 미사가 봉헌되었다. 주례는 박재우 마르첼리노 신부


Posted by 대전정평위뉴스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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