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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김용태 마태오] 진정한 믿음은 표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서 온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9. 2. 19.

제121차 정세미 미사 강론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랑에서 믿음이 시작된다.


일시: 2019년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장소: 대전 도마동 성당

사제: 용태 마태오 신부(대전정평위원장, 도마동성당 주임)

오늘 복음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1-13

그때에 11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12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13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2019-2-18(월) 저녁 7시, 대전 도마동 성당에서 2019년 상반기 두번째 정세미가 열렸다. 

사진은 대전정평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미사 주례장면, 왼쪽 옆은 박제준 토마 신부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에게 와서 표징을 요구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인들을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겪은 두 번째 유혹을 보면, 악마는 예수님에게 뭔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라고 하면서 뭔가를 보여달라고 하죠. "보여줘라!" 바로 그런 모습!!!


악마의 유혹이 바리사이의 입을 통해 재연되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보여주면 되는 것 같은데, 고집스럽게 안 보여주십니다. 왜 그럴까요? 살면서 믿음은 중요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 믿음 안에서 서로 뭔가를 주고 소통합니다. 이것이 다 믿음에서 옵니다. 그러나 믿음이란 표징에서 오는 게 아니란 걸 예수님께서 알고 계십니다. 


표징에서 오는 믿음, 즉 보고서야 믿는다면, 그 바라보는 게 사라진다면, 믿음이 사라집니다. 돈 보고 믿으면 돈이 사라지면 믿음도 사라집니다. 그것이 바로 악마의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건 사랑에서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왜 넌 날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서 믿는 사람이 행복하다."라고 하시면서 토마스에게 사랑을 요구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표징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사랑에서 오는 것이기에, 예수님은 토마스에게 또 우리에게 사랑을 요구하십니다. 부모님은 자신의 핏덩이 자식을 보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키우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모름지기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는 바로 그 믿음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아이를 만져보고 나서 정말 이 애는 나중에 커서 성공할 만한가? 그렇게 가능성을 보고 키울까 말까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줌으로, 그렇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핏덩어리이지만 그 어린 아이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지 않고 믿는 것, 날 사랑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랑을 통해 모든 게 옵니다.


시험에 빠져있는 사람들,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 이 시대 표징은 뭡니까? 돈, 권력, 명예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면 "널 믿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과연 이 시대 아무런 표징도 없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 믿을 수 없는 자들, 이른바 말그대로 신용불량자들. 이들은 표징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고 실천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오로지 표징을 보고 뭔가를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그게 어려우면 사랑하려고 노력하는자, 그것이야말로 '제발 사랑하라'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입니다. 우린 예수님이 주신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우러러 나오지 않더라도, 서로 사랑하라.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그들이지만, 그래서 좀 아깝게 여겨지더라도, 내주머니에서 빼서 주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은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알아야 할 믿음입니다. 또한 그것은 예수님의 촉구이며 초대입니다. 표징이나 가능성을 보지 않고서도 그냥 주라고 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카인이 자기 아우 아벨에게 덤벼들어 그를 죽였다.> 창세기 4,1~15,25)의 말씀은 인간의 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인의 죄에도 불구하고, 카인을 사랑하는, 그 사랑 안에서 하느님 안에 우린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것입니다. 참된 믿음은 사랑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서로 믿어주고, 그 믿음 안에서 서로 도와주고 돌봐주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을 다 같이 마음을 모아서 만들어가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 새기면서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2019년 2월 18일 월요일 저녁 7시

대전 도마동 성당 제121차 정세미 미사 강론

김용태 마태오 도마동성당 주임 겸 대전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