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평강론과글

이승현 신부 강론 ... 가정은 하느님을 체험하는 안식처

by 편집장 슈렉요한 2022. 5. 19.

대전 정평위,  2022년 네 번째 정세미(5/19 목 19:30) 강론

가정은 하느님의 사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리

이승현 대건안드레아 신부

 

(2022.5.19. 복음. 요한 15,9-11)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10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1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단위이자 기초 공동체로써 한 나라의 뿌리입니다. 가정이 건강할 때, 사회도 건강하고, 가정이 병 들면, 사회도 병이 듭니다. 가정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오늘 날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살기 좋은 사회,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비유하고 싶습니다. 겉모습은 최고급 스포츠카인데 엔진은 불량이고, 운전자는 면허가 없습니다. 그리고 트렁크에는 시한폭탄이 들어있습니다. 겉모습은 기가 막힌데 그 속은 문제가 많습니다. 엔진은 사회 공동체의 상태를, 운전자는 사회의 리더를, 트렁크의 시한폭탄은 물질만능주의로 팽배한 사회라는 생각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위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OECD 평균에서 2배가 넘는 자살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40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통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중 압도적인 1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라는 것입니다. 경이로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새벽이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넘쳐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절박한 처지에 이르게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까요?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누군가는 세상을 탓하고 사회를 탓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개인의 비극을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여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균열로 시작해 건물 전체가 붕괴되듯이, 개인의 비극은 사회의 비극이 되고 개인의 붕괴는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급격한 사회발전과 더불어 무한경쟁만 남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이 없는 인간은 불필요한 소모품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유치원에서조차 아이들에게 등수를 매기며 경쟁관계를 만들고,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많은 교육을 재촉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해 할 때에 아이들에게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학원을 마치면 늦은 밤이 되어 우리의 가정은 그저 숙소의 역할로 남게 됩니다.

 


가정은 단순히 가족들이 모인 공동체를 뜻하지 않습니다. 가정은 하느님의 사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가정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잘 성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배움과 나눔의 자리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처음 오셨을 때, 나자렛 성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며 성장하셨습니다.

이쯤 돼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리고 싶습니다. 1988년,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프라이드라는 자동차를 새로 장만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하얗고 반짝이는 새 차였습니다. 새 차를 끌고 집에 온 부모님께서는 함께 나들이를 가자며 물건을 챙겨오는 동안 저에게 차를 잘 지키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돌멩이를 주워 하얀색 자동차를 벅벅 긁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를 전체적으로 돌아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천장에도 올라가 열심히 그렸습니다. 나들이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신 부모님께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부모님께서는 “우리 아들, 그림 참 잘 그렸네”하며 새 차가 나오자마자 다시 자동차 공장에 가셨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당시 엄청난 사랑으로 이해하고 용서하신 부모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날로 다리몽둥이가 부러져나갈 수도 있었지만, 사랑은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아 주었습니다.

가정은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사랑의 보금자리이자,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자비의 안식처입니다. 우리의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기를, 하느님의 자비가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도합시다. 또한 ‘나중에 다음에’하며 미루지 말고, 오늘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혹시 서로의 잘못과 갈등으로 용서하지 못한 가족이 있다면 자비로이 용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함께 미사를 봉헌합시다.